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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마치고 30분 뒤 아이와 대화할 찬스…앞으로 얼마나 할지 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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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벨업(Level-up, 게임 경험을 쌓아 캐릭터 등급을 높임)·전직(레벨이 어느 수준에 오르면 직업을 바꿈)·파밍(Farming, 캐릭터 능력치를 올리기 위해 아이템 확보)·트롤링(Trolling, 일부러 다른 게이머를 방해하는 행동)….

 고1 아들을 둔 직장맘 이모(43)씨가 인터넷 등을 통해 배운 ‘게임 언어’다. 이씨는 “게임을 좋아하는 아들과 대화하기 위해 틈틈이 관련 정보를 찾아본다”고 말했다.

 이씨의 아들은 중2 무렵 온라인 게임에 빠져들었다. 뒤늦게 이를 안 이씨는 아들을 수차례 혼내고, 컴퓨터 키보드와 마우스를 감췄다. 하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오히려 ‘친구 집에 간다’고 하고 PC방에 가거나 책 속에 스마트폰을 숨긴 채 게임하는 일이 잦아졌다. 부모와도 멀어졌다. 이씨는 “내가 무슨 말을 꺼내려고 하면 미리 화부터 내거나 표정이 굳어져 방으로 들어갔다”고 말했다.

 고민 끝에 이씨는 방법을 바꿨다. 대화를 통해 아들이 즐기는 게임과 캐릭터, 좋아하는 이유를 차근차근 물었다. “한판에 45분쯤 걸린다”는 설명을 듣고 한 번에 1시간으로 제한했던 게임 시간을 1시간30분으로 늘렸다. 대신 컴퓨터 사용은 부모가 퇴근한 후 거실에서만 하기로 약속받았다. 가족 모두 밤에는 스마트폰을 쓰지 않는다는 규칙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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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달 지나 아들이 변하기 시작했다. 게임 시간은 줄고, 대신 책을 읽거나 가족과 보드게임을 하는 시간은 늘었다. 이씨는 “왜 게임을 하는지 이야기 나누면서 아들을 이해하게 됐고, 아들도 이런 내 마음을 받아들인 것 같다”고 밝혔다.

 겨울방학을 앞두고 자녀가 PC·스마트폰 게임에 빠진 집안에선 학부모의 한숨 소리가 그치지 않는다. 방학 기간 중엔 게임 중독을 상담하는 전문기관에 학부모의 상담 전화가 몰린다. 조성미 한국정보화진흥원 상담사는 “게임 중독에 빠지는 청소년은 주로 감정·신체 변화가 큰 사춘기 무렵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부모가 늦게 발견하거나 초기에 대처하지 못해 악화되는 일이 잦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부모 없이 혼자 있는 시간이 많거나 운동 등 별다른 취미생활이 없는 청소년, 가족·친구와의 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학생이 게임에 빠져들기 쉽다고 입을 모은다. 성적 좋고 활달한 학생도 예외는 아니다. 전교 5등 내에 드는 모범생이었던 이인호(19·가명)군은 중3 때부터 게임에 빠졌고, 대학생이 된 지금도 하루 5시간 이상을 한다. 부모가 컴퓨터를 없애자 집을 나와 PC방을 전전한 적도 있는 이군은 상담 중 “성적에 대한 부모님의 기대가 너무 높아 힘들었다. 게임 속 세상을 탈출구로 여겼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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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에 몰입한 자녀를 발견한 부모는 대개 심한 말로 꾸짖거나 컴퓨터 사용을 금지하려 든다. 대부분 효과는 없고 자녀와의 관계만 틀어진다. 우종민 서울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컴퓨터를 부수거나 상처 줄 만큼 화를 내면 애들은 부모를 ‘폭력적인 사람’이라고 인식한다. 자녀의 자존감만 크게 떨어진다”고 경고했다. 평소 자녀에게 시간을 투자하지 않던 부모라면 ‘왜 갑자기 나타나 난리냐’는 반감을 품을 수도 있다.

 부모의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 하지현 건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어른들이 어릴 때 고무줄·땅따먹기·술래잡기를 했던 것처럼, 요즘 아이들에겐 게임이 자연스러운 놀이 문화다. 부모가 이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장 끊게 하는 데 급급하는 대신 자녀가 스스로 조절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자녀가 즐기는 게임의 구조, 게임 소요 시간 등을 알아두는 게 좋다. 어기준 한국컴퓨터생활연구소장은 “게임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아이를 다그치기만 한다면 자녀는 정확한 답을 피하거나 거짓말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게임 시간의 제한은 자녀와의 ‘협상’을 통해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어느 정도 허용하되 컴퓨터·스마트폰을 이용하는 공간 등을 제한하는 게 바람직하다. 자녀와 서로 약속을 하고, 자녀 스스로 약속 내용을 종이에 적어 가족 모두가 볼 수 있는 곳에 붙이는 방법도 있다. 어기준 소장은 “게임을 막 마치거나 진행 중인 때에는 뇌가 몰입하고 있어 어떤 대화도 통하지 않는다. 게임을 마친 뒤 30분 정도 지나 차분히 대화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게임 밖 세상이 게임보다 즐겁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는 것도 부모의 몫이다. 게임·인터넷 중독 청소년을 치유하는 청소년인터넷드림마을캠프의 심용출 운영부장은 “농구·축구 등의 운동, 취미 활동, 가족 여행을 통해 게임 외에도 즐길거리를 만드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또한 부모도 자녀와 함께 있는 시간에는 가능한 한 PC·스마트폰 이용을 자제하는 게 좋다.

 무엇보다 부모와의 관계 회복이 중요하다. 윤명숙 전북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부모와 애착이 강한 아이들이 중독에 잘 빠지지 않고 벗어나기도 쉽다. 부모가 아이를 이해하고 합리적으로 대화할 때 아이의 자기조절 능력을 키워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백민경 기자 baek.mi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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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