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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강’철수가 사는 길은 이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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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승욱
중앙SUNDAY 정치에디터

#안철수 의원과 처음 대면한 것은 야당 팀장이던 2014년 말이었다. 뉴스로만 접해 온 그는 정치인이 아닌 연예인처럼 느껴졌다. 우리는 서울 여의도의 보리굴비집에서 잔에 맥주를 채우고 “위하여”를 외쳤다. 하지만 잔을 부딪혀 ‘짠’ 소리를 낸 그는 잔을 입에도 대지 않고 내려놓았다.

 “보통의 정치인이라면 마시는 시늉이라도 할 텐데…”라고 중얼대며 나홀로 머쓱해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꾸밈이 없는 것인지 사회성이 없는 것인지, 그와의 첫 만남에 관한 유일한 기억이다.

 #“안철수가 다시 신당 창당을 시도한다면 ‘대선 불출마 선언’이라도 해야 할 거야. 본인만 왕초가 되려고 하면 누가 함께하겠나.”

 몇 달 뒤인 2015년 봄 이번엔 안 의원의 최측근과 식사를 했다. ‘당내 개혁에 실패하면 안 의원이 당을 뛰쳐나갈 것인가’를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이다. 당시는 전당대회에서 승리한 문재인 대표가 당 장악력을 높여 가던 때다. 하지만 친노 주류와 비노 비주류 간 싸움이 일상화된 당 안팎에는 “안철수와 비주류 일부가 탈당해 여권 내부의 개혁파와 함께 제3지대에 중도개혁 신당을 만들 수 있다”고 수군대는 사람이 많았다.

 박영선이든 김부겸이든 정운찬이든 아니면 또 다른 누구든, 안철수가 중도개혁의 깃발 아래로 사람을 끌어모으려면 ‘안철수+알파’가 아니라 자신이 그 누군가의 알파가 되겠다는 각오여야 한다는 게 이 측근의 주장이었다.

 그리고 시간은 흘렀다. 시나리오로만 거론돼 온 ‘안철수의 탈당’이 지난 13일 전격적으로 결행됐다. 탈당의 변은 “당 안에서 변화와 혁신은 불가능하다. 안에서 도저히 안 된다면 밖에서라도 강한 충격으로 변화를 이끌어 내야 한다”였다. 한마디로 ‘왼쪽으로 치우친 친노 기득권과 문재인의 야당이 아닌 중도세력을 결집해 정권 교체에 도전하겠다’는 뜻이다.

 안철수의 타깃인 중도층은 우리 사회의 이념 스펙트럼 속에 분명히 존재한다. 2012년엔 ‘안철수 열풍’으로 결집해 ‘대통령 안철수’를 만들 뻔도 했다. ‘보수냐 진보냐’ ‘영남당이냐 호남당이냐’의 이분법에 지친 이들은 여론조사에서 ‘무당파’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안철수의 성패는 자신이 ‘희망 없는 당’으로 낙인찍은 제1야당보다 더 경쟁력 있는 진용을 짜느냐, 여권 지지층의 마음까지 움직일 중도개혁의 청사진을 내놓을 수 있느냐에 달렸다. 중도층에 어필할 수 있는 천하의 인재들을 모으는 것이 그 첫걸음이다. 하지만 “안철수와 정치적 운명을 함께하겠다”며 나서는 매력적인 카드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인재는 공짜로 얻어지지 않는다. “내가 아닌 당신이 간판”이라며 자신을 낮추고, 때로는 보기도 싫은 술잔을 입에 갖다 대는 시늉이라도 해야 사람들이 마음을 연다. 대통령이 되고 싶은 욕심을 들켜 버린 ‘강’철수보다 “서울시장도 니가 해라, 대통령도 니가 해라”고 했던, 다소 모자라 보였던 과거 ‘철수’의 모습이 그를 살릴 특효약일 수 있다.

서승욱 중앙SUNDAY 정치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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