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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깊이보기] 서울 특목고·자사고에서 교육과정 배우러 오는 일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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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동아리 ‘이과수’ 학생들이과학 실험을 하고 있다.


충청남도 논산시에 위치한 논산대건고등학교(이하 대건고)는 1946년 개교한 가톨릭재단의 사립학교다. 지방 일반고지만 서울에 있는 특목고·자사고 등과 나란히 성적 우수 고교 목록과 SKY 진학 우수 학교 목록에 해마다 이름을 올리는 학교다. 2015학년도 수능에서는 국어·수학·영어 표준점수 평균 합계 순위 100개교(특목고·자사고·자공고 포함) 중 63위를 기록했다.

 
학생 85% 기숙사 생활…휴대전화?사교육 금지
수업 내용 프린트 주고, 필기 대신 20분 토론 지도
운동·진로·예절 배우는 ‘PESS’ 프로그램 도입


매주 금요일 아침 50분간 모둠 명상

대건고의 교육 목표는 인성 교육과 학력 신장의 조화다. 이 학교 강승구 교장은 “인성 교육이 바탕이 될 때 진정한 학력 신장으로 이어진다”며 “학교는 공부만 잘하는 학생을 키우는 곳이 아닌 더불어 살고 나누며 사는 인간으로의 도덕성을 갖춘 인재를 키우는 곳”이라고 말했다.

 전교생의 85%가 기숙사 생활을 하는 대건고는 매일 아침 7시30분에 담임교사와 함께 5분간 줄넘기를 하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한다. 비가 올 때나 추운 겨울에는 맨손체조와 스트레칭을 한다. 강 교장은 “하루 10여 시간 이상 앉아서 생활하는 학생들에게 짧은 시간이지만 규칙적으로 몸의 긴장을 풀 기회를 줘야 한다”며 “5분 줄넘기는 30분 조깅 효과를 지녔을 정도로 운동 효과가 뛰어나다”고 말했다.

 매주 금요일 아침 7시40분부터 8시30분까지는 명상의 시간이다. 5~6명이 하나의 모둠이 돼서 돌아가며 모둠장 역할을 맡는다. 6주 마다 새로운 모둠을 구성한다. 명상 시간이 시작되면 음악이 흐르고 지도교사는 자신과의 만남, 이웃과의 만남, 자연과의 만남, 사물과의 만남, 사건과의 만남 등에 대한 명상 자료를 나눠준다. 학생들은 그에 대한 내용을 생각해본 후에 떠오른 생각을 글로 적는다. 그러고 나서 친구들과 돌아가며 자기 생각을 나눈다. 강 교장은 “요즘 아이들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명상의 시간을 갖지 않는다”며 “명상은 사고력을 심화시키고 통합적 사고력을 키우는데 효과적일 뿐 아니라 성숙한 인간관계, 미래에 대한 설계 등 다양한 측면에서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3학년 김영환군은 “명상 프로그램에 반해서 입학했다”며 “신체, 정서, 학습과 봉사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자신을 발전시키는 교육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군은 명상 시간을 통해 자신의 꿈에 대한 구체적인 생각을 할 수 있고 친구들과 생각을 나누면서 타인을 배려하고 이해하는 힘을 길렀다고 한다.

 대건고는 사교육을 금지하는 기숙사 학교다. 휴대전화 교내 반입도 금지돼 있다. 교내에는 층별로 전화룸이 마련돼 있고 공중전화 부스도 곳곳에 설치돼 있다. 유승호 교감은 “아이들이 기숙사에 있다 보니 연락이 안 돼서 답답하게 느끼는 학부모도 있다”며 “공중전화나 학교로 전화하면 언제든지 학생과 연락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휴대전화 활용 방안은 매년 학기 초 학생과 교사가 모여 회의를 거쳐 결정한다. 지금까지는 학생들이 휴대전화 사용 금지에 찬성했다. 3학년 조성환군은 "휴대전화가 없는 것에 불편함이 없다면 거짓말일 것이다”며 "정보를 얻기에도 불편하지만 그 때문에 생각하는 연습, 타인의 말을 듣는 연습이 돼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훨씬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교육 금지에 대한 학교의 입장은 확고하다. 강 교장은 “중학교까지 사교육에 의지하던 아이들일수록 사교육 못 받는 걸 불안해한다”며 “사교육 의존도가 높은 학생과 공교육 중심으로 공부한 학생을 비교 분석한 결과 공교육 중심의 학습이 더 나은 결과를 얻었기 때문에 사교육은 전면 금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공교육으로 사교육을 대체하기 위해 모든 교사가 논술 연수, 진로·진학 연구 등을 통해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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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끝난 고3도 학교서 논·구술 준비

대건고는 다양한 종류의 공개수업을 한다. 전 교과 모든 교사가 반드시 교장과 교감이 참관하는 공개수업을 해야 한다. 동료 장학의 날도 있다. 1년에 2번 방과 후 자율학습 시간인 8교시에 연구 공개수업을 한다. 같은 교과 교사들이 연구 수업을 참관하고 의견을 나누며, 각자 수업 방식의 장점을 공유하고 더 나은 방법을 모색하는 등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학부모 대상 공개 수업도 1년에 4번 있다. 사교육을 하지 않기 때문에 느끼는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자리다.

 대건고 교사들은 대부분 논술지도사 자격증을 갖고 있다. 수능이 끝난 고3도 학교에서 논술 준비와 면접 준비를 한다. 유 교감은 “논·구술 지도와 면접 지도 모두 학교에서 하고 있다”며 “고급수학이나 심화영어를 교사들이 직접 가르칠 정도로 교사들의 역량이 뛰어나다”고 했다.

 대건고는 3학년 1학기 자연계열 학생들을 대상으로 대학 수준의 고급수학을 가르친다. 이외에 물리실험, 화학실험, 생명과학실험을 통해 실험 설계에서 결과 도출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는 과학 실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사회과학 과목은 교과 교실제의 특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교과별 집중 이수제를 실시하고 있다. 사회 교과 7개 중 4과목 선택, 과학 교과 4개 중 3과목을 선택해 집중 이수한다.

 기숙사에서는 국어·수학·과학 등 특정 과목의 우수한 학생들이 또래 학습 멘토 역할을 한다. 주요 과목에 10명 정도가 학습 멘토로 활동하는데 학습 동아리 형태로 운영하거나 부족한 과목을 배우고 심화학습을 하는 등 학생 자율로 운영하고 있다.

 

20년 전부터 시작한 수준별 이동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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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영어 과목의 수준별 이동수업은 95년부터 실시했다. 97년부터는 ‘토요일 책가방 없는 날’을 만들었다. 이날은 학생들의 특기·적성을 살리고 취미 활동과 학습 연계 활동 등을 한다. 99년 OECD 교육프로젝트 심사단 실사 보고서에 최우수 고교로 선정됐고, 2005년에는 교육과정 전국 최우수 고교로 선정됐다. 2009년엔 교육 과정 혁신학교로, 2013년엔 고교 교육력 제고 선도학교로 선정됐다. 강 교장은 “매년 특목고, 자사고 등 서울의 많은 학교가 답사를 온다”며 “현재 보편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수준별 수업이나 학생 특기·적성 수업 등 교육과정의 대부분을 다른 학교보다 먼저 시작했다”고 말했다.

 유 교감은 “대건고의 수업은 교실에서만 이뤄지지 않는다”며 “학생들에게 교육적 효과가 있다고 판단되면 어디든 교실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숙제나 수행평가도 매우 다양하게 이뤄진다. 학습 목표에 맞는 연극을 만들어 공연하기, 나라별 정치적 특색을 찾아 연구·토론하기 등 학생 스스로 학습 내용을 구성해 수업 이해도를 높인다. 수업 방식 역시 전통적인 방식에서 탈피해 교사들이 자체 제작한 학습 참고 자료 및 형성평가 문제 등을 학생에게 제공하고 있다. 강 교장은 “필기 20여 분의 시간을 절약해 수업 후 학생들 간 토의나 토론이 이어질 수 있도록 했다”며 “효율적인 방법에 대한 모색으로 공교육의 가장 바람직한 모델이 되고자 한다”고 했다.

 2학년 윤승군은 PESS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한 수업을 좋아한다. PESS 프로그램이란 신체적(Physica), 정서적(Emotional), 영적(Spiritual). 지적·봉사적(Study·Service) 측면의 균형적인 자기 계발을 통해 성숙한 인간으로 성장시키고자 하는 전인교육 프로그램으로 2006년 신설됐다. 신체적 역량 부문은 학교 스포츠클럽 운영, 대건 스포츠 리그전, 계룡산 등반, 급식 소위원회 같은 1인 1기 관련 프로그램이다. 동아리 활동, PESS 플래너 작성, 예절교육, 성년식, 전통놀이 등을 통해 진로 포트폴리오 경진대회 등 다양한 분야와 역사 의식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전교생이 사용하는 PESS 플래너는 월요일 아침 주간 학습 계획을 시작으로 매일 실천 사항을 점검하면서 자기주도적 학습 로드맵으로 활용하고 있다. 식물탐사, 세족식을 통한 부모 섬김, 생각나누기, 한 끼 100원 나눔 운동, 교복 물려주기 운동 등을 통해 봉사하는 마음과 실천하는 방법에 대해 교육한다. 지적 역량은 졸업 논문제, 토론 아카데미, 학습 동아리 발표 대회, 진로 캠프, 과학과제 연구 프로그램, 지역 대학 연계활동, 영어독서 인증제 등 지적 호기심과 적성에 맞는 맞춤형 진로 지도를 통해 전문적 소양을 기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윤승군은 “PESS의 모든 프로그램은 자기 생각을 논리적으로 펼치고 생각의 폭을 넓히는데 큰 도움이 된다”며 “책상에 앉아 공부만 하는 고교생들에게 자기 생각을 정리하고 나누는 것은 학업에도 효과적인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논산=김소엽 기자 kim.soyub@joongang.co.kr
사진=김경록 기자 kimkr848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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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