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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치기' 없앤 이만섭 전 국회의장 영결식, 정의화 "국민부터 생각하라 호통소리 들려"

제14·16대 국회의장을 지낸 이만섭 전 의장의 영결식이 18일 오전 10시 국회에서 국회장으로 치러졌다. 장의위원장을 맡은 정의화 국회의장은 이날 영결사에서 “의장님께서 의장석을 지키셨던 기간, 우리 헌정사의 고질병인 날치기가 사라졌다“며 “‘꼭 의장이 되어 우리 국회를 제대로 바꿔보라’며 저를 격려해주신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렇게 홀연히 가셨습니까?”라고 회고했다.

정 의장은 “‘국회는 여당의 국회도, 야당의 국회도 아닌 국민의 국회다’,‘국회의원은 계파나 당이 아니라, 나라와 국민부터 생각하라’시던 의장님의 호통소리가 우리 귀에 들리는 듯하다. 남아있는 저희들은 지금 이 시간 한없이 부끄럽다”며 여야의 쟁점법안 처리 갈등으로 멈춰버린 국회 상황을 한탄하기도 했다.

다음은 정 의장의 영결사 전문.

존경하는 이만섭 국회의장님,
“꼭 의장이 되어 우리 국회를 제대로 바꿔보라”며
저를 격려해주신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렇게 홀연히 가셨습니까?

얼마 전 입원하셨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만해도
워낙 강건한 분이시기에, 금방 털고 일어나실 줄 믿었습니다.

그러나 때 아닌 겨울비가 내리던 12월 14일,
의장님은 영영 우리 곁을 떠나시고 말았습니다.

의장님께서 그토록 사랑하시던 우리나라, 우리 국민,
그리고 우리 국회가 제 길을 못 찾고 흔들리고 있건만,
우리에게 늘 지혜로운 가르침을 주시던 의장님께서
이렇게 가시다니 황망하고 비통할 따름입니다.

의장님께서는 평생 우리 현대사의 가장 치열한 현장에 계셨습니다.
고난을 만나면 더 강한 용기로 맞서 싸우며,

오직 조국과 국민을 위해 당신의 모든 것을 불꽃처럼 태우셨습니다.
6.25 전쟁이 발발하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학업을 중단하고 공군사관학교에 입교하셨습니다.

3.15의거, 4.19혁명, 5.16군사정변으로 이어지는
정치적 격동기에는 “진실을 진실대로 전한다.”는 사명감으로
칼이 아닌 펜을 잡고 취재현장을 누볐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정치를 시작하셨습니다.
1963년 31세의 나이로 당시 최연소 국회의원에 당선되셨고,
여덟 차례 국회의원과 두 차례 국회의장을 지내셨습니다.
정치가로서이 땅에 봉사하는 일은, 의장님께는 운명과도 같았습니다.
국민과 나라를 위한 길에 두려움은 없으셨습니다.

1969년, 그 서슬 퍼런 시기, 최고 권력자 면전에서
단호하게 3선 개헌에 반대하셨습니다.
무엇보다 국민의 뜻을 따라야 한다는 신념 때문이었습니다.

민주화를 바라는 국민적 여망이 들끓던 1980년대 말,
가장 먼저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요구하여
6.29 선언의 씨앗을 뿌렸으며 ‘문민정부’ 출범에 앞장서셨습니다.

‘가슴으로 펼쳤던’ 이만섭 의장님의 정치는
두 번의 국회의장 재임 시기 가장 환한 빛을 발했습니다.

의장님께서 의장석을 지키셨던 기간,
우리 헌정사의 고질병인 날치기가 사라졌습니다.

스스로 당적을 이탈하여 입법부의 수장으로서
정치적 중립을 견지하셨습니다.

‘자유투표제’를 명문화하여 의원 개개인이 국민의 대표자로서
양심에 따라 투표할 수 있는 기초를 닦아주셨습니다.

의장님께서 여야를 초월하여 공정하게 국회를 운영하셨고,
투철한 의회주의 정신으로 진정한 삼권분립의 기틀을 닦으셨기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오늘의 대한민국 국회가 있는 것입니다.

정계를 떠나신 후에도 존경 받는 큰 어른으로서
우리나라의 자유민주주의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해
우리가 어떤 길을 가야할지 깨우쳐주셨습니다.

지금도 우리 국민 누구나, 우리 의원 누구나,가장 투철한 의회주의자로서
가장 훌륭한 국회의장으로서
의장님을 떠올리고, 의장님을 기억합니다.

존경하는 의장님,
이곳 국회의사당에는 의장님의 숨결이 곳곳에 배어 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대화와 타협을 강조하셨던 의회민주주의 정신이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의장님의 투철한 신념과 원칙으로 어렵게 지켜내신
의회민주주의와 삼권분립이 흔들리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서
의장님의 빈자리가 더욱 커 보입니다.

“국회는 여당의 국회도, 야당의 국회도 아닌 국민의 국회다.”
“국회의원은 계파나 당이 아니라, 나라와 국민부터 생각하라.”시던
의장님의 호통소리가 우리 귀에 들리는 듯합니다.
남아있는 저희들은 지금 이 시간 한없이 부끄럽습니다.

대화와 타협의 정치, 변칙 없는 정치로
끝까지 ‘의회주의’를 지켜내신 의장님의 삶,
그 자체가 의장님이 남기신 유지입니다.

이제 우리는 의장님의 높은 뜻을 받들어 의회민주주의를 지키고,
그토록 염원하시던 상생과 화합, 그리고 통일의 길로 가겠습니다.

의장님께서 그토록 아끼고 사랑한 저희 후배들이
의장님의 뜻을 이어 흔들리지 않고 정진하겠습니다.

기자석에 서서 불의를 행하던 자유당 의원들을 꾸짖던
의장님의 추상같은 목소리가 그립습니다.

한 번은 여당을, 한 번은 야당을, 또 한 번은 국민을 보며
의사봉을 힘차게두드리시던 당당한 그 모습이 그립습니다.

때로는 쓴 소리로 질책하시다가도
조용히 후배들을 불러 위로하고 격려해주시던
의장님의 따듯한 미소가 너무도 그립습니다.
의장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부디 이생의 일은 걱정 마시고
저 높은 하늘나라에 훨훨 올라 이제는 편안히 쉬십시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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