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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에서 보는 한국] 타협으로 모두가 승자 된 한국에 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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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단 포스터-카터
영국 리즈대 명예 선임연구원

논객에게 비판은 아주 쉬운 일이다. 또 논객이 주로 하는 일은 비판이다. 하지만 논객에게는 칭찬하는 것도 중요하다. 지금 당장 한국의 국회의원·경찰·시위자·일반 시민·법원은 모두 이들을 칭찬하는 꽃다발을 받아야 마땅하다. 이들은 한국에서 흔치 않은 중용·타협·자제를 실천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한국 사람들이 거리에서도 국회에서도 싸움을 피하거나 극복했다. 최근 한국은 두 차례 승리했다.
 
법원·국회의원·경찰·시위자들
이번에는 모두 다 박수 받을 만
즐겁기까지 했던 평화 시위가
2016년에 정착되길 기원하자

 나를 비관주의자라고 불러도 좋다. 하지만 나는 지난달 14일 ‘1차 민중총궐기 집회’ 이후 최악의 상황까지 벌어질지 모른다고 두려워했다. 서울 도심에서 시위대와 경찰이 서로를 다치게 하는 무력 충돌을 한다면 낯선 장면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항상 크게 실망스러운 일이다. 충돌로 빚어지는 부상과 손실, 양쪽의 강경한 태도를 목격하는 것은 항상 서글픈 일이다. 정치적 측면에서나 한국이라는 브랜드의 홍보 측면에서나 올바른 방식이 아니다. 세계의 언론 매체가 한국에 대해 보도하는 일이 흔치 않다. (북한에 대해서는 많이 보도한다.) 장관(壯觀)이 펼쳐지는 한국의 소요 소식은 텔레비전 뉴스거리로 적합하다. 항상 좋은 ‘볼거리’다. 세계가 서울에서 벌어진 어떤 일을 보도할 때 그 일은 항상 부정적인 것과 관련됐다는 사실은 상심에 잠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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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일의 ‘2차 민중총궐기 집회’에서도 같은 일이 반복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는 근거가 충분했다. 시위자들이나 당국자들은 결코 뒤로 물러설 기분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경찰이 서울광장에서 진행될 행사를 금지하겠다고 했을 때 더욱 격렬한 가두 ‘전투’가 예상됐다.

 칭찬받아 마땅한 일들이 벌어졌다. 우선 서울행정법원이 지난 3일 민중총궐기 시위 금지 결정을 뒤집었다. 올바른 이유로 내려진 올바른 판단이었다. 집회의 자유를 감안하면 시위 금지가 최후의 수단이어야 한다고 서울행정법원은 판단했다.

 두 번째 칭찬의 대상은 시위자들과 경찰이다. 그들은 5일 자제력을 발휘했다. 경찰 또한 이번에는 버스로 도로를 폐쇄하지 않았다.

 시위자들이 복면 문제에 대해 기지를 발휘한 것도 좋은 신호였다.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의견이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달 다음과 같이 놀랍도록 폭력적인 언어를 사용했다. “전 세계가 복면 뒤에 숨은 이슬람국가(IS) 척결에 나선 것처럼 우리도 복면 뒤에 숨은 불법 시위를 척결해 무법천지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척결’은 의문을 낳는 표현이다.

 지난 토요일 많은 시위자가 자연스럽게 가면을 착용했다. 그들 중 일부는 재치를 발휘해 탈춤에 사용되는 탈을 연상시키는 가면을 썼다. 탈춤이란 무엇인가. 나쁜 통치자들과 위선자들을 놀림감으로 삼는 한국의 전통적인 댄스 드라마 아닌가. 유머는 폭력보다 더 효과적인 무기다. 앞으로 시위자들이 11월 14일이 아니라 12월 5일에서 영감을 끄집어내기를 우리 모두 희망하자.

 한편 여의도에서도 흔치 않은 타협의 정신이 발휘됐다. 한국 국회는 잘 모이지도 않는다. 모여도 생산적으로 일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종종 교착 상태나 보이콧으로 마비되는 곳이 국회다.

 슬프지만 이게 사실이다. 국회는 한국의 브랜드 이미지를 손상시키고 있다. 구글 검색창에서 영어로 ‘Korea parliament(한국 국회)’를 입력해보자. ‘Korea parl’까지만 치면 검색어 자동 완성 기능은 ‘Korea parliament fight(한국 국회 싸움)’를 제시한다. 여러 동영상이 뜬다. 주로 2008~2010년 동영상이다. 세계인들에게 대한민국 국회는 이렇게 알려져 있다. 싸움질을 하는 곳이라고.

 최근 몇 년간 한국의 국회의원들은 문자 그대로의 몸싸움을 ‘포기’했다. 물론 여야 간의 전쟁은 계속된다. 국회는 계속 차질 없이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는다. 여야 진영의 분쟁 때문에 수많은 법안들이 빛을 보지 못하고 시들고 있다.

 희망적인 면도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국회는 마감 시간에 ‘거의’ 맞춰 예산을 승인했다. 이번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은 2일이었다. 마감 시각을 50여 분 넘겼다. 지난 10여 년 동안 12월 31일의 마지막 몇 분까지 끌던 전례에 비하면 크게 향상된 것이다. 축하할 일이지만 ‘만세 3창’까지는 아니다. 여야는 예산에 대해 충분히 논의한 것도 완전한 합의에 도달한 것도 아니었다. 또 노동개혁 법안 처리를 위해 임시국회를 열기로 합의했지만 ‘언제’가 빠졌다.

 2016년에는 어느 쪽이 더 우세할까. 물대포, 최루액, 차벽, 거리 싸움으로 상징되는 11월 14일인가 아니면 평화로운 데다가 즐겁기까지 했던 12월 5일인가. 한국은 ‘11월 14일’을 과거에 이미 충분히 많이 경험했다. 새해에는 과거를 뒤로하고 새로운 길이 열리기를 기원하자.

에이단 포스터-카터 영국 리즈대 명예 선임연구원


◆외부 필진 칼럼은 중앙일보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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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