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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년 신흥국 덮친 ‘데킬라 원샷’…“한국, 이번엔 체력 갖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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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중앙은행’ 격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결정은 특별하다. 여기서 금리를 내리면 자본은 미국 시장을 떠나 높은 금리를 주는 투자처를 좇는다. 반대로 금리를 올리면 달러 금리의 과실을 따러 미국으로 몰려든다. 뒤집어 말하면 세계 곳곳으로 흘러간 돈이 썰물처럼 빠져나간다는 얘기다. 기초 체력이 약한 신흥국부터 휘청이기 쉽다. 한국도 썰물을 피하지 못했다. 1997년 외환위기가 그 증거다. 그런데 미국이 2006년 12월 16일 이후 9년 동안 동결한 금리를 올릴 전망이다. 15, 16일(현지시간) 이틀간 예정된 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다. 이번 썰물의 영향은 어떨까.

 이와 관련 대한상공회의소는 한국이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른 도미노 영향권에서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내놨다. 13일 발표한 ‘미국 금리인상의 파급효과와 대응전략 연구’ 보고서에서다.

대한상의는 이른바 ‘데킬라 효과’ 불가론를 내세웠다. 데킬라 효과는 멕시코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술인 데킬라에 여러 사람이 취하는 것처럼 멕시코에서 시작된 경제 위기가 주변국으로 번진다는 의미로 쓰인다. 미국이 94년 2월 단행한 금리 인상은 멕시코 금융위기를 불러왔다. 이후 아르헨티나·태국을 거쳐 97년엔 한국까지 외환위기에 빠졌다.

 하지만 이번엔 그 같은 시나리오가 현실화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대한상의는 보고서에서 “한국을 비롯한 신흥 11개국을 대상으로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외환위기 상황을 가정해 부도 위험을 살펴본 결과 우리나라는 ‘안전국’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외환 건전성이 나아졌고 국가부도 위험은 낮아졌다는 것이 분석의 근거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위기상황 대응력 평가에서 한국은 인도·브라질·러시아·인도네시아·터키 등 11개 신흥국 중 3위로 평가됐다.

 전수봉 대한상의 경제조사본부장은 “미국 금리 인상으로 빠져나갈 수 있는 한국내 단기 자금은 2700억 달러로 추정된다. 하지만 외환 보유액(3747억달러)이 충분하고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꾸준해 단기자금이 이탈해도 큰 문제는 없다”라고 설명했다.

 전 본부장은 또 “국가부도 위험을 가늠할 수 있는 신용부도스와프(CDS) 가산금리(프리미엄)도 0.54%로 (한국이) 신흥국 중 가장 안정적”이라고 덧붙였다. CDS가산금리는 채권을 발행한 국가가 부도가 났을 때 손실을 보상해주는 파생상품의 가산금리를 말한다. 이 금리가 낮으면 부도 위험이 적다는 뜻이다.

 대한상의는 Fed가 2013년 양적 완화 축소 가능성을 언급했을 때 외국인 투자자들이 태국·인도네시아 등에서 자금을 빼 해당국의 주가·통화가치가 폭락했지만 한국은 주가·원화가치가 오히려 오른 점에 주목했다.

 조성훈 연세대(경제학) 교수는 “미국 금리 인상은 단기적으로 외환시장의 불안정성을 초래할 수 있지만 이는 충분히 예상된 변화다. 오히려 금리 인상으로 불확실성이 해소돼 한국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대한상의는 데킬라 효과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터키·남아프리카공화국·말레이시아·아르헨티나 같은 주요 위험국에 대한 수출 부진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 본부장은 “중국 경제 둔화, 원자재 가격 하락 등의 악재까지 겹쳐 있어 이들 신흥국이 최악의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짜놓고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외환 지표가 좋은만큼 금융위기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미국 금리 인상이 중국 경기 불안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갈 경우 한국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김성훈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미국 금리 인상에 따라 (한국도)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한·미 금리차가 크게 벌어지지 않도록 인상폭·시점을 조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상의는 대응 전략으로 ▶무역보험·환변동보험에 적극 가입해 외환 리스크 회피 ▶위험국 외환 모니터링과 바이어 관리 강화 ▶성장 가능성 높은 신흥국에 대한 역발상적 투자를 꼽았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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