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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삭제신공…'모란봉' 사실상 금칙어 리스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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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봉악단의 공연 취소 원인에 관해 한 중국 네티즌이 웨이보에 올렸다가 삭제된 글. 지워지기 전인 12일 밤 캡처한 화면이다. “북한은 시진핑 주석이나 리커창 총리의 관람을 요구했고 중국은 문화부 부부장을 보낸다고 했다. 그 뒤 북한은 상무위원급, 중국은 zz(정치국)위원을 고집해 의견 일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이 네티즌이 올린 모란봉악단에 관한 다른 글은 부정확한 내용이 많았다.]


중국 당국이 놀라운 '삭제 신공(神功)'을 과시하고 있다. 전격적으로 취소된 북한 모란봉악단의 공연을 둘러싼 보도 통제를 강화하면서 사이버 공간에서도 대대적인 검열 및 삭제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12일 오후 공연 취소사태가 일어나기 직전만 해도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의 첫 화면에는 모란봉악단 공연이 '오늘의 핫이슈(熱門)' 가운데 하나로 분류돼 있었다. 줄잡아 수십만 건의 게시물· 댓글· 재전송(리트윗) 등이 모바일 공간을 메웠다. 호텔 로비에서 찍힌 단원들의 사진들은 "(성형을 않고 과도하게 꾸미지 않은) 소박하고 순수한 아름다움, 한국 걸그룹보다 훨씬 예쁘다"는 등의 찬사와 함께 퍼나르기가 집중되면서 클릭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공연 취소가 확정된 12일 오후 늦게부터 이런 게시물들이 하나씩 지워지기 시작하더니 13일 밤부터는 싸그리 모습을 감췄다. '모란봉악단'이 사이버공간에서의 '금칙어' 리스트에 오른 것이나 마찬가지다.

심지어는 종이신문에 인쇄되어 배포된 기사까지 사이버공간에선 삭제됐다. 환구시보 14일자 지면에는 "조선의 공연 취소로 인한 (북·중 관계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다"는 제목의 사설이 실렸고 아침까지만 해도 휴대폰 앱으로도 열람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 사설은 사라지고 말았다.

대신 신화통신사가 '업무적 소통 문제' 라고 보도한 신화통신 기사를 그대로 퍼나른 게시물들만이 드문드문 남아 있을 뿐이다. 중국에선 웨이보·위챗 등 온라인 서비스를 운영하는 업체들이 정부 당국의 검열·통제에 협조하도록 돼 있다.

중국당국의 철저한 검열과 보도통제는 불필요한 억측과 유언비어 확산을 막고 모란봉악단 공연 취소가 북·중 관계에 일으킬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그 결과 "북한 모란봉 단원 가운데 2명이 잠적한 게 공연 중단의 원인"이라거나 심지어는 "한국 총영사관으로 들어갔다"는 식의 근거 없는 유언비어는 찾아볼 수 없게 됐다. 하지만 중국 네티즌들은 모란봉악단 공연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의견을 개진할 공간을 잃고 말았다.

한편으론 이번 사태로 인한 중국당국의 체면 손상이 보도통제로 이어졌을 수 있다. 이번 공연은 류윈산(劉雲山) 상무위원의 방중을 계기로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가 북한 측과 긴밀히 조율한 끝에 성사된 것이다. 하지만 결말이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감에 따라 공연을 추진해 온 관련자들의 입지가 좁아지게 됐다. 사상·문화 담당인 류 상무위원은 중국 언론매체에 관한 업무도 총괄한다.

한편 공연 취소의 원인에 대해서는 여전히 북·중 양측이 함구하고 있다. 중국 고위 소식통은 14일 "여러가지 소문이 나돌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추정에 불과하다"며 "내가 이유를 알고 있긴 하지만 공개할 입장은 아니다"고 말했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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