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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대출 패러다임 바뀐다

“고삐 풀린 가계대출을 이대로 놔둘 순 없다. 그렇다고 갑작스런 ‘대출절벽’이 생겨 부동산시장이 얼어붙는 일도 피해야 한다.”

14일 발표된 ‘은행권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의 내용과 시행 시기에 대해 금융위원회 관계자가 밝힌 결정 배경이다. 가계부채 문제와 부동산 경기 사이 일종의 ‘줄타기’인 셈이다. 주택담보대출 증가와 함께 거래량이 늘면서 부동산 시장에는 온기가 돌았지만 그사이 가계부채는 1200조에 육박할 정도로 불어났다. 15~16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예고대로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 국내 경제에도 가계 빚이 뇌관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갑자기 대출을 확 조였다간 시중금리 오름세와 상승작용을 일으켜 시장이 급격히 냉각될 수 있다. 가계대출 심각성에 무게를 둔 한국은행과 금융당국은 조속한 원안 시행을 주장한 반면, 국토교통부는 건설경기를 감안해 점진적 추진과 강도 조정을 요청했다. 장고 끝에 선택한 해법은 시행 시기를 다소 늦추고 집단대출 등에 예외를 두는 절충이었다.

그러나 점진적 접근법이라지만 일단 가이드라인이 적용되기 시작되면 주택 대출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는 불가피하다. 우선 대출의 주요 잣대가 담보 에서 소득으로 옮겨간다. 그간 금융당국이 주택대출 시장을 규제하는 수단은 크게 두 가지였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이 그것이다. 이 중 핵심은 DTI다. 부동산 급등기인 노무현 정부 시절 도입돼 ‘백약이 무효’라던 투기열기를 단번에 잡은 일등 공신이다. 담보가 아무리 탄탄하더라도 대출자가 빚을 갚을만한 충분한 소득을 입증하지 못하면 대출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효과가 강력한 만큼 자칫하면 시장을 엄동설한으로 만들 수도 있다. LTV는 전국적으로 70%라는 단일한 기준을 뒀지만, DTI는 수도권 아파트에만 60%를 적용하고 있는 것도 이런 '양날의 칼' 같은 효과 때문이었다.

이번 가이드라인으로 정부는 DTI 규제를 전국으로 확대할 수 있는 ‘교두보’를 놓았다. “당장 수도권과 같은 일률적이고, 명시적인 규제를 적용하는 건 아니다”는 게 금융당국의 해명이다. 그러나 앞으로 은행은 지방에서도 대출자의 DTI를 산출해야 한다. 대출자의 소득을 정확히 파악해 DTI가 60%가 넘어갈 경우 전액을 분할상환해야 한다는 원칙을 정했기 때문이다.

또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을 땐 ‘스트레스 DTI'를 적용, 80%가 넘어가면 대출액도 줄여야 한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향후 가이드라인의 적용 강도에 따라선 사실상 DTI를 지방으로 확대하는 효과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DTI보다 더 강력한 무기도 도입된다. 주택담보대출 외에 신용카드론·자동차할부 등 각종 금융권 대출 원리금 부담을 모두 합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산출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시장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도입해 은행들이 살펴보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출 방식도 거치식 일시상환 대신 처음부터 원금을 갚아나가는 분할상환이 명실상부한 시장의 주류가 될 전망이다. 연간 신규로 나가는 주택담보대출은 126조원(최근 2년 평균) 가량이다. 가이드라인이 시행되면 이 중 약 20%인 25조원이 거치식ㆍ일시상환에서 분할상환 방식으로 전환될 것이란 게 금융당국의 추산이다. 최근 신규 주택담보대출 중 66%까지 늘어난 분할상환 비중이 더욱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 금융당국은 이런 방식으로 통해 현재 전체 주택담보대출 중 37%인 분할상환 방식의 비율을 2017년까지 45%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분할상환 방식이 정착되면 자연스럽게 대출 총량도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과거에는 은행 대출을 죄면 제2금융권의 대출이 늘어나는 '풍선효과'가 나타났다. 하지만 이번엔 이마저도 막힐 전망이다. 금융위 손병두 금융정책국장은 "은행권과 마찬가지로 보험권에서도 '여신심사 강화 방안'을 마련해 내년 하반기에 시행토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민근 기자 jm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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