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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된 미국 금리 인상 … 시한폭탄 된 한계기업

국내 기업을 둘러싼 나라 안팎의 상황이 사면초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15~16일(현지시간)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시차가 있을 수는 있지만 국내 금리도 따라 오를 수밖에 없다. 빚이 많은 한계기업의 부담은 가중된다. 한국은행은 시장 금리가 지금보다 0.5%포인트 오르면 한계기업이 현재보다 300개 이상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설상가상 유럽·일본의 양적완화 정책에 맞서 중국도 위안화 가격을 끌어내리며 ‘통화전쟁’에 나설 태세다. 한국 수출기업으로선 진퇴양난의 형국이다. 그런데도 구조 개혁에 필요한 각종 경제활성화법은 여야 정쟁에 가로막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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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러다 보니 기업가 정신도 실종 상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대기업(69개)·중소기업(166개) 235개사를 대상으로 한 ‘2016년 최고경영자 경제전망 조사’에서 “긴축 하겠다”는 최고경영자(CEO)가 52%에 달했다. 임영태 경총 경제조사1팀장은 “긴축 응답이 이렇게 높게 나온 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조사(67%) 이후 처음”이라고 말했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시차를 두고 한국도 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며 “이렇게 되면 한계기업의 부담도 커지는 만큼 미 금리 인상 영향이 가시화되기 전에 기업 구조조정이 시급히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게 철강·조선업 구조조정이다. 포스코는 비핵심 자산을 매각하고 계열사도 줄이고 있다. 2013년 70개였던 국내 계열사 수는 46개(10월 말 기준)로 줄었다. 동국제강은 본사 사옥인 ‘페럼타워’를 판 데 이어 8월 가동을 중단한 포항 제2후판공장의 매각도 추진 중이다. 국내 조선업 ‘빅3’인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은 핵심 자산 매각에 이어 감원에도 나서고 있다.

 그러나 기업의 고군분투에도 구조조정 노력은 충분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개별 기업의 노력만으론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기업끼리 서로 필요한 사업을 주고받으며 불필요한 분야를 버리고 강점을 더욱 키워야 사업 재편이 가능하다. 정부도 이를 돕기 위한 장치를 마련했다.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이다. 기업 인수합병(M&A)과 같은 복잡한 사업 재편 절차·규제를 묶어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도록 한 게 골자다. 그래서 ‘원샷법’이라고 불린다. 업계는 원샷법 통과를 호소하고 있다. 한국철강협회와 조선해양플랜트협회 등 13개 단체는 7일 국회에서 원샷법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하는 건의문을 발표했다.

 그런데 기업 구조조정의 초석이 될 원샷법 논의는 겉돌고 있다. 7월 의원 입법으로 발의됐지만 현재까지 소관 상임위(산업통상자원위원회) 법안소위도 통과하지 못했다. 산자위 법안소위는 법안 논의 일정도 잡지 못해 내년 1월 8일까지인 임시 국회 내 처리가 불투명하다. 내년 정기국회가 열리는 2016년 9월까지 원샷법 처리가 어려운 게 아니냐는 ‘비관론’까지 나온다.

 야당은 ‘대기업 특혜’를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대기업이 경영권 승계나 총수 일가 지배구조 강화에 이 법을 악용할 수 있다며 법 적용 대상에서 대기업을 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정부는 ▶과잉공급 분야 기업에만 제한적으로 적용하고 ▶민관합동 심의위원회를 운영하며 ▶사업재편 목적이 경영권 승계일 때는 승인을 거부할 수 있고 ▶불법행위가 적발되면 사후 승인 취소 및 과태료 부과가 가능하도록 ‘4중’ 안전장치가 있어 악용 가능성이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원샷법의 처리가 미뤄지며 정부가 당초 계획한 구조조정 일정도 늦어지고 있다. 박일준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정책실장은 “원샷법을 통해 구조조정의 큰 틀을 잡고 이후 업계와 논의해 산업별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원샷법 통과가 지연되면서 산업별 대책 수립도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도 원샷법을 통해 대·중소기업 구분 없이 사업재편을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정부가 마련한 원샷법도 일본의 산업활력법과 비교하면 지원 수준이 충분하지 않다”며 “사업재편 대상이 돼야 할 대기업을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면 원샷법 자체가 유명무실해진다”고 말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조선산업의 76.5%, 철강산업의 72.2%를 대기업이 맡고 있는 상황에서 대·중소기업을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건 무의미하다”며 “정치권은 이분법적 논리에서 벗어나 경제 살리기를 위한 법안 통과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수기·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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