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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New York Times] 내가 대통령이 되면 월가를 이렇게 길들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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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7년 전인 2008년, 미국 경제는 금융위기로 국가부도 상태에 몰렸다. 500만 명이 집을 날렸고, 900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주택 가치도 13조 달러나 증발했다.

 그러나 1년 뒤 집권한 버락 오바마 행정부 치하에서 미국 경제는 상당히 회복됐다. 기업들은 1300만 개가 넘는 일자리를 창출했다. 가계저축도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올라섰다. 도드-프랭크법(대형 금융업체의 긴급자금 대출을 금지하고 재정 건전성 요건을 강화한 법) 등 월가의 방만한 돈놀이를 막는 규제책도 정착돼 가고 있다.
 

월가, 공화당 업고 돈놀이 재연
대통령 되면 고강도 개혁 추진
연방정부에 은행 해산권 부여
잘못한 경영진 호된 처벌할 것


 그러나 공화당은 작심한 듯 금융규제 철회를 밀어붙이고 있다. 예산안에 금융규제 완화 부칙을 얹어 통과시키려는 꼼수도 서슴지 않는다. 금융규제 핵심 기구인 소비자금융보호국의 예산마저 없애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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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은 공화당의 이런 시도를 막기 위해 사력을 다해 왔다. 그러나 여기서 그치면 안 된다. 내가 차기 미국 대통령이 된다면 우선 금융개혁을 막는 법안은 전부 거부권을 행사하겠다. 나아가 도드-프랭크법을 넘어서는 금융규제책을 추가 도입하겠다. 도드-프랭크법을 입안한 바니 프랭크 전 미국 하원 금융위원장 등 진보 진영이 나의 이런 구상을 열렬히 환영하고 있어 큰 힘이 된다. 월가의 전횡을 막기 위한 내 구상을 소개한다.

 우선 핵심 금융기관들의 고삐를 더욱 당기겠다. 자산이 500억 달러가 넘는 초대형 은행 수십 곳에 대해선 투자 위험 비용을 부과하는 법을 만들겠다. 그래야 제2의 금융위기를 부를 위험한 돈놀이를 막을 수 있다. 너무 덩치가 커서 관리가 힘든 금융기관들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그래도 개선될 여지가 없으면 해산할 권한을 연방정부에 부여하겠다. 대마불사(Too Big To Fail)의 지위를 악용해 천문학적 부채에도 불구하고 떵떵거리며 버티는 은행은 절대 살려두지 않겠다.

 도드-프랭크법은 은행이 자기자본으로 파생상품 같은 고위험 자산에 투자하는 걸 엄금하는 ‘볼커 룰’을 도입했다. 그러자 은행들은 일반 국민의 예금으로 고위험 신용 스와프와 파생상품을 거래하는 꼼수를 부려 왔다. 이런 행위를 규제하는 법안이 있었지만 지난해 은행권의 집요한 로비로 폐기됐다. 이를 복원하기 위해 투쟁하겠다.

 나의 이런 개혁 구상은 초대행 은행뿐 아니라 모든 금융기관에 적용된다. 일각에선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을 분리 관리해 양측의 무모한 투자에 제동을 건 ‘글래스-스티걸 법’의 부활을 요구한다. 그러나 리먼브러더스나 AIG 같은 2008년 금융위기의 주범 기관들은 대부분 상업은행이 아니었다. 따라서 글래스-스티걸법이 존재했어도 이들의 무모한 행동을 막지는 못했을 것이다. 또 글래스-스티걸법을 부활시켜 봤자 헤지펀드 같은 ‘그림자 금융’은 여전히 통제하기 어렵다. 반면에 내 구상을 실행하면 금융위기를 촉발시켰던 또 다른 주범인 단기차입 관행을 억제하는 증거금 규정이 강화돼 그림자 금융을 보다 엄격히 관리할 수 있게 된다.

 둘째로는 금융업계를 엄격히 통제하는 독립규제기관을 신설할 것이다. 이 기관은 증권감독위원회나 상품선물거래위원회처럼 독자적인 재정기반이 부여된다. 정치권·금융자본의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이 임무를 수행토록 하려는 취지다. 또 금융시장의 안정과 공정성을 해치는 고빈도 매매 같은 행위엔 세금을 부과한다.

 마지막으로 잘못을 저지른 금융기관 경영진은 죗값을 확실히 치르도록 하겠다. 무모한 투자로 예금주들의 피 같은 돈을 날렸는데도 감옥에 가지 않고 버틸 만큼 대단한 사람은 내가 대통령으로 재직하는 한 있을 수 없다. 중대한 금융범죄는 공소시효를 기존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겠다. 또 은행 고위 간부의 금융범죄를 신고한 내부 고발자에 대해선 보상을 크게 늘릴 방침이다. 직권을 현저히 남용한 금융기관은 위법행위 사실부터 인정해야 화의조정이 개시될 수 있게 하겠다. 잘못을 저지른 금융기관이 정부에 납부한 벌금 액수도 투명하게 밝힐 것이다. 벌금은 금융기관의 사업비보다 높게 부과해 범죄 예방 효과를 높일 것이다.

 은행의 잘못된 결정으로 인한 고통을 국민만 부담해선 안 된다. 은행 경영진도 당연히 고통을 분담하고 똑같은 위험에 자신을 노출시켜야 한다. 금융기관이 벌금을 낼 경우 경영진의 보너스도 삭감하겠다. 또 일부 펀드매니저에게 수십억 달러의 이득을 안겨준 투자이익 분배금 제도의 허점을 보완하기 위해 싸울 것이다. 펀드매니저들 역시 다른 모든 미국인처럼 세금을 내야 한다.

 공화당은 자신들의 집권 시기 발생해 미국을 파탄에 몰아넣은 금융위기를 완전히 잊기로 작정한 것 같다. 나는 절대 그럴 수 없다. 금융은 실물경제의 성장과 번영을 도와야 한다. 금융이 올바르게 돌아가야 미국의 젊은이들이 생애 첫 주택을 마련하고, 기업가들이 사업을 일으킬 수 있으며, 근로자들이 은퇴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 월가는 미국을 도탄에 빠뜨린 고위험 투기성 거래 대신 일자리와 소득 증대, 건전한 투자를 보장하는 금융구조 수립에 나서야 한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원문은 중앙일보 전재계약 뉴욕타임스 신디게이트 6일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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