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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속으로] 오늘의 논점 - 사시 폐지 유예

중앙일보와 한겨레 사설을 비교·분석하는 두 언론사의 공동지면입니다. 신문은 세상을 보는 창(窓)입니다. 특히 사설은 그 신문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가장 잘 드러냅니다. 서로 다른 시각을 지닌 두 신문사의 사설을 비교해 읽으면 세상을 통찰하는 보다 폭넓은 시각을 키울 수 있을 겁니다.

중앙일보 <2015년 12월 4일 34면>
사법시험 논란 없애려면 고비용 로스쿨 구조 개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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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중앙일보>

법무부가 2017년 폐지 예정인 사법시험을 2021년까지 유지키로 한 것은 고육지책으로 볼 수 있다.

 우리 사회는 2009년 로스쿨 제도가 시행되면서 사법시험의 존치 여부를 놓고 의견 대립을 겪었다. 대한변호사협회와 일반 법과대학 교수로 구성된 대한법학교수회는 존치를 주장한 반면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와 로스쿨 교수들은 정반대의 의견을 보였다.

 특히 젊은 세대의 취업난이 계속되고, 이를 빗댄 ‘흙수저-금수저론’이 나오면서 로스쿨이 고위층 자제들을 위한 현대판 음서제(陰敍制)의 온상인 것처럼 비판을 받았다. 최근 신기남 의원이 졸업시험에 탈락한 아들을 위해 해당 로스쿨 교수들에게 청탁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부정적 여론에 불을 지폈다. 논란의 핵심은 저소득층에겐 로스쿨 비용이 큰 부담이기 때문에 사법시험을 통해 ‘개천의 용’이 될 수 있게 해 달라는 것이다. 기회 균등의 원칙과 맞물려 있다.

 하지만 법무부의 이번 발표에는 근본적 해결책이 담겨 있지 않다. 4년 유예는 미봉책에 불과하며, 정부 정책의 신뢰도에도 나쁜 영향을 미쳤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그동안 아무런 조정 기능도 하지 않다가 정기국회 막바지에 깜짝쇼처럼 정책을 바꾼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는 “법무부가 정부 정책을 신뢰한 로스쿨 진학자 1만4000여 명과 그 가족을 무시한 채 떼법을 용인한 것은 믿음의 법치를 저버린 것”이라고 했다.

 따라서 법무부는 앞으로 4년 동안 사법시험 폐지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다. 로스쿨 도입의 당초 취지처럼 고시 낭인을 없애고 법조인들을 효율적으로 선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경제적·사회적 계급 논쟁을 불식시키기 위해 로스쿨 선발 방식과 장학금 제도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할 것이다. 경제적 약자들의 진입장벽을 없애기 위해 등록금을 낮추고, 생활비를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사법시험 존치를 둘러싼 논쟁이 구시대적인 계급론에 비유되며 사회적 갈등으로 번지는 것은 국가 경쟁력을 위해서라도 바람직하지 않다.


한겨레 <2015년 12월 4일 31면>
혼란만 부추기는 법무부 ‘사시 폐지 유예’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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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한겨레>

2017년 폐지하기로 법에 규정된 사법시험을 2021년까지 한시적으로 유지하자는 입장을 법무부가 3일 발표했다. 법무부는 사시 존치가 아니라 폐지 시점만 4년 늦추자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없애기로 했던 제도를 당분간이라도 두자는 것이니, 약속 위반일뿐더러 불필요한 논란을 정부 스스로 불러일으키는 행위다.

 내용의 옳고 그름을 따지기에 앞서 법무부가 이런 식으로 입장을 밝히는 게 온당한지부터 의문이다. 법무부는 국회가 만든 법을 지키고 운용하는 것이 소임인 행정부처다. 기존 법을 고쳐야 할 일이 있으면 각계와 두루 협의하고 입법예고 등의 절차를 거쳐 국회에 개정안을 제출하는 게 옳다. 사시 폐지 시점의 변경은 법을 개정해야 가능한 것이니 엄연히 국회의 일이다. 그런데도 법무부가 기자 브리핑을 통해 현행법과 다른 입장을 마치 최종 판정자처럼 일방적으로 떠들썩하게 발표하는 것은 권한 없는 자의 ‘과잉행동’으로 비친다. 더구나 사시 존치론의 제기로 찬반 양론이 맞서는 터에 사시 존치 쪽에 힘을 실어주는 듯한 발표를 했으니, 논란 해소는커녕 소모적인 논란을 증폭하고 연장한 꼴이 됐다. 정부 스스로 법적 안정성을 깨고 편향된 시각을 드러냈다는 비판을 피할 길 없다.

 이제 4회째 졸업생을 배출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제도에 여러 문제점이 드러나 개선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로스쿨이 사시를 대체하는 법조인 양성의 통로로 정착하는 데 근본적인 차질이 빚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법무부가 사시 폐지를 전제로 예비시험제 도입이나 로스쿨 제도 개선 등 보완 방안을 연구하겠다는 것도, 로스쿨의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이라는 큰 방향은 이제 되돌릴 수 없게 됐기 때문이겠다. 그렇다면 사시 폐지 유예로 괜한 혼란만 연장할 게 아니라 지금부터라도 로스쿨 관련 제도 개선 방안을 본격적으로 연구하는 게 옳다. 법무부가 검토하겠다는 대안들은 사시를 예정대로 폐지하고도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는 문제다.


[논리 vs 논리] “계급 논쟁 없애려면 로스쿨 구조 바꿔야” … “법무부, 권한 없이 ‘과잉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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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현 법무부 차관이 지난 3일 사법시험 폐지를 2021년까지 유예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3일, 법무부는 2017년 말 폐지하기로 예정된 사법시험을 4년 유예해 2021년까지 유지하고 보완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2007년 국회에서 ‘로스쿨법’이 통과됨에 따라 2009년부터 전국 25개 대학에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개원했고, 올해로 7년째 매년 2000명을 받아 예비 법조인을 양성해 오고 있다. 2017년 사법시험 폐지는 2009년에 국회를 통과한 변호사시험법에 명시돼 있다. 현재 국회에는 사시 존치를 위한 변호사시험법 개정안 6건이 계류 중이며 법무부는 내년 상반기에 법 개정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법무부의 발표가 나온 뒤 전국 로스쿨 재학생들은 즉각 반발하고 집단행동에 나섰다. 로스쿨학생협의회는 ‘법무부 입장 철회 및 사법 개혁 원안대로 2017년 사시 폐지’를 요구하며 대규모 규탄집회를 열었고 검찰실무시험 거부, 변호사시험 응시 거부, 로스쿨 집단자퇴로 맞섰다. 로스쿨 교수들도 내년 변호사시험과 사법시험 문제 출제를 거부하기로 했다. 한편 사시 고시생들도 집단행동에 돌입했는데 국민의 85.4%가 사시 존치에 찬성한다는 점을 들어 삭발식을 열고 법무부의 의견을 지지했다. 사시 고시생 모임은 지난 9월 사시 존치 입법 청원에 이어 이번에는 국회 법사위를 상대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법무부 발표에 따른 법조계의 후폭풍이 거세지자 사법시험 폐지 유예가 가져올 파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겨레와 중앙은 모두 법조계의 의견 대립을 언급하면서 법무부의 절차적 미숙함을 지적했다. 한겨레는 국회에서 통과된 현행법을 두고 행정부처가 적절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한쪽 편에 힘을 실어주는 입장을 발표해 법적 안정성을 깨고 소모적 논란을 증폭시켰다고 비판했다. 중앙도 법무부가 그동안 별다른 조정을 하지 않고 있다가 급작스러운 발표를 통해 정책을 바꿈으로써 정부 신뢰도에 나쁜 영향을 미쳤다고 우려했다.

 그동안 사시 폐지를 둘러싸고 10여 년 이상 찬반 대립이 있었다. 로스쿨 출범도 7년이 지나온 터라 정책 변경이 불러올 파장은 충분히 예상 가능했다. 폐지 시점을 4년 늦추자는 것은 폐지의 당위성을 재확인하는 것이기도 하고 존치의 명분이 되기도 한다. 법무부의 고육지책임을 감안하더라도 정기국회 막바지에 예고 없이 정책을 변경하는 것은 격한 불씨를 재점화하고 논란을 연장시킨 셈이다. 법무부의 미흡한 대처 능력이 아쉽다.

 따라서 두 신문은 법무부에 이제라도 로스쿨 제도의 개선과 사시 폐지에 따른 충격 완화 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국민의 생활과 밀착된 민주적 법치주의가 실현되려면 전문성이 강화된 우수한 법조인력을 안정적으로 양성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당초 로스쿨이 도입될 때의 취지를 살려 ‘시험에 의한 선발’이 아닌 ‘교육을 통한 양성’이 효율적으로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하라는 점과 로스쿨 운영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보완할 것을 촉구했다. 사시 존폐 논쟁은 로스쿨의 단점이 보완돼 국민의 신뢰를 확보할 때까지 지속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공통 입장에도 불구하고 두 신문의 논지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한겨레는 제도의 안정성을 뒤흔들어 법조계의 혼란을 부추긴 행정부의 미숙함을 지적한 반면 중앙은 현대판 음서제라 비판받는 로스쿨 불신심리를 근거로 경제적·사회적 계급론과 맞닿아 있는 사회 갈등을 우려했다. 그래서 한겨레는 사시를 예정대로 폐지하는 것을 전제로 근본적 대안 마련을 촉구했고, 중앙은 기회 균등이 보장된 사시처럼 로스쿨도 경제적 약자들의 진입장벽을 낮추라는 대안에 방점을 찍고 있다. ‘믿음의 법치’는 판결의 안정성뿐 아니라 두 신문의 조언처럼 법제도의 안정성, 법조인력 양성의 공정성도 함께 작동해야 한다.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법조 시스템이 정착되기를 바란다.

 법무부가 사시 폐지 유예의 근거로 삼은 것은 로스쿨 제도를 개혁해야 한다는 여론조사 결과였다. 국민 1000명을 상대로 전화설문을 한 결과 85.4%가 사시 합격자를 소수 인원으로 줄이더라도 존치해야 한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사시 존치가 여론의 지지를 얻는 이유는 사시가 로스쿨보다 ‘더 공정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사시는 응시자들의 법률지식만을 평가해 법조인을 선발하고 수험 과정에서 드는 비용과 상관없이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게 응시 기회가 주어진다. 반면에 로스쿨은 각 대학이 자체적으로 면접과 자기소개서를 기준으로 입학생을 선발하고, 3년의 대학원 과정 동안 약 1억원 가까운 비용이 소요되며, 로스쿨을 수료한 사람에게만 변호사시험 응시 자격이 주어진다. 변호사시험 결과도 공개가 금지돼 있어 판·검사 임용에 적용할 객관적 잣대가 없다. 비교해 볼 때 로스쿨은 사시보다 입학전형의 불공정성과 비싼 학비, 법률 공직자 선발에서의 청탁 의혹 등 취약한 점이 존재한다. 중앙도 지적했듯 ‘수저론’에 빗대어 경제적 불평등과 계층 갈등에 대한 불만이 표출되고 있는 시점에서 사시 폐지는 희망의 사다리가 사라지는 상징으로 인식됐다. 로스쿨을 ‘돈스쿨’이라 비하하는 것도 계층 이동의 통로가 좁아진 데 대한 반발심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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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희정
상명대부속여고 교사
숭실대 철학과 겸임교수

 그러나 로스쿨의 도입 배경에도 나름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 사시는 국가가 주도하는 통일적인 법률가 시험 제도다. 사시 합격자들은 대법원에 설치된 사법연수원에서 국가의 비용 부담으로 연수를 시켜 주고 면허를 받았다. 누구나 시험에 응시할 자격이 주어졌으나 응시자 대비 5% 미만의 합격률 때문에 장기간 고시에 올인하는 ‘고시 낭인’이 출현했고, 최고의 자격 면허를 얻기 위해 비법과대학 학생들도 고시로 몰리면서 전 대학의 고시 학원화, 시험 기술에 능한 법률가 양산의 문제에 직면했다. 또한 사법연수원 기수에 따른 전관예우 및 권위주의도 사회에 미치는 병폐가 크다는 인식하에 로스쿨 논의가 시작됐다. 로스쿨 제도는 한 해 1500명의 변호사를 배출함으로써 법률시장의 인력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기존보다 더 많은 젊은이가 법조인이 될 기회를 얻었고, 소비자의 관점에서 보면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한 법률 서비스를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한겨레가 법무부의 발표를 혼란만 부추기는 것이라 질타한 것도 로스쿨을 시대의 큰 방향으로 전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시 존폐와 상관없이 로스쿨 제도를 되돌릴 수 없음이 분명하므로 근본적인 제도 개선은 시급한 과제다.

권희정 상명대부속여고 교사 숭실대 철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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