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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서울 디자이너다” 강원도 중학교서 원격 직업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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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오후 강원도 원주시 호저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서울에서 원격 강의 중인 연누리(32) 디자이너를 보며 열쇠고리를 만들고 있다. 이날 진로 수업은 강원·전북·경북 등 6개 중학교에서 동시에 진행됐다. 이범숙 진로진학 상담교사는 “농산어촌 학생들이 원격 수업으로 다양한 직업인을 접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인섭 기자]


강원도 원주 시내에서 자동차로 40분을 달려야 도착하는 호저중학교는 전교생이 36명인 작은 학교다. 가장 가까운 가게가 800m나 떨어져 있다. 10일 오후 2시 이 학교 3학년 1반 교실 앞 TV 화면에 가죽디자인 브랜드 ‘마이너텀’ 연누리(32) 대표가 등장했다. 교실에서 “와! 서울 디자이너다”라는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같은 시간 연 대표는 서울의 한 스튜디오에서 디자이너가 하는 일을 설명했다. 직선 거리로 약 80㎞ 떨어져 있는 강사와 학생을 연결시킨 것은 웹캠과 인터넷이었다. 연 대표의 강의는 실시간으로 호저중을 비롯해 대구, 전북 등 농산어촌 중학교 6곳 교실에 동시 송출됐다. 분할된 화면에는 수업을 듣는 6개 학교 교실도 비쳐져 강사가 학생 반응을 살펴볼 수 있었다.

 이 수업은 교육부가 내년부터 모든 중학교에 자유학기제를 전면 도입하기에 앞서 시범 운영 중인 ‘원격영상 진로멘토링’이다. 농산어촌 학교에 웹캠 등의 장비를 지급하고 다양한 직업인이 강사로 나선다. 자유학기제는 중학교 한 학기 동안 시험을 보지 않고 교과 수업은 최소화하는 대신 진로 체험을 강조하는 제도다. 하지만 농산어촌의 경우 진로 체험 기회가 도시에 비해 부족해 자유학기를 운영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교육부가 마련한 대안 중 하나가 원격영상 진로멘토링이다. 대상 학교는 올해 1084곳에서 내년 1500여 곳으로 늘리고 200개 이상 직업의 멘토를 확보할 계획이다.

 디자이너에 대해 알아보는 1교시 수업이 끝난 뒤 가죽 열쇠고리를 만드는 실습이 이어졌다. 연 대표가 시범을 보이며 “앞에 놓인 가죽 끝을 직각으로 자르고 흔들어 보세요”라고 말하자 5개 교실 학생이 일제히 가죽을 쥐고 흔들었다. 실습이 끝나고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서 대구 덕원중 학생이 손을 번쩍 들고 웹캠 앞으로 다가오더니 “얼마 정도 버나요”라고 묻자 모든 학생이 웃음을 터뜨렸다. 호저중 권예림(15)양은 “열쇠고리를 잘 만든다는 소리를 듣고 나니까 디자이너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고 했다. 이 학교 이범숙 교사는 “농산어촌 지역에서는 다양한 직업인을 만나보기 쉽지 않은데 원격 멘토링이 좋은 기회가 된다”고 말했다.

 농산어촌 지역 학생이 멘토를 직접 만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다. 지난 10월 출범한 ‘찾아가는 농산어촌 진로체험버스’가 대표적이다. 민간 기업과 단체 및 개인, 공공기관 등이 저마다 진로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해 체험 장비를 싣고 학교를 찾아간다. 이미 삼성전자사회봉사단·현대차정몽구재단 등 민간 기업의 사회봉사기관과 전국 대학,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진로멘토단, 각 시·도교육청 진로멘토단이 여기에 참여하고 있다. 교육부는 진로체험버스를 올해 368개 교를 대상으로 운영하고 내년에는 모든 농산어촌 학교로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달 5일 시계·나전칠기 명장과 드론 강사·성우·셰프 등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울릉도의 4개 중학교를 찾았다. 이날 오전 내내 학생들은 탁상시계를 조립해보고 드론을 직접 만들어본 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조종기로 날려보기도 했다. 애니메이션을 틀어놓고 성우 멘토를 따라 직접 대사를 읽기도 했다. 울릉중 강운식 교사는 “진로 체험 기회가 부족하다 보니 육지로 체험을 하러 나가야 하는데, 날씨가 나빠지면 안전 문제로 발이 묶이는 경우도 있었다.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학교가 필요로 할 때 멘토가 찾아올 수 있도록 제도가 정착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자유학기제가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농산어촌 지역을 지원하는 데 주력하기로 했다. 조재익 교육부 공교육진흥과장은 “도농 간 교육 여건 격차가 크기 때문에 기업이나 기관이 제공하는 진로 체험 프로그램을 농산어촌에 우선 배정하기로 했다. 또 학교에서 직업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다양한 직업인이 등장하는 직업 동영상을 2000여 개 제작해 배포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남윤서·노진호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사진=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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