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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용퇴 아닌 강퇴로 물러나는 검찰 고위 간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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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효식
사회부문 기자

김수남 검찰총장 체제 출범 후 첫 검사장급 이상 간부 인사를 앞두고 고위 간부들의 용퇴(勇退)가 줄을 잇고 있다. 고검장급에선 김경수(55·사법연수원 17기) 대구고검장과 조성욱(53·17기) 대전고검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한 기수 아래 18기 검사장 중에서도 강찬우(53) 수원지검장, 정인창(51) 부산지검장, 오광수(55)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장을 포함해 5~6명이 김현웅 법무부 장관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이런 용퇴는 ‘기수(期數) 문화’가 강한 검찰에서 매년 인사철이면 반복되는 특이한 현상이다. 뜻은 좋다.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기 위해 스스로 물러난다’는 의미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결코 아름답지 않다. 미리 법무부가 청와대와 협의해 ‘용퇴 대상자’ 명단을 추려 놓고 개별적으로 전화를 걸어 사표를 받는 식이라서다. 이번에도 김현웅 장관이 직접 지난 14일부터 대상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고검장 승진이 어렵다. 그동안 고생 많았다”면서 사표를 받았다고 한다. 용퇴가 아니라 ‘강퇴(强退·강제퇴출)’인 셈이다. 사의를 표명한 18기 검사장 대부분이 20대 초임 검사 시절부터 25년 이상 검사 생활을 했다. 검찰 내에서 ‘특수통’ ‘공안통’ ‘기획통’으로 열심히 일했고 검사장에 승진한 지 3~4년밖에 안 됐다. 현재는 전국 일선 검찰청에서 부정부패 수사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실력과 경험을 두루 갖춘 검사장들을 3년마다 반강제적으로 내보내는 게 과연 국가나 검찰 조직을 위해 바람직한 일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일부 용퇴 대상자를 두고는 청와대 특정 인사와 사이가 좋지 않아 찍어내기 당한 것이라는 뒷말까지 무성하다.

 ‘동기가 총장이 되거나 고검장이 됐다’는 이유로 물러나는 용퇴 관행은 검찰의 잘못된 기수 문화의 산물이다. 또 검찰 조직의 ‘연소화(年少化)’ ‘조로화(早老化)’를 부추기는 원인이기도 하다.

 이웃한 법원은 벌써 ‘평생법관제’를 도입해 법원장을 지낸 뒤 일선 법관으로 복귀해 재판을 맡는 게 자연스럽게 됐다. 올해 초 서울고법 부장판사로 복귀한 조병현(60·사법연수원 11기) 전 서울고등법원장이 대표적이다. 검찰 내에서도 잘못된 용퇴 관행을 바꾸려는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니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11년 8월 권재진 법무장관은 고검장 승진에 탈락한 곽상욱 부산지검장, 김영한 수원지검장을 포함해 연수원 14~15기를 대거 잔류시켰다. 당시 권 장관은 “평생 검사를 하고 싶어도 후배들 눈치 보여 나가는 잘못된 문화를 바꿔 보자. 남아서 더 봉사해달라”고 설득했다고 한다. “불과 4년 만에 과거의 폐습으로 돌아갔다”는 지적에도 검찰은 할 말이 없는 상황이다.

 법무부는 이르면 17일 이들이 물러난 빈자리를 21, 22기에서 열 자리 이상의 대규모 검사장 승진 인사로 채울 예정이다. ‘용퇴’ 이후 검사장 승진 인사가 인사권을 쥔 청와대의 ‘검찰 간부 줄 세우기’로 귀결되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정효식 사회부문 기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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