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중앙시평] 김정은이 꼭 읽어야 할 책

기사 이미지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남북 차관급 회담 결과에 대해 김정은의 실망감은 클 것이다. 금강산 관광 재개 제안을 남한이 받아들이지 않아서다. 최근 북·중 무역과 근로자 해외 송출에서 오는 외화 수입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할 것이다.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열병식 연설에서 “위대한 인민, 사랑하는 인민”을 수차례 외친 김정은은 외화 수입이 부족해 인민 경제를 발전시킬 수 없다고 좌절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국부론』은 강성대국 가는 길 안내
그대로 경제정책 펴면 경제 살 것
먼저 시장 거래 자유화하면
남한보다 경제성장률 높아질 것
시장경제 인정하지 않는 나라가
성공할 수 없음은 이미 밝혀져

 이런 김정은에게 반드시 권하고 싶은 책이 있다. 바로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이다. “『국부론』? 이는 자본주의 경제의 골격을 그린 책이 아닌가. 어떻게 이런 책을 주체사상에 투철한 사회주의 국가 지도자가 읽을 수 있단 말인가”라고 반응할 수도 있다. 그러나 차분히 생각할 수 있기를 바란다. 북한이 건설하고 싶은 나라는 ‘강성대국’이며 그 기초는 경제다. 『국부론』은 제목 그대로 강성대국으로 가는 길을 가르쳐주는 책이다. 이 책이 제시하는 대로 경제정책을 펴면 금강산 관광 수입이 없어도, 북한 근로자들이 악조건에서 일해 바치는 충성자금 없이도 북한 경제는 살아날 수 있다.

 
기사 이미지
 『국부론』에 따르면 한 나라의 부는 그 나라가 취득하는 금과 은이 아니라 생산하는 재화의 양에 달려 있다. 이 놀라울 정도로 간단명료한 진단이 중상주의(重商主義)체제를 극복하고 경제 발전을 이루는 초석이 되었다. 기원전부터 17~8세기까지 수천 년 동안 별 변화가 없었던 전 세계의 평균 1인당 실질소득은 산업혁명과 애덤 스미스의 처방이 결합한 결과 수십 배로 증가했다.

 북한은 중상주의적 경제정책을 펴고 있다. 이른바 외화 수입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남한 및 중국 관광객 유치, 지하자원 수출, 해외 근로자 파견 등 주요 정책이 외화 수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지속적이며 확대 재생산이 가능한 경제 발전 방안은 수출 가능한 상품을 만드는 것이다. 외국에 수출할 수 있는 제품만 만들 수 있다면 외화 수입은 자동적으로 따라오는 결과다. 김정은은 원인과 결과를 거꾸로 이해하고 있다. 북한의 문제는 제도적 제약 때문에 재화 생산이 증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제도적 제약을 푸는 것이 강성대국으로 가는 길이다.

 애덤 스미스의 조언을 제대로 따른다면 북한의 정책 결정자는 다음의 정책을 추진할 것이다. 먼저 시장 거래를 자유화하는 것이다. 『국부론』의 첫 문장은 분업이 가지고 온 생산성 증가 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그리고 분업은 시장의 크기에 좌우된다고 진단한다. 즉 시장이 생기면 사람들은 자신이 잘하는 한 가지 일에 집중해 일하고 잉여 생산물을 시장에서 교환한다는 것이다. 분업은 기술 개발과 숙련도를 증가시키기 때문에 재화 생산이 늘어나고 이것이 시장 규모를 키워 다시 분업을 자극하는 선순환 효과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북한은 오랫동안 시장 거래를 단속해 왔다. 경제성장에 반하는 정책을 편 것이다. 다행히 김정은 정권은 시장 거래를 암묵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서 더 나아가 시장 거래를 공식적으로 자유화하면 북한 경제성장률이 남한보다 높아질 수 있다.

 애덤 스미스의 두 번째 조언은 어떻게 재화 공급을 증가시킬 것인가와 관련돼 있다. 사기업 창업이 가능하도록 허용하고 시장에서 국유기업과 공정하게 경쟁하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다. 현재 북한에서도 소규모의 비공식 사유화가 진행되고 있는 듯하다. 예를 들어 국유기업은 버스와 트럭을 개인 운송사업자에게 임대해 수입을 챙긴다. 공식적으로는 임차권을 준 것이지만 실제는 소유권과 비슷하다. 식당·이발소·목욕탕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대부분의 사경제 활동이 외국에 수출할 수 없는 서비스 부문에 집중돼 있다는 것이다. 만약 교역재를 생산하는 제조업 부문에 사기업 창업과 시장 진입이 허용된다면 연평균 4% 이상의 경제성장도 가능하다. 그리고 농업 부문에서 가족농 제도를 도입하고 계약책임제를 철저히 시행한다면 북한 경제가 매년 6% 이상 성장하더라도 놀라운 일이 아닐 것이다.

 애덤 스미스의 마지막 조언은 차가운 사실에 기초한다. 시장경제체제 이외 다른 체제는 실패한다는 것이다. 시장경제체제는 강성대국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 애덤 스미스 테제는 200년 이상의 수많은 검증에서 확실한 사실로 밝혀졌다. 반면 시장 거래를 인정하지 않고 사기업 활동을 막는 사회주의 경제는 성공할 수 없다. 이 역시 옛 소련·동유럽·중국·베트남·쿠바 등 사회주의 경제의 경험에서 이미 밝혀진 바다. 금강산 관광 재개의 문이 열리지 않고 모란봉악단의 중국 공연이 취소되어 북한 권력자의 마음은 불편할 것이다. 그러나 그 성공보다 훨씬 더 좋고 더 나은 길이 있다. 『국부론』을 읽고 애덤 스미스의 조언을 따르는 길이다.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태그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