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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금 집단대출 제동 … 강남재건축 발목 잡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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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이모(43)씨는 내년 봄 강남권의 재건축아파트 일반분양분(114㎡, 분양가 12억원)에 청약할 계획이다. “계약금 1억2000만원(10%)만 마련하면 중도금 7억2000만원(60%)은 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분양대행사의 설명을 듣고서다. 그런데 이런 이씨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내년부터 정부의 중도금 집단대출 보증이 일정 금액(3억원+α) 밑으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은행은 통상 정부 보증액까지만 집단대출을 해준다. 보증금 한도가 4억원이라면 이씨는 나머지 중도금 3억2000만원을 알아서 마련해야 한다. 이씨는 “중도금 대출 한도가 줄어들면 현금 여력이 없기 때문에 강남 입성을 포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부터 대출을 받아 10억원 이상 고가 아파트를 분양받는 게 어려워진다. 10억원이 안 되는 아파트라도 여러 채를 분양받는 게 쉽지 않게 된다. 중도금 집단대출의 70%가량을 책임지는 공공기관인 한국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1인당 보증한도(3억원+α)와 보증이용 건수(2건+α)가 제한되기 때문이다. 1인당 3억원 이내 최대 2건이라는 제한 기준이 있는 주택금융공사의 집단대출 보증제도를 벤치마킹했다. 정부는 16일 발표한 내년 경제정책 방향을 통해 이런 내용을 포함한 ‘선제적 리스크(위험) 관리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가 내놓은 보증 제한 방안은 갈수록 불어나고 있는 집단대출의 거품을 빼기 위한 고육책이다. 집단대출은 신규 분양 아파트의 입주 예정자가 단체로 은행에서 받는 대출로, 중도금·잔금을 합쳐 분양가의 70%까지 빌릴 수 있다. 올 들어 9월까지 중도금 집단대출은 9조1000억원(32조5000억원→41조6000억원) 늘어날 정도로 증가세가 가파르다. 그중에서도 핵심 표적은 최근 분양가 고공행진이 이어지고 있는 서울 강남권과 부산·대구 등 지방 광역시다. 이들 지역에선 “일단 분양받은 뒤 집값이 오르면 입주 전에 팔자”는 심리로 신용도가 낮은데도 집단대출을 받는 이가 많다.

 그런데도 집단대출은 지난 14일 발표한 ‘주택담보대출 가이드라인(분할상환·고정금리 유도)’ 대상에서 빠졌다. 직접적인 대출 규제를 하면 아파트 분양시장이 침체될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대신 정부가 택한 방법이 공공기관의 대출 보증을 축소하는 우회 규제다. 정은보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실수요자 중심의 중도금 대출 시장 정착을 위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이렇게 하면 집단대출로 부족한 중도금은 개인 대출이나 건설사의 연대보증을 통해 받아야 한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건설업계의 높은 부채비율을 감안하면 연대보증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주택건설업계에서는 서울 강남 재건축을 비롯한 분양시장의 위축을 우려한다. 백준 J&K도시정 대표는 “재건축 사업의 수익성이 악화돼 사업이 멈춰 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물론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 평균 아파트 값이 5억원이기 때문에 일부 강남권 아파트를 빼면 보증한도를 3억~4억원으로 제한해도 중도금을 충분히 빌릴 수 있다”고 말했다.

 분양시장 과열을 막는 대신 임대주택은 늘린다. 내년에 중산층용 기업형 임대주택인 ‘뉴스테이’ 5만 가구의 부지가 확정된다. 올해(2만4000가구)의 두 배가 넘는 규모다. 갈수록 심해지는 전세난을 해소하는 동시에 ‘월세난민’ 양산을 막자는 취지다. 정부는 내년 수도권 등에서 10여 개 부지를 새로 선정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수도권 인근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과 농업진흥구역을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재건축 사업 지연 단지의 일반분양분을 뉴스테이로 매입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내년부터 펀드 수수료를 성과에 연동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지금은 펀드 수익률이 마이너스가 나더라도 투자자가 원금의 1~2%를 매년 수수료·보수로 판매사와 운용사에 줘야 해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러나 내년 3월부터는 수익률이 마이너스가 나면 수수료를 적게 주고, 수익률이 좋으면 수수료를 더 준다.

이태경·황정일 기자, 세종=김민상 기자 uni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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