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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정의 왜 음악인가] 제목만으로는 모르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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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정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지난달 야구 국가대항전인 프리미어12를 중계한 방송사가 작은 실수를 했다. 한국 팀의 우승 장면에 내보낸 배경 음악이 아바의 ‘더 위너 테이크스 잇 올(The winner takes it all)’이었다. 아는 사람이 더 많겠지만 이긴 팀을 위한 노래가 아니다. 가사에도 있듯 “승자는 모든 것을 가지고 패자는 굴러 떨어지는” 냉혹한 세상에 대한 일종의 불평이다. 우승국의 방송에서 고를만한 배경음악은 아니었다. 알고 보니 이 방송사는 2010년에도 김연아의 동계올림픽 우승 장면에서 같은 음악을 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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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해프닝이 마냥 남의 일이라 할 수 있을까? 비슷한 실수를 유발하는 음악은 곳곳에 있다. 푸치니가 작곡한 노래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는 귀에 익은 음악이다. 하지만 제목만 보고는 속을 모른다. 가사를 따라가보면 내용이 영 희한하게 흘러간다. “다리에서 떨어져 죽겠다”든지 “어쨌든 반지는 사러가겠다”는 식이다. 푸치니 오페라 ‘잔니 스키키’에서 이 노래를 부르는 여성은 애인과 결혼하게 해달라고 아버지에게 조르는 중이다. 아버지를 상대로 한 일종의 협박이다. 제목만 보고 아버지 생신잔치에 틀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누구나 들어본 적 있지만 제대로 된 내용은 잘 모르는 노래. ‘사랑하는 아버지’로 시작한다고 해서 아버지에게 바치면 곤란한 내용의 노래다. 여하튼 듣기는 좋다.)
 
 더 유명한 음악 ‘라데츠키 행진곡’도 맥락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씩씩한 이 음악이 나오면 청중은 박자에 맞춰 박수를 치는 게 관례다. 하지만 한국 청중이 박수를 치는 것도 자연스러울까? 라데츠키 장군은 19세기 오스트리아의 영웅이다. 작곡가 요한 슈트라우스 1세는 이탈리아의 독립전쟁에서 대승을 거둔 장군을 기리며 이 행진곡을 썼다. 우리가 ‘라데츠키 박수’를 칠 때 주변에 이탈리아 사람이라도 있다면?
 
 
(오스트리아 빈의 신년음악회에서 반드시 나오는 이 음악. ‘라데츠키 박수’라는 용어까지 등장! 지휘자는 박수까지 지휘하는 게 관례다. 하지만 이 음악도 박수도 모두 오스트리아가 중심이라는 사실! 음악을 제대로 알려면 역사도 알아야 한다.)

  우리는 너무 맥락없이 음악을 즐기고 있는지 모른다. 결혼할 때 거의 모든 신부가 듣는 ‘혼례의 합창’도 사실은 불길하다. 바그너 오페라 ‘로엔그린’ 중 결혼식 장면에 나오는 합창 음악이 원곡이다. 그러나 이 결혼은 비극으로 끝난다. 심지어 신부가 죽는다. 왜 전세계 신랑신부들은 하필 이렇게 불행한 결혼의 음악을 고르게 됐을까. 
 
 
 (아마 99%의 신부가 결혼식에서 이 노래에 맞춰 입장했을 듯. 하지만 왜 하필이면 이 음악일까? 바그너의 오페라 ‘로엔그린’에서 결혼은 비극으로 끝나는데도 말이다. 제목과 멜로디만 보고 음악을 듣는 습관은 과연 괜찮은걸까?)
 
  넓고 얕은 지식이 유행이다. 요즘 검색 한 번이면 못 찾을 음악도 지식도 없다. 하지만 편리함이 때로는 덫이다. 시간과 공을 들여 샅샅이 들여다보고 한겹만 파보면 처음 봤을 때와 영 딴판인 내용이 많다. 시간에 쫓겨가며 방대한 지식을 소비하는 현대인들은 얼마나 많은 ‘실수의 지뢰’를 발 앞에 두고 있는 걸까. 진득하게 앉아 맥락을 알아보지 않으면 어떤 이상한 배경음악을 고르게 될지 모르는 일이다.
 
김호정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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