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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문·안은 원하는 걸 얻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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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구
정치국제부문 차장

미국 와튼 스쿨에서 협상 코스를 가르치는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교수. ‘협상의 달인’으로 불리는 그가 몇 년 전 미국에서 폭설이 내리는 날 협상을 벌여야 했던 적이 있었다. 그는 다소 짜증 섞인 말투로 “눈이 엄청 오네요”라고 말했다. 돌아오는 상대의 답변은 좀 달랐다. “저는 눈이 좋아요. 스키가 취미거든요.”

 다이아몬드 교수는 곧바로 맞장구를 쳤다. “그럼 더운 걸 안 좋아하시겠군요. 저도 그렇습니다.”

 그가 이렇게 곧바로 얘기를 바꾼 이유는? ‘공통점’을 찾기 위해서였다. “공통점이 있을 때 친밀감은 쉽게 조성된다”는 게 그의 경험칙이었다. 다이아몬드 교수가 몇 해 전 펴낸 책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원제 Getting More)에서 소개한 협상 비법 중 하나다. 그는 책에서 ▶상대방을 이기려 들지 마라 ▶의사 결정자를 찾아라 ▶누가 옳은지 따지지 말고 목표에 집중하라 ▶인간적으로 소통하라 등을 협상에 임하는 자세로 제시한다.

 파국으로 끝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의원의 그동안 갈등 과정을 복기(復棋)해 보니 결별은 예고됐던 것 같다. 적어도 다이아몬드 교수가 든 ‘협상의 ABC’가 어디에서도 안 지켜졌다는 생각에서다.

 우선 문(재인)·안(철수) 두 사람은 공통분모 활용에 실패했다. 사실 둘은 의외로 공통점이 많다. ‘양초(양대 초선 의원)의 난’이라는 웃지 못할 신조어가 나왔지만 어쨌든 똑같이 19대 초선 국회의원이다. 부산을 정치적 기반으로 한다는 점도 같다. 무엇보다 가장 큰 공통점은 제1야당을 송두리째 바꿔보겠다는 ‘혁신 의지’다. 방법론이 달랐을 뿐이다. 갈라설 이유보다는 힘을 합칠 여지가 더 크고 충분했다는 게 저간의 기류였다.

 ‘협상에서 상대방을 이기려 해선 안 된다’는 금언도 통하지 않았다. ‘문(재인)·안(철수)·박(원순) 연대 제안→거부, 혁신 전당대회 역제안→거부’로 이어지는 치킨 게임만 있었다. 마주 보고 달리는 열차처럼 힘의 대결로만 비춰졌을 뿐이다.

 ‘최종 의사 결정자를 직접 찾아가라’는 원칙도 지켜지지 못했다. 분당의 기로에 선 상황까지도 정작 문·안 두 사람은 끝내 마주 서길 꺼려했다. 둘을 대신해 나선 ‘측근’이라는 사람들은 서로를 향해 거친 언사만 주고받았다. 막힌 물꼬를 터보려는 노력은 없었다. 문 대표가 13일 새벽 안 의원 자택 문을 두드렸지만 싸늘히 식은 마음을 돌리기엔 이미 늦은 뒤였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저서에서 “협상을 이기고 지는 개념으로 생각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누구도 원하는 것을 늘, 전부 얻을 수는 없다는 평범한 얘기다. 그래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어느 정도 포기하고 양보해야 한다”고 했다. 그의 저서 원제가 『The winner takes it all(승자 독식)』이 아니고 『Getting More(조금 더 얻어내기)』인 이유다.

 문·안은 원하는 것을 ‘조금이라도 더’ 얻은 걸까. 지금까지만 놓고 보면 오히려 둘 다 ‘가진 걸 거꾸로 잃어버린’ 게 아닐까 싶다.

김형구 정치국제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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