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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금융 연못에 떨어진 메기와 가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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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영구
은행연합회장

1997년 외환위기로 ‘조상제한서(조흥·상업·제일·한일·서울은행)’로 불리던 유서 깊은 은행은 사라졌다. 올해도 은행산업의 구도에 변혁을 가져올 분수령이 되는 해가 될 것 같다. 최근 인터넷전문은행이라는 메기가 출현했고, 언제 은행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가물치가 될지 모르는 핀테크 스타트업이 급부상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이라는 메기 출현
고비용 은행산업에 혁신 촉매 기대
핀테크 스타트업, 가물치로 급부상
P2P대출·환전 등 은행 영역 잠식


 계좌이동제의 효과는 아직 미미하다. 저금리 상황 속에서 월급통장에 예금 금리를 더 얹어주거나, 마이너스 대출이자를 깎아주는 식의 가격 차별화가 어렵기 때문이다. 은행의 고비용 구조 속에 종이장처럼 얇아진 예대마진을 더 이상 축내어 추가서비스를 제공할 여력이 없어서다. 하지만 내년 2월부터 주거래 계좌 변경 채널이 확대되고 새로 출범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엄지족 세대를 겨냥한 고객 유치 경쟁에 나서면 계좌 이동이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전문은행의 미래를 놓고도 예상이 엇갈리고 있다. 결과는 4년 전 지상파 3사 중심의 TV 방송시장에 뛰어들었던 종편의 구도와 흡사할 것 같다. 저성장·저금리 시대에 TV광고 시장도 은행의 수익처럼 정체돼 있다. 독과점 시장, 그리고 아날로그 시대에 형성된 고비용구조 역시 지상파 방송과 기존 은행 산업의 공통점이다. 비주류지만 방송에선 뉴스나 스포츠 전문채널이, 금융부문에선 자산운용, 카드, 캐피탈 등이 수익성 위주의 전략으로 짭잘한 수익을 내는 것 역시 닮은꼴이다. 종편 4개사 중 뉴스와 시사프로그램 등으로 특화한 종편은 조만간 손익분기점에 도달 할 수 있다고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인터넷전문은행 역시 저비용구조와 금융IT(정보기술)를 기반으로 기존 은행과 차별화하는 것이 정답이다. 이런 성공 방정식은 인터넷전문은행이 1990년대 출범한 서구에서 입증된 바 있다.

 기존은행의 영역에서 직접 경쟁하려 했던 영국의 에그뱅크는 수년전 도산해서 씨티그룹에 인수됐다. 이와 달리 자동차회사 GM의 금융계열사인 앨리뱅크는 자동차 구매고객에게 오토론과 오토리스를 선보이며 성공했다. 찰스스왑은행은 강점인 자산관리 고객에게 대출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경쟁력을 키웠다.

 어떤 전략을 세우느냐는 각자의 선택이다. 하지만 낡은 은산분리 원칙을 허물면서 24년 만에 등장한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시장의 기대는 명확하다. 다양한 마케팅 정보, 신용정보 분석기법, 금융IT 등을 기반으로 한 저비용구조를 통해 기존 은행으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고객에게 양질의 은행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 민주화’가 그것이다. 또 인터넷은행의 출범을 계기로 90%의 거래가 비대면으로 일어나고 있는데도 여전히 고비용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은행산업에 혁신의 바람이 부는 촉매가 되기를 바란다.

 사실 은행법의 적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인터넷전문은행보다 더 무서운 경쟁자는 핀테크업체다. 올해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회장은 주주에게 보낸 편지에서 “실리콘밸리가 몰려온다”고 경고한 바 있다. 기존 은행이 에그뱅크의 실패나 은행의 핵심 업무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핀테크 사례를 보고 환호 한다면 실상을 잘못 본 것이다. 핀테크 스타트업의 목표는 경제의 큰 축을 담당하며 거대해지기는 했지만 수익성 낮은 공익사업처럼 돼버린 은행의 역할이 아니다. 기존 은행처럼 복잡하고 규제가 심한 부문에는 관심이 없다. 진정한 위협은 이들이 P2P(개인간) 대출에서 지불결제, 환전, 투자자문에 이르기까지 리스크는 떠안지 않으면서 수수료를 창출하고, 은행 영역을 잠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은행의 고객이 대출은 P2P업체인 렌딩클럽에서 받고 지불결제는 알리페이나 삼성페이로 하고 투자자문은 로보어드바이저(robo advisor)를 통해 받는다고 생각해보라. 은행의 수익기반은 허물어지고 점점 더 경비를 충당하기 어려워진다. 은행의 존재가치가 고객이 핀테크 상품을 편리하게 사용하기 위해 돈을 보관해 두는 곳으로 전략할지도 모른다.

 은행이 디지털 물결에 밀려 몰락한 코닥과 같은 존재가 되지 않기 위해선 불편한 파트너지만 하루 빨리 핀테크와 함께 발전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무장 해제된 은행을 대신해 경제혈류 역할을 수행 할 대안이 무엇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가 올지도 모른다.

하영구 은행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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