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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파도에 흔들려도 가라앉지 않는다”

안철수 의원이 13일 국회에서 탈당 선언을 할 당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서울 구기동 자택에 머물고 있었다. 몰려든 기자들이 “한 말씀 해 달라”고 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대신 자신의 페이스북에 프랑스 파리 테러사건을 계기로 파리를 상징하는 라틴어 표어인 ‘파도에 흔들리지만 가라앉지 않는다(Fluctuat nec Mergitur)’를 적었다. 문 대표는 “정말 정치가 싫어지는 날이다. 진이 다 빠질 정도로 지친다. 주저앉을까요? 그러고 싶은 마음이 들곤 하지만 그럴 수 없다”며 ?호랑이 등에서 내릴 수 없다. 파도가 높고 바람이 불어도 새정치연합의 항해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측근들은 “정면돌파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안 의원의 탈당을 막지 못해 송구스럽다. 만류에도 불구하고 안 의원이 탈당을 강행해 안타깝고 유감스럽다”고 했다. 김성수 대변인을 통해선 “혁신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14~15일 당무를 쉬고 당과 정국 운영에 대해 구상하겠다”고 발표했다.

 문 대표 측은 여론전에 나섰다. 구기동 자택에서 이뤄진 최재성 총무본부장 등 문 대표와의 1차 대책회의에 참석했던 한 인사는 “칼은 칼집에 있을 때 무섭고 두렵다. ‘탈당하겠다, 분당하겠다’고 말할 때가 겁나는 거지 실제로 칼을 꺼내든 지금은 오히려 두려울 게 없어졌다”고 했다. 이어 “안 의원이 꺼낸 칼이 보검(寶劍)인지 식칼인지, 그냥 연필 깎는 칼인지는 2~3일이면 분명해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안 의원이 혁신을 내세우지만 따라간다는 의원들은 하나같이 가장 반혁신적인 인물”이라고 말했다.

 당권을 쥔 문 대표 측으로선 14일 중앙위원회가 분수령이다. 이날 중앙위에는 안 의원이 제안한 10대 혁신안과 관련해 당헌에 담는 일을 최고위에 일임하는 안건이 의결된다.

 현직 의원과 원외 위원장, 당 소속 단체장 등으로 구성되는 중앙위는 주류가 다수다. 문 대표 측은 “대부분의 중앙위원은 안 의원의 탈당에 대해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며 “중앙위에서 혁신을 가장한 반혁신 세력의 규모도 정확히 드러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표의 숙제는 남은 세력을 하나로 끌어안을 수 있을지 여부다. 안 의원 탈당을 찻잔 속 태풍으로 막을지, 제1야당을 집어삼킬 토네이도로 만들지가 그의 손에 달렸다.

 당내 ‘86그룹’인 우상호 의원은 “선거에선 수도권 민심이 다시 호남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문 대표의 위력을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며 “안 의원은 문 대표의 친노에 대한 공천 독점만 막았으면 될 일을 문 대표를 죽이려다 자신이 사지(死地)로 내몰린 셈”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문 대표도 분당을 막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범주류인 정세균 의원은 “서로 소통을 안 하고 공중전만 하니까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라며 “그렇다고 언제까지 안 의원에게 매달릴 필요는 없다. 과거는 과거로 돌리고 대오를 정비해 (어떻게) 선거를 치를지에만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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