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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경제 정책, 저성장 벗어날 ‘큰 그림’이 안 보인다

정부가 어제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경제장관회의를 거쳐 내년 경제정책방향(경방)을 확정·발표했다. 경기 회복과 구조개혁이라는 ‘두 마리 사자’를 모두 잡겠다는 게 뼈대다.

 내년 경제성장률은 3.1%, 물가성장률은 1.7%로 각각 내다보고 수출보다 내수 진작에 초점을 뒀다. 이를 위해 상반기 재정 조기 집행, ‘코리아 블랙 프라이데이’의 정례화, 유커 관광객 유치 확대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국민연금의 국내 부동산·인프라·사모펀드 투자를 확대하고, 그린벨트를 풀어 민간 임대주택인 뉴스테이 5만 가구분을 공급하기로 했다. ‘규제 프리존(free zone)’과 수출금융 확대 같은 기업 지원책도 포함됐다. 경제 살리기를 위해 재정·통화 정책은 물론 연기금·민간까지 총동원해 돈을 풀겠다는 얘기다. 체감 경기를 살리면서 잠재성장동력까지 확충해야 하는 정부의 고민이 묻어난다. 연 1.5~2.5%인 한국은행의 물가관리 목표를 2%라는 숫자로 고정한 것도 디플레이션 우려를 차단하려는 고육지책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목표가 너무 낙관적이다. 한국 경제를 둘러싼 여건은 내년에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금리 인상과 중국의 성장 둔화가 세계 경제 회복세를 지연시킬 것이다. 저출산·고령화 등 내수 침체를 초래하는 요인도 그대로다. 그렇다고 이번 경방에 기존 정책과 차별화된 획기적인 내용이 들어 있는 것도 아니다. 정부의 ‘돈 풀기’가 경기 회복의 마중물이 되지 못한 채 세수 부족과 추가경정예산 편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될까 우려된다. “물가상승률을 포함한 경상성장률을 기준으로 5%를 달성하겠다”는 얘기도 자칫 기업과 가계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고 정부의 성과를 과장하려 한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

 ‘두 마리 사자’를 잡을 구체적 수단이 눈에 띄지 않는 점도 문제다. 특히 내년 경제의 성패를 가를 구조개혁 방안이 미흡하다. 구조개혁은 대통령이 강조하는 노동·공공·금융·교육 등 4대 개혁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끝나는 게 아니다. 4대 개혁은 경제를 뒷받침할 인프라일 뿐이다. 이를 토대로 잠재성장동력을 끌어올리고 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규제 완화라는 당근과 경쟁 촉진이라는 채찍을 통해 기업 투자와 기업가 정신을 부추기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하지만 이번 경방에선 그런 대목이 부족하다. 중국의 추격을 뿌리칠 수 있는 산업 재편 전략과 좀비 기업이 왜곡하고 있는 한계산업 효율화 방안 등이 눈에 띄지 않는다.

 한국 경제는 저성장이라는 만성질환의 초기 단계를 앓고 있다. 인구구조 악화와 신수종 산업의 부재로 1990년대 일본처럼 장기불황에 접어들 것이란 우려가 크다. 이런 우려를 불식하고 역동성을 회복하려면 낙관론만으론 안 된다. 경제주체들을 설득할 수 있는 논리, 체질을 개선하고 혁신을 유도하는 근본 처방이 병행돼야 한다. 하지만 이번 경방은 만성질환에 일회용 반창고만 잔뜩 처방한 인상을 준다. 정부마저 한국 경제의 미래와 ‘큰 그림’을 보여주지 못하는 상황이 유감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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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