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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 더듬으며 강 건널 것” 대출 죄기 총선 뒤로 미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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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 건넌다. 다만 바닥의 돌을 하나하나 더듬으며 가겠다(摸着石頭過河).”

[뉴스분석]
“부동산 급랭 우려 … 충격 최소화”
지방 시행 늦추고 강도 조절할 듯
미 Fed 다음주 금리 인상 예고
1200조 가계대출 그냥 두면 ‘폭탄’


 가계부채 대책을 언제, 어떤 강도로 시행할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한 금융위원회 고위 간부의 답이다. 그는 중국 덩샤오핑(鄧小平 )이 ‘점진적’ 개혁·개방을 주창하며 썼던 비유를 인용했다. 주택담보대출을 죄는 방향으로 가기는 하되 상당히 조심스럽게 하겠다는 얘기다. 가계부채에 관한 한 정부 내 ‘강경파’인 금융 당국이 이처럼 신중한 입장으로 돌아섰으니 애초 1월 1일로 예정됐던 시기는 다소 늦춰지고, 강도도 조정될 여지가 생겼다.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현재로선 연초 수도권에서 우선 시행한 뒤 시차를 두고 지방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세부 가이드라인은 이달 중순 발표될 예정이다.

 ‘바닥을 더듬으며 간다’는 입장에는 정부가 처한 진퇴양난의 상황이 함축돼 있다. 지난해 최경환 경제부총리 취임 직후 정부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대출 규제를 풀었다. 한국은행도 잇따라 금리를 내리며 보조를 맞췄다. 덕분에 부동산 거래는 일부 과열을 우려할 정도로 늘었다. 중국의 경기 둔화에 수출이 죽을 쑤는 상황에서 그나마 경기가 버틴 건 부동산 시장의 활황 덕이 컸다.

 그러나 ‘짧은 파티’를 접어야 할 시점이 닥쳤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15~16일(현지시간)로 예정된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올리겠다고 사실상 예고한 상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시작된 ‘유동성 홍수’의 시대가 공식 마감하는 셈이다. 한국도 ‘강’을 따라 건너지 않을 재간이 없다. 그런데 어느덧 1200조원에 육박하게 된 가계부채가 부담이다. 금리가 오르기 시작하면 그 무게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지난 7월 발표한 정부의 가계부채 종합 관리 방안도 위험을 줄이기 위해 대출을 슬슬 죄겠다는 시그널이었다. 내년 1월부터 수도권은 물론 지방에서도 대출자의 빚 갚을 능력을 깐깐히 따지고(소득심사 강화), 처음부터 조금씩 갚도록(분할상환) 하겠다는 게 골자다.

 한데 그 과정에서 어떤 소용돌이를 만날지 금융 당국도 아직 확신이 서지 않았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방은 대출 때 소득심사를 반영해본 경험이 없다”며 “지역에 따라, 금융사에 따라 충격이 있을 수 있어 분석과 준비에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이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정부 내 가계부채 협의회에서 국토교통부는 “강도가 너무 강하면 자칫 부동산 시장이 급랭할 우려가 있어 그 영향을 제대로 분석하고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을 강하게 펼쳤다. 금융 당국 수뇌부의 분위기도 눈에 띄게 누그러졌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이달 초 기자간담회에서 “(여신 심사 강화에는) 경착륙이 아니라 연착륙 방안이 담길 것”이라며 “많은 예외 조항을 두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권에는 정부의 ‘망설임’이 혹 4월 총선거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비판적 시각도 나온다. 시행을 3~4개월 늦춘들 예상되는 부작용이 얼마나 줄겠느냐는 이유에서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대출 죄기에 나설 경우 그간 과열 조짐이 있었던 일부 지방 권역에 특히 충격이 클 수 있다는 점을 정부가 우려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은 이미 올해 초부터 가계부채 대책을 만들기 시작해 7월 관계부처 협의로 방안을 확정하고 이후 4개월간 은행들의 실무협의도 거쳤다.

 향후 금융 당국뿐 아니라 통화 당국인 한국은행의 고심도 깊어질 전망이다. 10일로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당장 액션이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 다만 ‘도강 계획’에 대해 이주열 총재가 어떤 시그널을 보낼지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조민근·조현숙 기자 jm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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