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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적인 하룻밤' 한예리, 사랑스러운 매력과 시선을 사로잡는 연기력

 
“로맨틱 코미디(이하 로코)는 주연급 여배우에게만 주어지는 기회잖아요.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었어요. 여배우를 위한 시나리오가 많이 없어지기도 했고요.” 첫 로코 출연 소감을 묻자 한예리는 이렇게 대답했다. 데뷔 8년차 배우의 뼈 있는 겸손으로 들렸다. 사랑스러운 매력과 시선을 사로잡는 연기력. 로코 여주인공의 덕목이 이 두 가지라면 오래 전부터 그는 차고 넘치는 배우였으니까.

의리 있는 북한 탁구 선수(코리아)부터 조선시대 백정의 야무진 누이 동생(군도: 민란의 시대), 거친 바다 사내들 틈에서 가까스로 살아남는 조선족 처녀(해무)까지 상업영화에서 한예리는 주로 북부지역의 생활력 강한 질박한 캐릭터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독립영화는 다르다. 엉뚱한 상황도 철썩 같이 믿게 만드는 한예리의 독특한 현실감각은 미쟝센영화제 수상 단편 ‘백년해로외전’(2009, 강진아 감독) 같은 주옥같은 작품들을 탄생시켰다. 이 영화에서 그는 편의점 알바생 혁근(이종필)의 죽은 여자친구 차경을 연기했다. 차경을 잊지 못한 혁근의 환상 속에서 그는 교통사고를 당하는 처참한 순간마저 눈부시고, 그래서 더 애처롭다. 영화에서 한예리가 사랑스럽다면 거기에는 늘 이유가 있었다.

‘극적인 하룻밤’에서 박봉의 직업과 동떨어진 그림 같은 집에 살며 예쁘장한 의상을 패션쇼 하듯 갈아입는 시후가 낯설었던 이유다. “감독님이 저를 캐스팅한 것도 조금은 비현실적인 상황을 현실에 발붙여서 연기할 배우를 찾으셨던 것 같아요. 시나리오에선 시후가 ‘몸친’ 관계에 대해 훨씬 더 쿨하고 와일드하거든요. ‘여자는 안 그런데’ 싶은 장면은 감독님과 상의해서 바꿔 나갔죠.”

“오그라드는 건 못 참는” 한예리가 “매 순간 시후의 감정에 충실할 수 있었던 건” 윤계상의 힘이 컸다. “영화 속 정훈이 윤계상과 빼닮았다”는 그는 시후가 만나기 싫은 전 애인의 개업식에 가던 날 정훈이 곁을 지켜준 장면을 떠올렸다. “사려 깊게 확실한 내 편이 돼주는 것만큼 멋진 모습도 없는 것 같아요.”

‘극적인 하룻밤’은 한예리가 아껴왔던 예쁜 모습을 마음껏 보여준 영화지만 여러 모로 아쉬움도 남는다. 그러나 그는 아무리 혹독한 영화 속 경험도 훌훌 털어낼 줄 아는 배우다.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에서 한국무용을 전공한 그에게 무용은 몸과 마음을 재충전하는 가장 강력한 처방이다. “무대에서 춤을 출 때 가장 섹시해진 기분이 들어요(웃음). 지금도 현역에서 활동하는 친구들과 공연을 해요. 올해 못해서 내년엔 꼭 공연을 하는 게 목표에요.”

요즘 한예리는 드라마 ‘상상고양이’(MBC every1)에서 고양이의 목소리를 연기하며 얼마 전 세상을 떠난 가족같은 고양이 금손이를 추억하고, 대선배 안성기와 금광을 둘러싼 액션 영화 ‘사냥’(내년 개봉, 이우철 감독)을 촬영하며 쉴 틈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내년 초에는 김종관 감독의 장편 영화 ‘최악의 영화’가 개봉한다. 김고은, 박소담 등 자신처럼 쌍거풀 없는 여배우들이 경쟁하듯 인기를 얻는 상황이 조금은 불안하지 않을까? “오히려 반갑죠. 미의 기준이 다양해진 만큼 시장도 더 넓어질 거라고 기대해요. 여배우를 위한 더 다양한 영화가 나왔으면 좋겠어요.” 지혜로운 여배우의 우문 현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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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