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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다 맘에 안 들어’ 중2병 걸린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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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한국인』을 쓴 허태균 교수. “유례 없는 경제발전을 이뤘으면 지금의 혼란 정도는 치르고 가야 한다. 미래는 희망적으로 본다”고 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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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한국인
허태균 지음, 중앙북스

헬조선 외치면서 폭탄주에 열광 
한국인 심리 6개 키워드로 해부
몸은 컸지만 정신은 질풍노도 단계
6?25 이후 성취와 좌절 파헤쳐

404쪽, 1만6000원


술자리 많은 연말, “오늘은 내가 쏜다”를 외치고 계시는지.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이 가장 신기해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이 ‘한 턱 쏘는’ 문화다. 감사하는 마음에 대접하고 싶다면 조용히 계산을 하면 될 일이지, 왜 꼭 술이 오를 즈음 ‘한 턱’을 선언해야 하는가. 한국인의 심리를 해부한 『어쩌다 한국인』의 저자 허태균(47)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이런 모습이 “한국인의 강한 주체성 때문”이라고 말한다. 한 턱 쏜다는 말은 곧 “오늘은 내가 주인공”이라는 뜻. 그러니 너희 중 누구도 나보다 부각되면 반칙이야. 자, 오늘은 나에게 집중해라.

 한국인은 왜 한 턱과 폭탄주에 열광하는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 되었는데 왜 삶의 만족도와 행복지수는 자꾸만 떨어지며, ‘헬조선’이라는 말까지 유행하게 되었나. 대립과 갈등은 왜 끊이지 않는가. 『어쩌다 한국인』은 이 크고 작은 질문들에 사회심리학적으로 답해 보려는 당찬 시도다. 저자는 이 책에서 요즘 한국인들의 심리가 전형적인 사춘기 청소년과 닮았다며 “한국인들은 지금 중2병을 앓고 있다”고 지적한다. 허 교수를 10일 만났다.

 -한국사회가 ‘중2병’ 이라니.

 “중학교 1, 2학년이 어떤 때인가. ‘걸리면 죽는’ 시기다. 몸은 매년 쑥쑥 자랐는데, 정신은 그에 맞춰 성숙하지 않았다. 나도 세상도 맘에 들지 않고, 불안해 죽을 것 같다. ‘나는 뭐지? 어디로 가야하지?’ 고민이 시작된다. 지금 대한민국이 그렇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으며 그동안 지켜온 가치를 싹 잃어버리고 바닥에서 시작했다. 고려는 457년, 조선은 518년간 유지됐는데 약 500년을 기준으로 한국의 나이를 계산하면 만 12세 정도다. 무서운 질풍노도의 시기를 거쳐가고 있는데 어찌 혼란스럽지 않겠는가.”

 -심리학책이라기보다는 사회학책 같다.

 “한국에서 심리학은 개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결국 사회라는 게 개개인이 모여 이뤄진 것이다. 각각의 마음을 가진 개인이 어떤 사회와 문화를 만들어내는 지에 대한 분석이 필요할 때다. 단, 심리학은 과학에 기반을 둔 학문인데 사회를 해석하다 보면 그 부분은 다소 부족해 진다. 개인적인 해석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

 허 교수는 고려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일리노이주립대·노스웨스턴대에서 공부했다. 2012년 착각의 문제를 파헤친 책 『가끔은 제정신』으로 주목받았다. 『어쩌다 한국인』에서 그는 요즘 한국인의 심리적 특성을 여섯 가지로 나눠 설명한다. 윗사람의 판단을 따르기보다 내 의지와 능력으로 무엇인가를 이루려 하는 ‘주체성’, 공적인 역할보다 사적인 관계가 우선하는 ‘관계주의’, 행동보다 마음을 읽으려 하는 ‘심정 중심주의’, 선택으로 인한 포기를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복합유연성’ 등이다. 각 항목에 현재 우리 사회의 풍경이 절묘하게 끼어든다. 세월호 사건 때 대통령의 사과에 쏟아진 비난에선 사회적 관계를 가족화하는 ‘가족확장성’을, 인문학을 경시하는 풍조에서는 눈으로 보이는 것만을 신봉하는 ‘불확실성의 회피’ 성향을 읽어낸다.

 -한국인의 마음을 여섯 가지 로 분류했는데.

 “각각의 특징은 독립된 게 아니라 동시에 작용 한다. 타고난 유전자에 환경적 요인이 겹쳐 사람의 성격이 형성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 중 어떤 특징은 비교적 역사가 길고, 어떤 것들은 최근 몇 십 년 사이 강화된 것들이다.”

 -예를 든다면.

 “‘주체성’은 한국 역사에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다. 한국인들은 스스로 뭔가 할 수 있다는 느낌을 좋아한다. 조직보다 나 자신을 믿는 편이다. 의병이나 민란 등을 보라. 만 35년 간 일본의 식민지였는데 끝까지 독립운동을 한 민족이다. ‘헬조선’이란 말도 근본적으로는 이 주체성과 관련이 있다. 뭔가 내 힘으로 이루고 싶은데 이미 사회는 시스템화되어 할 수 있는 게 없다. 거기서 오는 좌절감이다. 반면 ‘불확실성 회피’ 등은 상대적으로 현대사를 거치며 강화된 심리다. 전시에는 나와 내 가족의 생존이 가장 중요하다. 당연히 눈에 보이는 게 전부일 수밖에 없다. 이제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니 ‘잠깐, 우리에게도 뭔가 있지 않았어?’ 싶어진다. 그래서 전통을 강조하고, 개인적인 기쁨을 찾고 하는 것이다.”

 -한국의 사춘기는 끝이 날까.

 “사춘기는 평생가지 않는다. 10년 정도 이 혼란을 겪고 나면 우리가 갈 길을 찾아낼 것이라고 생각한다. 책은 한국인들의 부정적인 모습을 드러내려는 게 아니다. 지금은 이런 특징 때문에 혼란스럽지만 동시에 우리가 그런 사람들이라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 그러니 지금의 ‘헬조선’은 남이 만든 게 아니라 바로 우리가, 한국인이 만들었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가치중립적으로 우리가 지금 어디 있는지를 이해하고 길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보나.

 “ 방향은 만들어 가는 것이다. 심리학자라서인지 정부가 잘하면 모든 게 좋아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남들만 변하기만을 기다리지 말고, 내가 변해야 사회가 바뀐다.”

글=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S BOX] 갑질에 민감한 한국인, 왜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으로 불붙어 오른 한국 사회의 ‘갑(甲)질’ 논란. 허태균 교수는 이런 갑질에 대한 한국인들의 민감한 반응을 강한 ‘주체성’과 ‘관계주의’ ‘심정 중심주의’의 결합으로 설명한다. 집단 속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뚜렷하게 느끼길 원하 는 주체성 강한 한국인들은 ‘무시당하는 느낌’에 유달리 예민하다. 또 한국인에게는 그 사람이 어떤 직업을 가졌고, 공식적인 역할이 무엇이냐보다 나와의 개인적 관계에서 나를 어떻게 생각하 느냐(관계주의)가 중요하기 때문에 제대로 대접받지 못했다고 생각하면 “너 나 무시하지?” “내가 누군지 알아?”라는 대사가 튀어나오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특이하게도 욕쟁이 할머니 식당 같은 곳에서 주인에게 욕을 들으며 맛있게 밥을 먹는 것도 한국인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행동보다는 어떤 진심(심정 중심주의)이다. 허 교수는 “실제 말이나 행동보다 ‘왠지 나를 무시하는 것 같아’라는 느낌을 받았느냐가 중요하고, 그러다보니 서비스업 종사자들에게 ‘사랑합니다, 고객님’ 같은 필요 이상의 대응을 강요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갑질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서비스업에 대한 인식이 바로잡히는 것과 동시에, ‘감정노동’에 대한 제대로 된 보상체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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