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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맡고 자신감 쑥 … 환자가 진행하는 ‘힐링 라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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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춘천시 동산면 원창리 산골에 위치한 국립춘천병원에서 ‘힐링 라디오’가 개국했다. 지난 2일 첫 방송을 성공적으로 마친 환자와 병원 직원, 강원시청자미디어센터 관계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박진호 기자]


“첫눈·첫사랑·첫키스…. 우리에게 처음이란 단어는 ‘설레임’ 아닐까요.”

215명 입원 중인 국립춘천병원
사회 적응 도우려 방송국 개국
“나도 할 수 있다” 도전자 늘어


 지난 2일 강원도 춘천시 동산면 원창리 산골에 위치한 국립춘천병원 1층 교환실. 긴 생머리에 잔뜩 긴장한 얼굴을 한 20대 여성이 양손을 꽉 잡고 ‘큐’ 사인이 내려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시계 바늘이 낮 12시20분을 가리키자 오프닝 음악과 함께 첫 멘트가 병동 전체에 울려퍼졌다. “첫눈 오기를 기다렸던 간절함, 첫사랑에 대한 그리움, 첫키스에 심쿵했던 추억 등. 오늘 우리에게 설레임을 주는 또 하나의 감동, ‘힐링 라디오’ 첫 방송을 시작합니다.” 식사를 마치고 로비에 앉아 차를 마시던 환자들은 동료의 목소리가 흘러나오자 “오~, 잘한다”며 환호성을 질렀다.

 이날 방송에 나선 진행자는 지난 8월 조울증으로 입원해 폐쇄병동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김모(21·여)씨. 김씨는 지난 9월부터 강원시청자미디어센터 강사 최철규(44)씨에게 라디오 진행 교육을 받은 뒤 이날 처음 마이크를 잡았다. 김씨는 “라디오 방송을 준비하면서 나 스스로도 자신감을 많이 되찾은 것 같다”며 “동료들 사연을 적극 소개하며 환자들에게 힐링이 되는 방송을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날 개국한 ‘힐링 라디오’ 스튜디오는 안내방송과 전화 교환 업무를 하던 교환실에 꾸며졌다. 기존에 없던 음향기기와 마이크·헤드폰 등은 병원의 지원을 받아 구입했다. 음향장비는 음악에 관심이 많은 직원 김천석(49)씨가 담당한다. DJ는 입원 환자와 간호사 등 9명이 맡았다.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낮 12시20분부터 30분간 라디오 방송을 진행한다.

 방송은 환자들에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고 환자와 직원 간의 소통 창구를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이날 방송에서는 며칠 전 시험방송을 들었다는 익명의 환자가 보내온 사연도 소개됐다. “병원 운동장을 아무 생각 없이 걷고 있는데 조그맣게 음악 소리가 들렸어요. 가만히 들어보니 내 옆자리 동료의 목소리였어요. 그동안 홀로 걷던 운동장이었는데 누군가 옆에 있는 듯한 따뜻함이 느껴져 좋았습니다.”

 이번 개국은 지난 3월 강원시청자미디어센터가 진행하는 ‘행복 공동체 미디어교육’ 지원사업을 접한 병원 수간호사 안소영(47·여)씨가 아이디어를 내면서 성사됐다. 안씨는 “병원에서 치료받은 환자들은 대부분 약물과 상담 치료를 받고 좋아지곤 하지만 사회로 돌아간 뒤엔 자신감을 잃고 적응하지 못한 채 다시 병원 찾는 경우가 많았다”며 “무엇보다 환자들에게 삶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환자들 반응도 좋다. 전모(58)씨는 “동료 환자가 방송을 하니 왠지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나도 DJ에 도전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대본을 맡은 직원 박일(43)씨는 “라디오를 통해 직원과 환자들이 따뜻한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병원 측은 라디오 방송이 환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모으자 깨끗한 음질의 방송을 제공하기 위해 운동장에 대형 스피커 2대를 추가로 설치하기로 했다. 국립춘천병원은 정신분열증과 조울증, 알코올 중독, 노인성 치매 등을 치료하는 곳으로 환자 215명과 직원 110명이 생활하고 있다.

춘천=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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