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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화, "입법 비상사태 아니다. 선거구획정외에 월권 못해"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의 탈당 여파가 국회에선 ‘입법비상사태’ 논란으로 번졌다.

선거구획정안을 비롯해 경제활성화법안과 테러방지법안을 처리해야 하는 여당이 ‘입법비상사태’를 거론하며 정의화 국회의장에 법안 직권상정을 촉구하면서다. 정 의장은 “선거구획정안과 달리 일반법은 직권상정 대상이 될 수 없다”고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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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화 국회의장(왼쪽)이 14일 오전 선거구 획정안과 각종 쟁점 법안 처리를 요구하기 위해 집무실을 방문한 원유철 원내대표(오른쪽) 등 새누리당 원내대표단과 면담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4일 오전 10시 40분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 등 원내지도부와 의원 10여 명은 국회의장실을 찾았다. 15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기업활력제고법·서비스발전기본법·테러방지법·북한인권법의 처리를 요청하기 위해서였다. 지난 2일 여야가 정기국회 내 ‘합의처리’하기로 약속했던 법안들이다. 30분 가량 진행된 면담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은 선거구획정안과 함께 이들 법안들의 직권상정을 요구했다.

▶새누리당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이 법안들은 야당 요구를 충분히 담아서 수정안을 준비해놨다. 그런데 야당의 내분으로 정상적인 국회 입법활동을 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야당이 입법을 거부하고 있는) 입법비상사태이니 의장 재량으로 내일 본회의에서 논의할 수 있게 (직권상정) 해달라.”
▶정 의장=“법무법인에 자문했는데 일반법은 해당이 안된다. 월권행위를 할 수는 없다. 법제사법위원장(새정치민주연합 이상민)에게 법사위에 계류중인 300개 법안의 처리를 요청했는데 오늘 법사위도 열지 않은 상황이다. 내일 본회의에 올릴 법안이 없다. 선거구획정은 내일부터 예비후보 등록 시작되는데 12월 31일이 지나면 여러분은 지역구 없는 의원이 되고, 예비후보들은 간판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다. 이건 입법비상사태가 될 수 있다.”
▶조 원내수석부대표=“현 상황이 과거 외환위기(IMF사태)와 유사하고, 경제위기 막기 위한 차원에서 의장의 직권상정은 타당성이 충분히 인정될 것이다. 만약 국회가 나서지 않으면 정부가 긴급재정·경제명령을 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새누리당 함진규 의원=“의장이 당적을 갖지 않고 독립적인 수행하는 것은 양당 협상이 어렵거나 여러 문제 있을 때 정치력을 발휘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선거구 획정 시한 못지 않게 다른 법안 처리도 중요하다. 정치력을 발휘해달라.”
▶정 의장="이 법(경제활성화법 등)이 통과되어서 나라 경제가 확 좋아지거나 나빠질 수 있는 증거가 없는 한 (직권상정) 할 수 없다.”

같은 시간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회의장에서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도 의원들은 ‘입법비상사태’를 주장하며 의장의 권한 행사를 요구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이철우 의원은 “테러방지법은 새정치연합에선 문병호 의원(안철수 의원 측근)이 주된 담당인데 이분이 내일 탈당한다고 하면 (논의할) 상대가 없어진다. 정보위는 교섭단체 소속만 들어오게 돼 있어 무소속으로 바뀌면 정보위원 자격도 바로 상실된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더이상 야당 측 협상대상도 없고 법안심사소위를 할 사람도 없기 때문에 의장이 테러방지법안을 직권상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된 후 친박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층 더 격앙된 주장들이 나왔다. “국회의장을 설득해 입법비상사태를 공식 선언할 수 있도록 임시국회 기간 동안 지역구에 내려가지말고 입법 투쟁을 하자”(김태흠), “야당 대표실에서 조를 짜서 점거농성을 한다면 세상도 주목할 것이고, 입법비상사태 선언을 포함해 의장의 용단이 가능하지 않을까”(박맹우) 등이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선 ‘국회의장 해임건의안’ 성명을 내자는 말까지 나오자 김무성 대표가 이를 말리기도 했다.

의총이 끝난 뒤 친박계 윤상현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국민을 위한 개혁과 민생을 위한 입법을 외면하고, 경제활성화법안 등 합의처리하기로 한 야당 원내지도부에 한 마디 못하는 안철수 의원이 무슨 새 정치를 말하느냐”며 “야당의 집안 다툼으로 국회 기능이 정지될 위기에 처한 것이야말로 입법비상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김무성 대표도 “(이상민) 법사위원장이 법안심사 거부를 선언했고, (국회법상 직권상정 요건이) ‘전시에 준하는’ 상황이라고 하는데 국제적 경제위기로 진입하는 상황이 그것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의장이 직권상정해줘야 한다는 점을 강력하게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박유미·김경희 기자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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