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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조선마술사'로 돌아온 고아라, "'폭넓은 연기' 욕심…진한 멜로 도전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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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라[사진 전소윤.스튜디오706]


고아라는 이미 알고 있다. 데뷔작 ‘성장 드라마 반올림#1?2’(2003~2006, KBS2, 이하 ‘반올림’)의 깜찍한 소녀 옥림이, 출세작 ‘응답하라 1994’(2013, tvN, 이하 ‘응사’)의 당찬 여대생 성나정 캐릭터가 여전히 그를 꼬리표처럼 따라다니고 있음을. 어찌 보면 ‘응사’의 여세를 몰아 비슷하게 털털한 역할로 안전한 선택을 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의 선택은 달랐다. ‘조선마술사’에서 정통 멜로 연기에 도전했다. “‘폭넓은 연기’에 대한 욕심인 것 같아요. 그동안 출연한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로맨스는 있었지만 정말 진한 멜로는 해본 적 없거든요. 그래서 도전하고 싶었어요.” 그리곤 목소리를 낮춰 장난기 섞인 말투로 이렇게 속삭인다. “지금 아니면 언제 또 스무 살 역할을 하겠어요(웃음)?”

‘조선마술사’에서 고아라가 맡은 청명 공주는 강대국 청나라와의 정략 결혼으로 인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청나라 왕자에게 시집가는 비련의 여인이다. “역사에도 청나라에 시집을 갔던 의순공주(1650년 청나라 왕과 혼인한 효종의 양녀)가 등장해요. 나라를 위해 원치 않은 여행길에 오른 열여섯 소녀의 심정은 얼마나 쓸쓸했을까요. 청명을 연기하면서 의순공주의 슬픔에 집중하려고 노력했어요. 의상을 입거나 버선을 신을 때마다 그 마음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죠.”

김대승 감독은 시나리오 단계부터 고아라를 떠올리며 청명 캐릭터를 만들었다고 한다. 시나리오를 읽은 고아라는 “슬픈 감정이라도 매번 감정의 결이 미세하게 다른” 청명 캐릭터에 단박에 끌렸다. 내면의 슬픔을 삭이고 달래면서 꿋꿋이 대의를 따르는 청명의 강단도 마음을 움직였다. “청명은 책임감이 무척 강한 소녀예요. 부모님과 나라에 버림받다시피 억지로 청나라로 팔려가면서도 나라에 이바지해야 한다고 생각하죠. 환희와의 이룰 수 없는 사랑에 마음 아파하면서도, 끝까지 자신의 본분을 잊지 않아요. 나약함 속에 숨은 강인함이 인상적이었어요.”

고아라는 그런 청명을 “거울을 보듯” 연기했다. 정략결혼이라는 운명을 받아들여야 하는 청명과, 인간 고아라가 아닌 여배우로서 대중이 보고 싶어하는 이미지를 연기해야하는 자신의 모습에서 공통점을 발견했다는 얘기다. “TV나 스크린 속의 이미지로는인간 고아라를 전부 보여줄 순 없잖아요. 그때 느꼈던 답답함과 슬픔을 되살려보니 연기하기 더 쉬웠어요.” 청명이 자아에 눈 뜨는 건 물랑루의 환술사 환희와 만나 사랑에 빠지면서부터다. 운명에 순응해온 청명이 비로소 “자기 감정의 주인이 되는” 대목이다. “중학교 때 연기 생활을 시작했기에 사춘기 시절을 따로 실감한 적이 없었어요. ‘진짜 나는 누구일까’에 대한 해답을 찾는 게 몹시 힘들었죠. 하지만 결국 저를 구원한 건 연기더라고요. 집에서 편히 쉴 때보다 현장에서 연기할 때 더 숨통이 트여요. 그 접점을 영화에 표현하려 했어요.”

고아라는 2012년 ‘페이스 메이커’(김달중 감독)와 ‘파파’(한지승 감독) 두 영화에 주연으로 출연했다. 비록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대종상을 비롯해 그해 여러 신인여우상 후보에 오르며 잠재력을 인정받았다. ‘응사’가 그를 찾아온 것은 2013년. ‘1일 10식’까지 불사하며 살을 찌운 고아라는 억척스런 경상도 사투리를 구사하면서도, 좋아하는 사람 앞에선 천생 여자인 말괄량이 성나정을 맞춤하게 연기했다. “늘 그런 질문을 받아요. ‘응사’가 제 연기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됐는지. 하지만 제 마음가짐만큼은 ‘페이스 메이커’에 출였했던 당시와 전혀 달라진 게 없어요. 나정이는 나정이대로 내 안의 발랄한 기운을 그대로 연기할 수 있어 편했다면, 청명은 제가 느껴도 잘 알지 못하는 복잡한 감정을 하나하나 표현할 수 있었기에 큰 공부가 됐죠. 배우에게 처음부터 ‘잘 맞는 역할’이란 없는 것 같아요. 다만 고아라라는 배우 속에 뒹구는 여러 블록들을 쌓으면서 조금씩 하나의 형태로 만들어 가는 것 같아요. 왈가닥 이미지도, 새침한 모습도 결국 다 나의 일부예요. 남은 건 어느 쪽에 무게를 싣고 확장시켜 나가느냐의 차이겠죠.”

그런 면에서, ‘조선마술사’는 고아라에게 “마술” 같은 경험이었다. ‘반올림’으로 처음 배우의 꿈을 키웠고, ‘응사’로 열정과 노력을 ‘응답’ 받았지만, ‘조선마술사’는 올해 데뷔 12년차에 접어든 그에게 비단 멜로 연기 뿐 아니라 현장에 임하는 기본 자세를 일깨웠다. “복잡한 감정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셀 수 없이 많은 여러 가지 의미로 나타날 수 있다는 걸 알았어요. 상대배우와의 호흡도 중요하지만, 여러 스태프와 끈끈하게 교감할 수 있다는 사실도 처음 느꼈죠. 이제 극장에서 관객들과 호흡하는 것만 남았네요(웃음).”

고아라는 이제 안다. 그에게 '조선마술사'는 옥림이란 이름을, 성나정의 사투리를 벗어나기 위한 노력이 아닌, 오히려 그 캐릭터를 연기한 경험을 바탕으로 연기의 폭과 깊이를 넓혀가는 과정이라는 걸. “멜로 연기는 원 없이 했으니, 액션이나 팜므 파탈 역할도 좀 해보고 싶다”며 깔깔 웃는 스물 다섯 살의 여배우는 “한 데 고이지 않고 경험이란 작은 물줄기를 흡수하며 흐르는 강”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죽기 전까지 가능한 한 여러 경험을 하고 싶다"는 그는 "수산시장이든, 놀이공원이든 직접 가서 보고 느끼고,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 그 경험을 담아 내 이름으로 시집 한 권을 내고 싶다"고도 했다.

고석희 기자 ko.seok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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