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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펴는 동시집 <12> - 가랑비 가랑가랑 가랑파 가랑가랑

풀잎과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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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풀잎이 좋아, 풀잎 같은 친구 좋아

‘풀잎 좋아, 풀잎 같은 친구 좋아’
동시조에 가랑가랑 젖어든 동심

바람하고 엉켰다가 풀 줄 아는 풀잎처럼
헤질 때 또 만나자고 손 흔드는 친구 좋아.

나는 바람이 좋아, 바람 같은 친구 좋아
풀잎하고 헤졌다가 되찾아온 바람처럼
만나면 얼싸안는 바람, 바람 같은 친구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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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랑비 가랑가랑
가랑파 가랑가랑
정완영 글, 임종길 그림
사계절, 92쪽, 9500원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시조시인 정완영(1919~)은 어린이를 위한 동시조 역시 많이 지었다. 시조라 하면 왠지 예스러울 듯해 어린이와 어울릴까 싶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동시조는 시조의 형식을 미리 유념하고 보지 않는 한 많은 동시들과 그리 큰 차이가 없다. 리듬을 살리고 내용을 간결하게 집약해 담아낸다는 점에서 매우 비슷하다.

 “텃밭에 가랑비가 가랑가랑 내립니다/빗속에 가랑파가 가랑가랑 자랍니다/가랑파 가꾸는 울 엄마 손 가랑가랑 젖습니다.” (‘가랑비’)

 “염소는 수염도 꼬리도 쬐꼼 달고 왔습니다/울음도 염주알 굴리듯 새까맣게 굴립니다/똥조차 분꽃씨 흘리듯 동글동글 흘립니다.”(‘염소’)

 불과 45자 안팎의 짧은 시구 안에 아름답게 정련된 언어가 더할 나위 없는 동시의 세계를 그려낸다. 시조라는 형식의 제약이 새로운 미학을 탄생시킨 것이다. 동시 또한 일반 시에 비해 일정 정도 형식의 제약을 스스로 부가한다고 본다면 동시조에서 동시가 나아갈 수 있는 길 하나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정완영의 다른 동시조집 『사비약 사비약 사비약눈』(문학동네) 『꽃가지를 흔들듯이』(보물창고) 『정완영 동시선집』(지만지)에서는 시조의 형식이 빚어내는 동시의 새로운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다.

김유진 동시인·아동청소년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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