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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정책 균열의 세계, 의미와 전망

거대한 균열(great divergence)이 나타났다. 세계 주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방향이 미국 기준금리 인상으로 크게 벌어지기 시작했다. 공조의 종언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본격화한 2007년 7월 이후 이어진 돈 풀기 동맹에서 미국이 이탈한 셈이다.

톰슨로이터는 Fed의 기준금리 인상 직후인 17일 전문가의 말을 빌려 “유로존·일본·중국이 공격적으로 돈을 푸는 와중에 세계 돈의 중심(Money Center)인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렸다”며 “글로벌 금융시장과 실물 경제가 어떤 영향을 받을지 가늠하기 어렵다”라고 평했다.

미 금리인상 몇 시간 뒤 열린 아시아 시장에선‘그린스펀 쇼크’는 아직은 없었다. 1994년 2월 당시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었던 앨런 그린스펀이 기습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린 직후 다우지수가 3% 정도 급락한 일은 되풀이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전에 없던 일이다. Fed는 80년부터 이번 금리 인상 직전까지 여섯 차례 정도 통화긴축을 했다. 이때마다 주가가 급락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미국 증시는 물론 주요 아시아 증시도 대부분 상승했다. 예고된 이벤트 효과다. 이달 금리인상은 10월 중순부터 예고됐다. 게다가 재닛 옐런 Fed 의장은 “금리 인상 속도도 점진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누구나 2016년 말의 미국 기준금리 수준(1% 정도)을 예측하는 게 가능해졌다. 금융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제거된 셈이다.

이제 ‘미국 금리인상 개시=위기의 도미노 시작’이란 악순환이 깨지는 것일까. 사공일 세계경제연구원(IGE) 이사장은 “향후 미 기준금리 인상이 점진적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돼 세계 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그린스펀 전 의장은 94년 2월부터 한 해 동안 기준금리를 3%포인트나 끌어올렸다. 인상 속도와 폭이 80년 이후 가장 가팔랐다. 그 바람에 첫 위기 도미노 붕괴가 금리인상 10개월 만인 94년 12월에 시작됐다. 바로 멕시코 외환위기(데킬라 효과)였다.

베리 아이켄그린 미 UC버클리대 교수는 최근 칼럼에서 “2004년 그린스펀이 금리를 올릴 때는 94년보다 속도를 느리게 한 결과 3년 정도 흐른 뒤인 2007년 초에야 서브프라임 사태가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중요한 변수였단 얘기다. 결국 옐런 의장이 점진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리겠다고 밝힌 만큼 세계 경제에 미칠 영항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주요국 통화정책 균열이 불안요인이면서 동시에 달러 긴축발작을 막는 완화제 역할을 할 가능성도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마이클 스펜스 뉴욕대 교수는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양적 완화(QE) 중인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BOJ)이 공급한 유동성이 달러 긴축을 상쇄해줄 전망”이라고 말했다. 신흥국과 기업이 미국의 완만한 금리인상 틈을 활용해 값(금리)이 싼 유로화나 엔화, 위안화 자금을 조달해 값이 오르는 달러 빚을 갚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위기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다.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 타오동(陶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위기의 원투 펀치론’을 주장했다. 그는 최근 “미국 금리인상(퍼스트 펀지)에 이은 일본이나 유럽의 긴축(세컨드 펀치)이 이뤄졌을 때 위기가 발생하곤 했다”고 설명했다. 94년 미 금리인상 이후 96년 일본 긴축 여파로 한국이 외환위기에 빠졌다. 서브프라임 사태는 2004년 미국과 2005년 ECB 긴축이 원인의 하나였다.

현재까진 두 번째 펀치가 날아들 조짐은 아직 없다. 영국이 조만간 기준금리를 인상할 태세지만, ECB의 마리오 드라기와 BOJ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총재는 실물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QE를 확대하거나 상당 기간 유지할 태세다.

다만 통화정책 균열이 낳을 달러 가치 급등이 신흥시장 반열에 오르지 못한 변경시장(frontier market)을 교란할 수는 있다. 또 미 기준금리 속도와 폭을 훨씬 능가하는 시장 금리 상승이 발생할 수도 있다. '기업 사냥꾼’ 칼 아이칸은 “거품 양상을 보인 비우량 회사채(정크본드) 시장이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소적 위기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얘기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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