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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잡초다 롯데도 나처럼 질겨질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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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트를 최대한 짧게 잡았다. 키(1m78㎝)는 크지 않았고, 몸을 잔뜩 웅크렸다. 그러나 투수를 노려보는 그의 눈빛은 누구보다 매서웠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조원우(44) 신임 감독은 선수 시절 작지만 끈질긴 ‘악바리’였다. 1994년 쌍방울에 입단해 2008년 한화에서 은퇴할 때까지 주로 우익수로 뛰었던 조 감독은 통산 타율 0.282, 홈런 68개를 기록했다. 성적은 뛰어나진 않았지만 근성이 강하기로 유명했다. 특출한 재능은 없었지만 넘어지고 일어서길 반복하며 15년을 버텼다. 99년 고관절 부상으로 선수 생명이 끝날 위기에 몰렸지만 9년을 더 뛰었다.

 코치가 되고서도 마찬가지였다. 선수나 구단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껏 후배들을 가르쳤다. 카리스마 있는 그를 ‘미래의 감독’이라고 부르는 선후배가 여럿 있었다. 최근 수년간 리더십 부재로 고민했던 롯데가 그에게 지휘봉을 맡긴 이유가 바로 이거다. 16일 전화 인터뷰를 하는 동안 조 감독은 근성·투지·끈기라는 단어를 쓰고 또 썼다. 넥센과 SK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끝난 지난 10월 7일 밤, 롯데 구단은 당시 조원우 SK 수석코치에게 전화를 걸어 감독 제의를 했다. 지난 3년간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롯데가 조 감독의 근성에 투자하기로 한 것이다. 조 감독은 “자신있다. 선수 시절부터 나는 잡초처럼 살아왔다. 그동안 느끼고 배운 것들을 바탕으로 부딪히고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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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롯데 감독을 두고 ‘독이 든 성배’라고 하는데.

 “기회는 항상 찾아오는 게 아니다. 감독이 아무나 하는 자리도 아니고.(웃음) 부산에서 태어나서 자랐고, 코치로 롯데 유니폼을 입은 적도 있다. 부산팬들을 잘 알고 있다. 승부의 세계에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면 비난을 받는 게 당연하다. 각오는 하고 있다. 롯데는 도전자 입장이다. 좋은 성과를 내 팬들의 마음을 돌리고 싶다.”

 - 감독 제의 받았을 때 어떤 생각이 들던가.

 “사실 꽤 당황했다. 넥센과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끝나고 인천으로 돌아가는 길에 전화를 받았다. 나를 코치로 영입하겠다는 줄 알고 거절하려 했다. 그런데 감독 제의였다.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갔다. 누구와 상의할 겨를도 없이 수락하게 됐다.”

 - 롯데가 어떤 점을 좋게 본 것 같나.

 “선수 은퇴 후 2009년부터 코치를 하면서 배우고 느낀 게 많았다. 그걸 행동으로 옮겼다. 결과를 두려워하지 않고 소신껏 일한 것에 대해 점수를 받았다고 생각한다.”

 - 밖에서 본 롯데는 어떤 팀이었나.

 “올해 이종운 감독님이 좋은 분위기를 만드셨다. 성적이 좋았다면 이 감독님에 대한 평가가 달랐을 거다.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롯데 선수들의 플레이에서 단단함이 부족하다는 걸 느꼈다.”

 - 롯데는 어떻게 변해야 하나.

 “끈기있는 팀 컬러를 만들고 싶다. 경기를 하는 3~4시간 동안은 누가 보더라도 ‘ 선수들이 근성있다’는 생각이 들도록 하겠다.”

 - 11월 가을캠프를 지휘했는데.

 “최준석(32)·문규현(32)·박종윤(33) 등 고참 선수들이 솔선수범하니 후배들도 자연스럽게 따르는 분위기가 됐다. 선수들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

 - 훈련량이 많았나.

 “아침 5시에 일어나 훈련했다. 훈련을 많이 해야 한다는 소신이 있는 건 아니다. 베테랑들에게 20대 선수들과 같은 훈련을 하라고 요구할 순 없다. 대신 훈련시간에는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

 롯데는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선발 투수 송승준(4년 40억원)을 잔류시켰고, 손승락(4년 60억원)·윤길현(4년 38억원) 등 불펜투수를 영입하는데 138억원을 투자했다.

 - FA 영입 결과는 만족하나.

 “구단이 최고의 선수들을 영입해줘 고맙다. 힘이 난다. 손승락은 훌륭한 마무리 투수고, 윤길현은 셋업맨으로서 큰 힘을 보탤 수 있다. 여기에 정대현이 가세하면 뒷문이 단단해질 것으로 본다.”

 -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렸던 손아섭(27)·황재균(28)이 팀에 남게 됐다.

 “(포스팅에 실패했다는) 소식을 듣고 안타까웠다. 기초군사훈련을 받고 있는 두 선수가 훈련소에서 나오면 위로해줄 생각이다. 두 선수 모두 강인한 정신력을 갖고 있어서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 잘 극복하리라 믿는다. ”

 - 선수단이 정하던 주장을 직접 뽑겠다고 했다.

 “(감독이 주장을 지명하는 게) 낯설 수도 있는데 선수들이 흔쾌히 동의해 줬다. 팀 내부 사정을 정확히 알아보고 결정할 것이다. 리더십 있는 선수를 주장으로 임명하겠다.”

 - 현재 롯데 전력을 냉정하게 평가한다면.

 “주위에서 걱정하는 것보다 전력이 나쁘지 않다. 좋은 투수 2명을 보강했기 때문에 준비를 잘한다면 가을야구를 할 수 있다. 우리는 3년 동안 실패했다. 이 점을 선수들에게 강조할 생각이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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