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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회의 시대, 전 세계 출장비 한 해 1473조원 쓴다

 e메일이 보편화되고 화상전화로 콘퍼런스 콜을 할 수 있는 오늘날에도 직장인들은 출장을 간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기업과 단체들은 경비 절감을 위해 출장을 자제해 왔으나 이제는 출장을 늘려가며 새로운 일감 찾기에 나선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1889년 쥘 베른의 공상과학소설에 등장했던 ‘이미지 전송기계’가 현실화됐음에도 여전히 사람들은 얼굴을 맞대는 회의를 선호한다”고 보도했다.

[똑똑한 금요일] 출장의 경제학 

작년 출장비 1위는 미국 339조원
308조원 중국 2위 … 내년 역전될 듯
IS 테러 위협으로 기피지역 늘어
유적 많고 쾌적한 유럽 선호 여전

 세계비즈니스여행협회(GBTA)에 따르면 전 세계 기업·단체들이 2015년 지출한 출장 경비는 사상 최대인 1조2500억 달러(약 1473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비즈니스 여행객은 전체 여행객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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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경비는 항공, 숙박, 현지 교통비와 회의비 등 출장 전 과정에서 지출되는 비용을 더해 나왔다. GBTA는 매년 기업 출장 및 회의를 조직·운영하는 회원사 7000곳이 제공한 자료를 취합해 전 세계 출장비를 산출한다.

 미국의 경우 지난해 출장비로만 2880억 달러(약 339조원)를 썼다. 미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미 기업의 63%는 올해 출장비를 늘렸고 내년에도 늘릴 계획이다.

 중국은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있지만 출장비 증가세는 다른 국가에 비해 가파르다. 중국이 지출한 출장비는 2000년 320억 달러에서 2014년 2610억 달러(약 308조원)로 늘었다. 연평균 증가율은 16.2%에 달한다. 같은 기간 미국의 출장비 증가율(1.1%)의 15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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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정보기관인 중국상무여행포럼이 베이징(北京)·상하이(上海)·광저우(廣州) 등 주요 도시에 있는 전기전자·제약·금융기업의 임원급 188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이들의 올해 해외 출장비는 지난해보다 6% 늘었다. GBTA는 이르면 내년에 중국이 미국을 추월해 출장비 세계 1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은 지난해 320억 달러(약 38조원)를 출장비로 지출해 브라질과 함께 세계 7위에 올랐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한국의 올해 국내총생산(GDP)은 1조4351억 달러(약 1695조원)로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이 될 전망이다. 경제 순위에 비해 출장비 순위가 높은 건 한국이 수출 지향적 경제구조라 기업 임직원들의 해외 출장이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세계적으로 매년 출장비 총액이 늘어나는 이유는 항공료와 차량 렌트비 등 교통비와 숙박비가 오르기 때문이다. GBTA는 내년 세계 출장비 전망에서 항공료는 0.5%, 숙박비는 2.5%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항공료 인상폭이 작은 이유는 배럴당 100달러씩 가던 유가가 30달러대로 급락하며 항공기 연료 비용이 60% 이상 줄었기 때문이다.

 출장비 중에서는 숙박비가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호텔 투숙객의 53%, 체인 호텔의 60%는 일반 여행객이 아닌 비즈니스 출장자였다. 일반 여행객들이 민박·게스트하우스와 숙박 공유업체 에어비앤비 등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출장자들은 상대적으로 비싼 호텔을 이용한다.

 기업 중엔 딜로이트(2위),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6위), 언스트앤드영(7위), 액센추어(8위) 등 회계법인과 컨설팅 기업이 출장비를 많이 썼다. 감사 대상인 기업들을 회계사들이 실사해야 하는 만큼 출장도 잦았다. 항공기 제조업체인 보잉과 록히드마틴이 출장비 상위 5위와 10위에 올랐다. 고객사에 넘긴 비행기에 대한 정비, 설비 도입 계약을 맺기 위한 현장 방문 등이 필수적인 업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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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들이 출장을 보내는 주요 행사는 마이스(MICE: 기업 회의, 포상 관광, 컨벤션, 전시박람회와 이벤트)다. 매년 열리는 기업 회의, 컨벤션, 박람회 등에 참석하기 위해 거액을 쓰는 것이다. 다음달 열리는 세계 3대 전자제품 박람회인 라스베이거스 소비자가전전시회(CES)가 대표적이다. 세계 마이스 시장 규모는 2017년 1조5000억 달러로 커질 전망이며 매년 8~10%의 성장세가 기대된다.

 기업들이 예년보다 출장비 예산을 늘리는 흐름은 확실하지만 출장길에 오르는 직원들의 출장이 쾌적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여행 컨설팅 기업인 칼슨와곤리트트래블(CWT)은 1500만 건의 출장정보를 분석해 ‘출장의 숨은 비용’ 보고서를 발표했다. 분석 결과 미국의 경우 국내 출장자의 96%, 북미 출장의 94%, 다른 대륙 출장의 65%가 이코노미석으로 출장을 갔다 왔다. 기내에서 이코노미석증후군을 겪는 등 육체적 피로를 느낄 공산이 크다. 비즈니스 출장길은 고달프다. 최근 세계적으로 커진 테러 위협으로 인해 공항 보안 검색이 한층 강화돼 수속 과정부터 출장자들의 진을 뺀다.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등의 테러 위협이 확산된 게 결정적이다. 호텔에서 인질극이 발생했던 말리와 항공기 테러가 벌어졌던 이집트 등은 출장지로 기피되고 있다. 미 국무부는 “말리 수도 바마코를 포함해 말리 전역에 테러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최근 파리 테러로 테러리스트들의 온상으로 지목됐던 벨기에를 방문하는 게 위험하다는 인식도 생겨났다. 테러 위협에도 출장자의 79%는 유럽 출장을 줄이지 않겠다고 답했다. 유럽의 문화 유산과 쾌적한 환경을 선호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출장에 따른 육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 비용도 만만치 않다. 비행기·열차·자동차 등을 자주 타 체력 소모가 적지 않다. 시차가 발생하면 일상 리듬이 깨져 생산성이 떨어진다. 수화물이 분실되거나 늦게 도착하는 경우 스트레스를 높인다. 출장지로 부쳤거나 본국으로 돌아올 때 부쳤던 수화물의 60%만이 제때에 도착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출장을 한 번 갔다 올 때마다 대기시간 등으로 인해 평균 6.9시간의 시간 손실이 발생한다. 이를 비용으로 환산하면 1회당 662달러(약 78만원)에 이른다. 6.9시간의 손실은 출장자 평균 항공료의 79%에 해당한다고 CWT는 분석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출장비를 가급적 줄이고 싶지만 너무 돈을 아끼는 ‘초저가 출장’을 보냈다가는 도리어 손실이 크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예컨대 항공 좌석 업그레이드 등을 하지 않아 직원들의 출장 비용을 연 100만 달러 줄이려고 할 때, 직원들이 과로로 병을 얻거나 생산성이 떨어져 아끼려던 돈의 세 배인 300만 달러(약 32억원)의 손실을 볼 수 있다. CWT 보고서는 “비용을 아끼려다가 종업원들의 생산성 하락이 더 커지는 소탐대실(小貪大失)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평직원과는 달리 임원급은 출장을 즐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GBTA에 따르면 임원급 응답자의 50%가 출장 횟수에 만족한다고 했으며 3분의 1은 출장 횟수를 더 늘렸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고된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직장인들에게 남는 숙제는 출장 영수증 정산이다. 일본의 경우 과거에 출장 영수증을 처리하는 데 종이로 된 원본을 절대적으로 중시해 왔지만 최근에는 스마트폰 앱을 이용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일본 주간지 다이아몬드는 스마트폰 정산시스템을 통해 일본 기업들이 출장 영수증 처리에 들이던 시간과 돈의 간접비용이 1조 엔(약 9조6000억원)가량 줄어들 수 있다고 보도했다. 종이 영수증을 본사 경리팀으로 보내기 위해 들어가던 우편 물류 비용도 사라지게 된다. 영수증을 백지에 붙이고 도장을 받는 등 경비 처리시간에 따른 인건비 손실도 막을 수 있다. 이제는 출장 간 직원들이 영수증을 촬영한 사진을 앱으로 전송하면 출장 경비 데이터가 기록되는 방식으로 옮아가고 있다. 일본 기업들은 비행기와 신칸센(新幹線) 등을 이용할 때 어떤 경로를 활용하면 가장 출장 비용을 적게 들일 수 있는지에 대해 데이터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

 출장은 스마트폰 활용으로 더욱 스마트해지고 있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 빠르게 확산된 택시 호출 서비스업체 우버의 경우 지난 2분기 미국에서 일반 택시를 누르고 출장자들이 선호하는 교통 수단으로 등극했다. 출장자가 경비로 처리한 택시비 영수증의 55%가 우버에서 발급됐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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