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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기 로프 하강 때 부상 걱정 없앤 해경 ‘발명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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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일호 경위가 자신이 발명한 헬기 패스트 로프용 하강 장비(원 안)를 시연하고 있다. 둘레 24.5㎝, 세로 25.5㎝인 이 장비는 가죽으로 만들어졌으며 마찰열을 줄여 손바닥 부상 위험을 없앤 게 특징이다. 곽 경위는 특공대 소속으로 대테러 업무를 맡고 있어 얼굴 노출은 피했다. [사진 중부해양경비안전본부]


1999년 7월 충북의 육군 헬기 강화 훈련장. 훈련을 마친 군인들의 손바닥에 붉은 줄이 생겼다. 헬기에서 로프를 타고 내려오면서 발생한 마찰열로 인한 상처였다.

 당시 하사로 군복무를 했던 중부해양경비안전본부 특공대 곽일호(36) 경위는 이런 점이 늘 안타까웠다. 고민은 군 전역 후에도 이어졌다. 2004년 11월 해경에 들어간 뒤 8년 여를 특공대 소속으로 근무하면서 매달 헬기 강화 훈련을 받았기 때문이다.

 “로프 하나에만 의지해 헬기에서 10~15m를 내려와야 해요. 손이 아파도 줄을 놓을 수가 없죠. 통증을 줄이려고 급하게 내려오다 발목에 부상을 입은 사람도 있어요. 그래서 부상방지법을 계속 생각하게 됐죠.”

 곽 경위가 ‘헬기 패스트 로프(FAST ROPE)용 하강 장비’를 발명하게 된 이유다. 패스트 로프는 헬기에서 로프를 타고 내려와 건물 등으로 뛰어드는 공중 침투법이다. 하강 전용 장갑이 있지만 손바닥 등에 물집이 잡히거나 상처를 입는 일을 피하긴 어렵다.

 반면 그가 발명한 하강 장비는 로프에 장착해 붙잡고 내려오면 되기 때문에 부상을 입을 염려가 없다. 장비와 대원의 몸을 연결하는 장치도 마련해 로프를 놓친다고 해도 안전하다. 진재국 중부해양경비안전본부 특공대장은 “전용장갑은 두꺼워서 소총 방아쇠에 손가락이 들어가지 않는 어려움이 있다”며 “곽 경위의 장비는 얇은 장갑만 껴도 돼 한결 좋다”고 말했다. 해경은 이 장비를 이달 안에 훈련에 도입할 예정이다.

 그가 본격적으로 장비 개발에 착수한 건 2012년부터다. 낮에는 훈련을 받고 저녁엔 장비를 연구하던 시절, 설상가상 큰아들(8)이 악성 재생불량성 빈혈 판정을 받았다. “2년 안에 골수이식 수술을 받지 못하면 사망할 수도 있다”는 시한부 선고도 함께였다.

 가족 중에는 골수 조직이 맞는 사람이 없었고 이식 시스템을 뒤져 적합자를 찾았지만 거부당하기도 했다. 입원비와 항암 치료비로만 1억원 넘게 들었다. 그는 “처음엔 ‘아이도 아픈데 포기할까’라는 생각도 했지만 같은 해경인 아내가 ‘지금까지 노력해온 만큼 꼭 개발에 성공하라’며 응원해 줬다”고 말했다.

 이렇게 해서 헬기 패스트 로프 하강 장비가 탄생했고 지난해 2월엔 특허출원도 했다. 때마침 아들의 병세도 호전돼 완치 판정까지 받았다. 곽 경위는 이 장비로 17일 행정자치부가 공무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2015년 중앙우수제안’ 과학기술 분야에서 은상을 수상한다. 상금 300만원은 모두 기부하기로 했다. “아이 상태도 좋아졌고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에게 기부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인천=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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