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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히말라야 vs 대호, 주말 자존심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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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동시 개봉한 ‘히말라야’(이석훈 감독)와 ‘대호’(박훈정 감독). 두 영화는 비슷한 점이 많다. 일단 두 영화 모두 설산(雪山)이 배경이다. 장대한 영상 속에 따뜻한 동료애('히말라야'), 자연과 인간의 공존('대호')이라는 묵직한 울림을 담아낸다. 충무로 최고의 흥행배우로 꼽히는 황정민과 최민식이 주연을 맡았다.

황정민은 '히말라야'에서 후배 박무택(정우)의 시신을 수습하러 험준한 에베레스트로 향하는 휴먼원정대 엄홍길 대장을 연기했다. 최민식은 '대호'에서 1920년대 조선의 마지막 호랑이와 강렬하고도 애틋한 교감을 나누는 포수 천만덕 역을 맡았다. 탄탄한 연출력으로 정평이 난 이석훈('해적:바다로 간 산적') 감독과 박훈정('신세계') 감독이 각각 메가폰을 잡았다는 점도 흥미로운 비교 포인트다.

한국영화 최초로 대규모 산악 로케이션을 감행하고('히말라야'), 100% 컴퓨터그래픽(CG)으로 조선 호랑이를 스크린에 되살려내는('대호') 등 기술적 성취를 이뤄냈다는 공통점도 있다. 관객들은 과연 어느 영화의 손을 들어줄까. 두 영화의 장단점을 연기· 기술·연출력 등으로 세분화해 비교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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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대호`

황정민 vs 최민식

두 영화를 이끌어 가는 중심축은 황정민과 최민식이다. 연기력으론 두말할 것 없는 이 두 배우가 강렬한 카리스마로 스크린을 압도한다. 최민식이 연기한 ‘대호’의 천만덕은 조선의 명포수이자 자연에 대해 깊은 경외심을 지닌 산사람이다. 호랑이 사냥을 하다 평생 가슴에 남을 사고를 겪고도 산을 떠나지 못하는 남자. 동시에 아들 석이(성유빈)를 끔찍이 아끼는 속 깊은 아버지. 최민식은 산과 질긴 인연을 맺는 천만덕을 주름진 표정과 토속적 사투리에 절절히 녹여냈다. 힘있는 붓놀림이 그려진 동양화 속 인물을 보는 느낌이다.

특히 산의 주인이라 불릴 만큼 어마어마한 기운을 내뿜는 대호와 마주하는 장면, 최민식은 호랑이보다 더 호랑이 같은 위용을 뿜어낸다. 탐욕에 눈이 먼 인간들의 끈질긴 공격에 피폐해진 대호에게 천만덕이 두런두런 말을 건네는 대목은 훗날에도 명장면으로 회자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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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동물의 진심 어린 교감을 전율이 느껴질 정도로 생생하게 전한다. 강유정 평론가는 “최민식은 대호라는 가상의 상대를 두고 연기했을 터다. 상상력 하나로 이토록 흡인력 넘치는 연기를 펼친 게 놀라웠다”고 말했다.

‘히말라야’의 황정민은 산만큼이나 동료를 깊이 아꼈던 실제 산악인 엄홍길 대장을 가슴 뭉클하게 연기했다. 극중 엄 대장은 오로지 죽은 동료 박무택의 시신을 찾겠다는 이유로 산행을 감행한다. 황정민은 그의 따뜻한 마음을 투박하고 온기 어린 표정에 새겨 넣었다. 극

후반 황정민은 휘몰아치는 눈보라 속에서 쉰 목소리로 연기 투혼을 펼친다. 다만, 다소 아쉬운 건 인간과 자연의 이치를 깨달은 듯한 엄 대장의 모습이 크게 부각되지 않는 점이다. 넉살 좋은 이웃집 삼촌 같은 황정민 본래 이미지가 더 도드라진다. ‘베테랑’(류승완 감독)의 서도철 형사, ‘국제시장’(윤제균 감독)의 덕수가 자연스레 떠오르는 건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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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로케이션 vs CG 호랑이

'히말라야'와 '대호'에는 사람이 아닌, 또 다른 주인공이 있다.

엄홍길과 박무택 간의 동료애를 돋보이게 하는 험준한 설산 에베레스트, 민족적 자긍심의 상징으로서 조선 최고의 포수 천만덕과 교감을 나누는 조선 호랑이 대호(大虎)다. '히말라야'의 경우, 인간 존재의 미약함을 느끼게 하는 에베레스트의 장엄한 모습이 제대로 묘사되지 않고선, 그 속에서 펼쳐지는 인간애가 숭고하게 그려질 수 없다. '대호'의 호랑이 또한 무시무시한 위용과 산군(山君)으로서의 영험한 기운이 동시에 느껴지지 않으면, 관객은 2시간 20분 동안 최민식의 악전고투만 지켜볼 수밖에 없다. 다행히도 두 영화 모두 에베레스트와 호랑이를 손에 잡힐 듯 생생하고, 경이롭게 그려냈다. 적어도 기술적인 면에선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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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히말라야`


'히말라야'에선 드론을 활용해 찍은 히말라야 산맥의 장관이 파노라마처럼 스크린에 펼쳐놓았다. 왜 산악인들이 목숨 걸고 저곳에 가려고 하는지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다. 초소형 캠코더로 고통스러운 등반 과정을 숨소리까지 담아낸 장면은 마치 그곳에 함께 있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한다. 프랑스 몽블랑 빙하지역에서 찍은 크레바스(빙하가 갈라져 생긴 틈) 신, 비박(등산 도중 야외에서 밤을 지새는 것)하다가 눈부신 아침을 맞는 장면 등도 모든 스태프와 배우가 히말라야 해발 4300m 지점까지 오르는 고생을 하며 건져 올린 성과다.

'대호'의 CG 호랑이도 기대 이상이다. 대호가 날랜 몸짓으로 숲 속을 누비며, 자신의 가죽을 챙기려는 일본군과 조선 포수대를 제압하는 장면에선 묵직한 공포감이 객석에 그대로 전달된다. 탐욕스러운 인간들에 의해 소중한 가족을 잃은 호랑이의 슬픔과 분노, 연민 같은 감정이 눈빛은 물론 근육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절절하게 묻어난다. 이런 대호의 모습이 100% 컴퓨터그래픽(CG)이라는 점에 한 번 놀라고, 그런 CG 호랑이에 어느새 감정이입하게 됐다는 걸 느낄 때 두 번 놀라게 된다. 정교한 3D 동영상 콘티와 모션액터의 열연 등으로 만들어진 배우들의 사실적인 리액션 연기는 관객들에게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주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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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훈 감독 VS 박훈정 감독

조선 포수대가 일본군의 지시대로 지리산 호랑이를 잡자고 하자, 천만덕은 "산군(山君)은 건드리는 게 아니다. 잡을 것만 잡아야 하는 게 산에 대한 예의"라고 일갈한다. 박훈정 감독은 이 대사를 통해 자연과 인간의 관계, 나아가 인간의 업(業)에 대한 주제를 설파한다.

영화는 천만덕의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그의 삶을 조명한다. 그 과정에서 대호와의 관계가 설명된다. 박 감독은 조선 최고의 포수였던 천만덕이 왜 총을 내려놨는지, 대호가 어떻게 천만덕의 삶에 개입하는지 등을 설득력 있고, 매끄럽게 풀어낸다. 특히 단숨에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연출이 돋보인다. 대호가 자신을 포획하려는 일본군을 삽시간에 물리치는 장면은 등골이 오싹해질 만큼 긴박하고 스릴감 넘치게 묘사된다. 이처럼 대호가 야수의 본능을 터뜨리는 신을 적절히 배치해 흡인력을 고조시키는 솜씨도 탁월하다. 이 영화의 명장면으로 꼽히는 비장한 엔딩신도 오랫동안 회자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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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는 엄홍길 대장이 산에 묻힌 박무택 대원의 시신 수습에 나섰던 실화를 소재로 했다. 대중에 이미 익숙한 이야기를 스크린에 옮기는 만큼 이를 상쇄할 영화적인 돌파구가 필요했다. 현지 촬영을 통한 스펙터클한 영상미를 전면에 내세운 것도 이 때문이다. 이석훈 감독은 '영화적 설정'을 위해 새로운 인물도 추가했다. 박무택의 아내 최수영(정유미)이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패착이 됐다. 과도한 신파를 유발한 요인이 됐기 때문이다. 제작자인 윤제균 감독의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상투적인 설정이라는 느낌이다. 오죽하면 "'국제시장'에서 현대사를 빼고 대신 등산을 넣은 영화"란 지적(강성률 영화평론가)이 나왔을까. 결국 '히말라야'는 '진짜'를 담아낸 촬영과 배우들의 헌신적인 연기 덕분에 산악영화로서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데는 성공했지만, 과도한 신파 탓에 그런 미덕이 희석됐다.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는 "산악영화 특유의 스펙터클과 스릴에 좀 더 집중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나현 기자 respiro@joongang.co.kr
정현목 기자 gojhm@joongang.co.kr
지용진 기자 windbreak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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