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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대학 교육이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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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전 아시아개발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지난주 미국의 영부인 미셸 오바마는 뮤직비디오에 등장해 고등학생들에게 대학 진학을 권유하는 랩을 했다. 오바마 여사는 시카고 서민 동네에서 자라나 명문 대학을 졸업하고 변호사로 성장했다.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오바마 정부의 핵심 정책인 대학 진학률 높이기에 앞장서 왔다.

 미국은 고졸자 중 대학에 진학하는 비율이 66%다. 저소득층 가구 자녀들의 진학률은 49%로 고소득층 가구의 80%보다 훨씬 낮다. 미국은 세계 최고 기업과 사회를 이끌고 첨단 기술을 개발할 고급 인력이 더 필요하다. 균등한 고등 교육의 기회로 소득 불평등의 대물림을 막으려 한다.

 한국은 미국과는 달리 학생들이 대학에 오지 않는 것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한국 대학은 실업자를 양산하면서 교육 수요자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대학은 높은 교육열, 자녀 수의 감소, 졸업 정원의 확대로 빠르게 팽창했다. 대학 진학률은 1990년 33%에서 2014년 71%로 높아졌다.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의 고도성장과 민주화를 이끈 동력은 바로 부모의 교육열이었다. 자녀가 대학만 가면 그 간판으로 좋은 직장에 취직하고 남들 못지않게 성공할 것이라는 기대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자식 교육에 헌신했다. 입학을 위해 세계 최고 수준의 사교육비를 부담하고 입학 후에도 비싼 등록금을 부담했다.

 2014년 전국 4년제 대학 1년 평균등록금은 667만원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미국 다음으로 비싸다. 우리나라 임금근로자 중간순위 연봉은 2465만원이다. 대출받아 자녀를 4년간 대학에 보내면 등록금만으로 가계 부채가 연간 임금소득을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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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학비를 부담하지만 대학을 졸업해도 입신양명(立身揚名)은커녕 밥벌이하기도 힘든 현실이다. 교육과학기술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문대 졸업자 취업률은 62%, 4년제 대학 취업률은 55%에 불과하다. 취업 대상자 중 매년 20만 명 이상이 졸업하고 실업자가 된다. 직장을 구하지 못해 졸업을 연기하고 장기 학적을 보유하고 있는 학생도 많다.

 대학 교육의 과잉 공급과 질적 저하를 해소하는 효과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전문성을 갖춘 고졸자의 기술력을 우대하고 임금 차별이 적은 사회 풍토로 만들어 가야 한다. 학벌이 아닌 실력 중심의 열린 채용 분위기를 확산하고 지난 정부에서 시작한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 육성과 고졸 일자리 확대 정책은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

 대졸자의 공급이 넘치는 일차적인 이유는 좋은 일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고부가가치 서비스업과 신성장동력산업의 육성,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청년층과 고학력자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

 대학 교육의 실질적인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 2014년 OECD가 실시한 ‘국제 성인 역량 조사’에서 우리나라 전문대졸은 39%, 4년제 대졸 이상은 24%가 자신의 학력보다 낮은 학력으로도 충분한 직업에서 일하고 있는 ‘과잉 학력’이라고 답했다. 많은 기업은 대학 졸업생들이 직장에서 필요한 직무능력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고 평가한다.

 대학은 진리를 탐구하고 역사·철학·과학의 기본 지식을 가르치고 인격 교육을 해야 한다. 기술과 시스템의 변화 속도가 매우 빠른 지금은 학교 교육만으로 직업에 필요한 기술을 갖출 수가 없다. 직장에서 훈련과 평생 교육을 통해 전문성을 익혀야 한다. 그러나 352개 우리나라 고등교육기관 중에는 졸업생들에게 기본 소양도 제대로 길러 주지 못하는 부실 대학이 많다. 취업을 하지 못하면 졸업 후에 전문성을 익힐 기회조차 없다. 대학 교육과 산업 노동 수요의 연계를 더욱 강화하고 부실 대학들을 정리해야 한다.

 고용노동부가 15일 발표한 ‘대학 전공별 인력 수급 전망’에 의하면 향후 10년간 전문대 이상 졸업자가 79만3000명 초과 공급이다. 인문·사회계열 전공자들의 초과 공급이 많은 반면 공학계열은 인력이 크게 모자랄 것으로 예측했다. 대학 정원을 전공별로 과감하게 조정하는 구조개혁이 시급하다.

 교육은 공공·노동·금융과 함께 현 정부의 4대 개혁과제 중 하나다. 그러나 교육개혁에서 아직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다. 부실 대학 퇴출의 법적 근거가 될 대학구조개혁 법안은 정쟁으로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했다. 대학 교육의 비전을 제시하고 위기를 타파하는 우리 사회의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다.

 다음주 대입의 마지막 관문인 정시 모집이 시작된다. 지금까지 노력한 수험생들과 부모님들이 바라는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대한다. 안타깝지만 합격해도 끝이 아니다. 앞으로 4년간 들일 돈과 시간의 가치를 찾기 위해 다시 노력해야 한다. 대학 교육이 모든 학생에게 ‘새로운 기회의 출발점’이 될 수 있도록 대학·정부·정치권 모두가 힘을 합해야 한다.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전 아시아개발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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