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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흔든 시 한 줄] 유안진 시인·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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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마다 눈물로 가는 바위가 있기로

쌀가마니 옮기다 떠올라 꼬리표에 써내린 시

긴 한밤을 눈물로 가는 바위가 있기로

어느 날에사 어둡고 아득한 바위에

임과 하늘이 비치리오.

- 박목월(1915~78), ‘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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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마다 눈물로 바위를 갈아서 거울을 만드신 청년 시인 박목월! 임과 하늘이 비치는 바위 거울을 위해 밤마다 눈물로 새우신 스승 박목월 선생님! 임과 하늘이야 사람이거나 작품이거나 조국이거나 신앙이거나…. 원효로 네거리 심정다방에서, 내 습작을 보시다가 돋보기를 스포츠 머리로 치키며 하시던 말씀, 아직도 귀에 들리고 마주한 듯 눈에 선하다.

 “유군! 메모지를 갖고 댕겨야 한데이. 시는 아무때나 불쑥 써지기도 하이까.” 바로 위의 이 작품이 그렇게 써졌다고. 젊은 날 직장 금융조합에서, 공출미 쌀가마니를 옮기는데 갑자기 시상이 떠올라 쌀가마니 꼬리표에다 얼른 쓴 거라고.

 “시는 밤새도록 쥐어짠다고 되는 게 아이제. 갑제기 가슴에 써지는 기라.”

 가슴에 써진다! 이 말씀과 함께, 아직도 흰 홑적삼에, 대님도 안 맨 홑바지 차림의 맨발로 백고무신을 끌며 어두운 다방을 들어오시던 박 선생님을 뵈며 일어서 맞는데-. 처음 뵙던 날 설렁탕집에서, 선생님 옆의 소금 그릇을 당겨오지 못해, 맨 설렁탕을 먹으며 쩔쩔매는 나를 보시고 저런 숙맥이니 시는 곧잘 쓰겠다 싶었다던 웃음과 함께. 벌써 탄신 100주년을 맞았다. 향년 62세, 너무 일찍 가셔서 너무너무 그립다.

유안진 시인·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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