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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명복의 직격 인터뷰] ‘내부자들’로 흥행기록 깬 우민호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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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민호 감독은 “진부한 소재를 다뤘기 때문인지 ‘내부자들’ 개봉 후 정치권이나 언론, 검찰 등 어디서도 항의 표시는 없었다”면서 “대한민국이 이 정도 영화는 포용할 수준이 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오종택 기자]


영화 ‘내부자들’이 ‘대박’을 터뜨렸다. 지난달 19일 개봉된 ‘내부자들’은 ‘청소년 관람 불가’라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상영 26일 만에 600만 관객을 돌파했다. 그제까지 619만 명이 관람, 2010년 개봉된 ‘청불(靑不)’ 영화 ‘아저씨’의 공식 흥행기록(617만 명)을 넘어섰다. 청불 등급 국내 영화로 역대 최고 흥행기록을 수립한 우민호(44) 감독을 17일 본사 논설위원 회의실에서 만났다.
 
  

-대박을 예상했나.

 “못했다. 손익분기점만 넘겼으면 했다. 230만~250만 명 정도 들면 투자사와 제작사에 손해는 안 끼치기 때문에 최소한 그 정도만 되길 바랐다.”

 -예상 밖의 성공 이유가 뭐라고 보나.

 “무엇보다 배우들 연기가 좋았다. 주·조연 가리지 않고 배우들 연기가 근래에 본 한국 영화 중 가장 뛰어났다고 말하는 관객이 많다. 윤태호 작가의 원작 만화에 내재된 힘도 빼놓을 수 없다. 내용이 사회적 분위기와 잘 맞은 점도 있는 것 같다.”

 -관람객 평점(10점 만점에 9.05)과 기자·평론가 평점(6.63)이 크게 다른데.

 “일반 관람객들은 거의 다 좋다고 하는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린다. 올해 최고의 영화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너무 노골적이고 자극적이라 좋은 점수를 못 준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감독 스스로 평점을 매긴다면.

 “7점 정도.”

 -나머지 3점은 어디서 까먹었다고 생각하나.

 “정확히 어디서 점수를 잃었는지는 더 고민해 봐야겠지만 아무튼 모자란 점이 있다는 건 확실히 느낀다.”

 -개봉 후 정치권이나 재벌, 언론, 검찰 등에서 항의는 없었나.

 “전혀 없었다. 이런 소재의 영화가 처음 나온 것도 아니고, 심지어 공중파 드라마로도 나오고 있다. 대한민국이 이 정도는 포용할 수준이 됐다고 본다.”

 -대본을 보고 배우들이 부담스러워 하진 않았나.

 “그렇지 않았다. 진부한 소재인 데다 이미 많이 소비된 콘텐트라서 그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던 것 같다. 대중들에게 너무나 익숙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오히려 캐스팅에 심혈을 기울였다. 이런 유의 드라마에 나오지 않았던 영화적인 배우들을 캐스팅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병헌·조승우·백윤식 같은 배우들을 캐스팅했다.”

 -배우들 연기가 돋보인 것은 감독의 요구 수준이 높았기 때문인가.

 “배우들이 스스로 해석을 해서 시나리오에 나와 있는 캐릭터 이상으로 풍성하고 복합적으로 배역을 표현해 냈다. 워낙 베테랑들이라 행간의 느낌을 살려 과하지 않고 리얼하게 잘 표현해 줬다.”

 -원작 만화와 스토리 라인이 100% 일치하나.

 “그렇지 않다. 원작은 중단돼 결말이 없다. 정치깡패 안상구(이병헌 분)가 복수하는 설정은 같지만 원작에서는 신문사 논설주간인 이강희(백윤식 분)가 주인공이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안상구의 비중이 가장 크고, 다음이 우장훈 검사(조승우 분), 이강희 순이다. 원작은 언론이 정계와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를 비중 있게 다루지만 그 부분을 다 담을 수 없어서 영화적으로 각색했다. 마지막 반전도 원작에는 없는 부분이다.”

 -성 접대 장면과 일부 폭력적 장면 때문에 ‘청불(靑不)’ 등급 판정이 불가피했을 텐데 감독 입장에서 이 부분을 좀 타협하고 관람객 폭을 넓힐 생각은 안 해봤나.

 “전혀 안 했다. 처음부터 투자자와 이 영화는 무조건 ‘청불’이라고 못박고 시작했다. 별장 성 접대 장면이 많이 회자되는데, 그 장면은 원작에 그대로 나온다. 나도 처음 원작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 장면 하나만 갖고도 수치심이 거세된 권력자들의 추악함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그래서 그 장면을 포기할 수 없었고, 거의 원작 그대로 찍었다.”

 -‘내부자들’은 언론을 부각시킨 점이 기존의 사회고발 영화와 차이를 보인다.

 “정치나 검찰, 재계를 다룬 영화는 나올 만큼 나왔다. 지금은 언론이 중요한 시대라는 게 윤태호 작가의 생각이고, 나도 같은 생각이다.”

 -언론인 입장에서 볼 때 한국 사회를 주무르는 숨은 실세가 신문사 논설주간이란 설정이 너무 비현실적이다. 논설주간이 뭐 하는 사람인지 알고 만들었나.

 “사실 정확하게는 잘 모른다. 원작에 있는 것을 그대로 가져왔다.”

 -아무리 원작이 그렇다 해도 논설주간이 정치깡패와 어울린다는 설정은 도대체 말이 안 된다.

 “영화에서 논설주간은 언론의 힘을 보여주는 하나의 상징일 뿐이다. 즉 펜을 대변하는 논설주간을 통해 언론이 가진 힘을 오남용했을 때 나타나는 패악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려 했던 것이다.”

 -민주주의에서 언론의 역할이 뭐라고 보나.

 “영화감독이 아닌 국민으로서 이야기하자면 이렇다. 일반 대중들은 먹고살기 바빠서 사회 현실의 문제를 금방 까먹게 된다. 언론의 역할은 국민이 사회의 문제를 까먹지 않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사건이나 문제가 있으면 그게 지금 어떤 상태고, 어떤 단계까지 왔고, 어떤 과정을 통해,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 국민을 대신해 계속 환기시켜 줘야 한다.”

 -디테일의 오류와 엉성함 때문에 영화의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받아들인다. 반성하고 다음 영화엔 참고하겠다.”

 -미래자동차 회장이 최고 권력자인 것처럼 묘사됐는데, 정말 한국 사회에서 재벌이 권력의 정점에 있다고 보나.

 “이 영화만 아니라 이미 나온 여러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재벌이 정점에 있다. 1300만 명이 본 ‘베테랑’에서도 그렇다. 전반적으로 그렇게 보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

 -정치 권력과 재벌 권력, 언론 권력이 실제로 유착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그렇게 되면 절대 안 된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해 가장 안 좋은 경우를 상정해서 그린 것이다. 조승우가 ‘대한민국에 이런 영화가 더 이상 안 나왔으면 좋겠다’고 인터뷰 때 말했지만 나도 똑같은 심정이다.”

 -엔딩에 보면 ‘본 영화는 허구’라는 자막이 나온다. 굳이 그걸 넣은 것은 일종의 안전장치인가.

 “영화는 영화일 뿐이란 걸 말하고 싶었다. 다른 식으로 해석하고, 공격하는 것을 막기 위한 목적도 있다. 간첩을 소재로 한 영화를 만들었다가 진보·보수 양쪽에서 공격을 받은 적이 있다. 그때는 자막이 없었다.”

 -예술과 창작의 자유는 무제한으로 허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타인에게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법이 보장하는 자유는 최대한 허용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니 아무 영화나 만들어도 된다는 뜻인가.

 “창작의 자유라고 해서 멋대로 해도 된다는 건 물론 아닐 것이다. 당연히 책임감도 느껴야 한다. 작품과 사회에 대한 책임감 모두 있어야 한다.”

 -감독에게는 상업적 목적이 우선이고 나머지는 부차적이라고 보는 사람이 많다.

 “상업영화인 이상 당연히 흥행 요소를 고려하지만 동시에 이 시대를 담으려고 노력한다. 시대를 담지 못하면 상업적으로도 성공하기 힘들다. 2015년에 ‘베테랑’이나 ‘암살’, ‘내부자들’ 같은 영화들이 왜 흥행에 성공했는지를 보면 답이 나온다. 단순히 돈만 벌자고 만든 영화들이 아니다.”

 -스스로 ‘내부자들’을 어떤 장르의 영화로 분류하나.

 “누아르적 색채가 진하게 가미된 범죄물이다. 윤태호 작가의 원작이 대한민국의 비리와 그 시스템에 집중했다면 나는 그 시스템에 속해 있는 개인들의 욕망에 집중했다. 배신이 난무하는 진흙탕 같은 싸움에서 누가 살아남느냐를 중점적으로 담았다.”

 -이런 사회고발 영화를 계속할 계획인가.

 “아니다. 이제 영화적인 영화를 찍고 싶다. 어렸을 때 아버지와 함께 TV에서 ‘토요명화’ 보는 걸 좋아했다. 그런 영화를 만들고 싶다. ‘내부자들’이 사람들에게 오래 남을 수 있는 영화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계속해서 추억에 남을 수 있는 영화를 찍고 싶다.”

 -예컨대 어떤 영화 말인가.

 “미국 영화로는 ‘대부’, 한국 영화로는 ‘살인의 추억’이나 ‘올드보이’ 같은 것이다. 잊고 있었던 감성을 영화를 통해 느끼고, 다시 봐도 볼 때마다 새로운 감정이 생기고, 기분 좋아지는 영화 말이다.”

 -우 감독에게 영화란 무엇인가.

 “한때 영화가 전부인 줄 알았다. 그래서 놓친 게 너무 많다. 영화가 전부라고 생각해서 남들한테 피해 주고 상처 준 것도 많다. 스스로도 상처를 많이 받았다. 지금은 그런 생각을 버렸다. 영화도 내 인생의 모든 것이 될 수는 없고, ‘원 오브 뎀(one of them)’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편해졌고, 대중들도 보였다.”

 -언제부터 그렇게 생각하게 됐나.

 “마흔 넘으면서부터다. 장편 상업영화 감독으로 데뷔하려고 10년을 준비했는데, 준비하면서 계속 엎어졌다. 그러면서 피폐해졌다. 영화를 보면서 ‘보지만 말고 만들면 어떨까’ 하는 욕심이 생겨 영화감독이 됐지만 그런 과정을 10년 거치고 나니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사회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못하고 백수로 살다 보니 ‘보기나 할 걸 왜 영화를 만든다고 해서 이 고생을 하나’ 싶기도 했다. 그땐 보는 즐거움조차 박탈당했다. 그러다 우연히 커트 보니것이 쓴 『제5도살장』이란 책을 읽고 생각이 바뀌었다.”

 -우 감독이 생각하는 잘 만든 영화는 어떤 것인가.

 “두 번 보고 세 번 보고 자꾸 봐도 재미있는 영화다. 책도 그렇듯이 그런 영화가 클래식으로 역사에 남는다. 아무리 봐도 지루하지 않은 영화, 볼 때마다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느낄 수 있는 영화가 잘 만든 영화다. 20대 때 본 ‘대부’와 40대에 보는 ‘대부’는 느낌이 다르다.”

 -영화는 종합예술이라고 하는데 감독의 비중은 어느 정도인가.

 “작지 않지만 그렇다고 전부도 절대 아니다. 영화는 결코 혼자 만들 수 없다. 감독은 중심을 잡고 가는 선장의 역할이다. 선장마다 캐릭터가 다르다. 독선적일 수도 있고 타협적일 수도 있다. 나는 후자에 가까워지려고 노력한다. 그게 덜 고통스럽고 즐겁다.” 

배명복 논설위원·순회특파원
사진=오종택 기자

우민호 감독은…
1971년 서울 출생. 89년 서울 마포고 졸업. 98년 중앙대 영화학 학사. 2000년 영국 런던대학 골드스미스칼리지 영화학 석사. 2002년 부산국제영화제 뉴 디렉터스 인 포커스(NDIF) 대상. 2010년 ‘파괴된 사나이’ 연출. 2012년 ‘간첩’ 연출.

인터뷰 후기
“디테일의 오류 기꺼이 수용”


영화 ‘내부자들’을 두 번 봤다. 입소문 탓에 봤고, 인터뷰를 위해 다시 봤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영화를 만들었는지 감독의 의도가 궁금했다.

 직접 만나본 우 감독은 생각보다 진지했다. 원숙함과 겸손함도 갖추고 있었다. 이른바 ‘입봉’ 준비를 하며 10년 동안 사막 길을 걸었기 때문일까. 그는 신문사 논설주간이 어떤 일을 하는지도 잘 몰랐다. 그러면서도 우 감독은 언론을 정조준했다. 디테일의 오류와 엉성함을 비판하자 이를 받아들였다.

 인터뷰가 끝난 뒤 그가 보낸 문자에는 “다음 영화에는 낭만과 신념 있는 기자가 등장할 듯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그의 다음 작품을 기대해 본다. 김유진 인턴기자가 인터뷰 정리를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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