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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복면 집필이 자격 미달까지 감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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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민경
사회부문 기자

지난 11일 오전 8시 서울 중구 대경상업고교에 취재진이 몰렸다. 중·고교 역사 국정교과서의 ‘47인의 집필진’ 중 1명인 김형도(36) 교사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김 교사는 8일 학교 내 통신망을 통해 동료 교사들에게 ‘내년 1월부터 국정교과서 집필진에 참여하게 됐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나 10일 이 사실이 보도되자 오후 9시쯤 사퇴 의사를 밝혔다. 11일 오전 김 교사 대신 취재진을 맞은 이 학교 조춘국 교장은 “김 교사가 아침 일찍 출근해 앞으로 수업에만 열중하겠다고 보고했다”고 전했다.

 김 교사는 국사편찬위원회(국편)에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교과서 편찬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에서 무역학을 전공하고 2006년 이 학교에 발령받은 이후 계속 상업 과목을 가르쳤다. 역사에 관심이 많아 야간대학원에서 역사교육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고 역사교육 자격증도 땄으며 지금은 고대사 분야 박사 논문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올해 3월 이 학교의 역사 교사가 그만두면서 김 교사는 역사 교사로 처음 교단에 섰다. 역사 교사 경력 9개월 만에 국정교과서 집필진이 된 셈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각계에서는 집필진으로서 자격이 있느냐는 논란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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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회룡 기자]


 국편은 별도의 면접을 치르지 않고 서류로만 김 교사를 선발했다. 국편 관계자는 “역사 교사 자격증도 있고 현직 교원이라 하자가 없다고 봤다”고 밝혔다. 국편의 이런 해명은 당초 집필진에 대해 ‘엄격하게 검증하겠다’는 약속과 거리가 멀다. 이에 대해 집필진으로 거론되던 한 보수성향의 대학 교수는 “국정이기 때문에 기대했던 신뢰성과 안정성이 산산조각 났다. 누가 이제 이 교과서를 신뢰하겠느냐”고 지적했다.

 정부가 집필진을 공개하지 않다 보니 ‘복면 집필진’이라는 비아냥도 나온다. 물론 이름을 공개하면 인신공격이 빗발쳐 정상적인 교과서 집필이 어려워질 수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복면 집필진이 ‘자격 미달 집필진’을 뜻하는 건 아닐 것이다.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김 교사가 상업을 가르쳤다는 이유만으로 집필 능력이 부족하다는 근거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집필진의 이름을 공개하기 힘들더라도 집필진의 자격을 보증할 수 있는 이력이나 경력까지 공개하지 않는 교육 당국의 비밀주의는 이해하기 어렵다. 집필진이 적절한지 여부를 증명해야 할 책임은 정부에 있다. 한 원로 교수는 “1974년 국정교과서를 만들 때도 대통령이 나서 역사학계 원로들을 초청해 집필 방향과 집필진을 검증했다. 좌우 의견을 두루 듣겠다는 국편위원장의 전화가 집필진 확정 이후 더 이상 걸려오지 않는다”고 씁쓸해했다.

백민경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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