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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美 추가 금리인상 '속도' 문제…유럽·중국 '금리 엇박자'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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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제에 ‘체제 변동(Regime Change)’이 일어났다. 제로금리 시대는 저물고 금리 인상 시대가 막을 올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은 예상했던 대로다. 재닛 옐런 Fed의장은 그동안 기회 있을 때마다 연내 금리 인상을 공언해왔다. 무엇보다 Fed가 제시한 금리 인상 조건들이 충족됐다. 실업률은 5%까지 떨어졌다. Fed의 완전고용 기준(4.9%)에 임박했다. 인플레가 아직 기준미달이지만, 변동성이 심한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을 뺀 근원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2% 상승했다. 인플레가 이륙 준비를 끝낸 셈이다.

금리 인상을 최대한 늦춰보려는 비둘기파들의 열기는 마지막까지 불을 뿜었다. 대표 선수인 로런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15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에 “전반적으로 금리를 올릴 때의 위험요인이 금리를 (제로로) 유지할 때에 비해 더 심각할 것”이라고 썼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교수는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금리를 올리면 “(미국 경제에서) 좋은 뉴스들이 더 이상 나오지 않을 수 있다”며 금리 인상을 말렸다.

그러나 “인플레의 흰 눈동자를 보기 전에는 금리를 올리지 말라”는 이들의 주장은 이번엔 먹히지 않았다.

Fed는 이날 기준금리 인상으로, 더 이상은 제로금리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나타냈다. 글로벌 경제는 금리 인상이라는 ‘뉴 노멀(New Normal)’에 적응해야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이제 중요한 것은 Fed의 향후 움직임이다. 앞으로 금리를 얼마나 자주, 얼마나 큰 폭으로 올리느냐가 관건이다.

중요한 힌트가 있다. 옐런의 Fed가 보여온 의사결정 방식의 특징은 ‘데이터 의존적(data-dependent)’이다. 경기가 좋으면 Fed의 금리 인상은 빠르고 과감해지겠지만, 경기가 예상보다 나쁘면 Fed는 금리 인상에 소극적이 될 것이다.

전반적으로 금리 인상 경로는 순조롭지 않을 것이다. 우선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가라앉는 경기로 고심하고 있다. 유럽은 마이너스 금리를 더 내렸다. 중국은 공격적인 금리 인하를 계속할 태세다. 일본은 양적완화 확대를 검토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만 공격적으로 금리를 계속 올려나갈 수는 없다. 달러화 강세가 필연적이기 때문이다. 강달러는 미국의 수출을 줄이고 수입물가를 낮춘다. 간신히 살려낸 고용과 인플레 불씨에 찬물을 끼얹게 된다. 어느 때보다 얽히고 설킨 글로벌 경제 시스템이 미국의 나 홀로 금리 인상에 제약이 된다는 의미다.

게다가 이번에도 예상 못한 복병이 출현했다. 멈춘 줄 알았던 유가의 수직하락이 재현되고 있다. 배럴당 30달러선 붕괴가 공공연히 거론될 정도다. 유가 하락은 인플레의 발목을 잡는 것은 물론이고, 산유국들의 불황을 깊게 해 세계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운다.

무엇보다 옐런 자신도 “추가 금리 인상은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단순한 ‘립 서비스’가 아니다. 옐런은 한번 금리 인상을 시작하면 거침이 없었던 앨런 그린스펀 전 Fed의장과 근본적으로 다른 인물이다.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는 식의 신중함이 옐런의 트레이드 마크다. 옐런은 성급한 금리 인상으로 경기 회복의 불씨를 꺼뜨리길 원치 않는다.
세계 경제여건도 다르다. 그린스펀 시절 미국은 저돌적인 금리 인상으로 유명했다. 1994년에만 7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두 배(3.0%→6.0%)로 올린 것이 대표적이다. 그 기간 국제자본이 신흥시장에서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결국 멕시코가 나가떨어졌고(94년), 아시아는 외환위기를 맞았다(97년). 미 경제 역시 성장률이 둔화됐지만(94년 4%→95년 2.7%) 그런 대로 견딜 만 했다. 이번엔 사정이 다르다는데 시장의 인식이 일치한다. 미국의 체력은 그때와 같지 않다.

시장엔 Fed가 내년에 1%포인트 이상 금리를 올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다. 로이터통신의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내년 말 기준금리 예상치는 1~1.25%, 2017년 말엔 2.25%로 나타났다.

월가의 투자은행(IB)들도 Fed가 천천히 움직일 것으로 예상한다. 18개 IB중 9곳이 Fed가 내년에 ‘0.25%포인트씩 세 차례’ 금리를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비교적 분명해보이는 것이 있다. 어느 정도의 통화전쟁은 불가피하다. 달러화 강세가 각국 통화의 평가절하 경쟁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중국의 위안화가 그 깃발을 들고 있다.

‘체제 변동’이라고 하지만, 유럽과 중국처럼 금리를 내리는 곳도 있다. 신흥국은 금리를 내려야 할지 아니면 올려야 할지, 둘 중 하나의 선택을 강요받을 것이다. 하지만 경기가 채 회복되기 전에 금리를 올리면 경기가 더 죽을 것이고, 경기를 살리고자 금리를 내리면 외자 이탈을 각오해야 한다. 결국, 다져놓은 기초체력과 각국 정부의 경제운용 실력에 따라 승부가 갈릴 것이다. 신흥국 한두 곳에선 디폴트가 발생할 위험성이 다분하다. 세계 경제는 바야흐로 대불확실성(Great Uncertainty)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i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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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