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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시진핑·푸틴 ‘입들의 동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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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환
JTBC 정치부 차장

며칠 전 중국 공산당 관영지인 인민일보를 보다 눈을 의심했다. 1면 기사들 제목이 온통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일색이었다.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FOCAC) 총회에 참석한 시 주석 관련 기사가 12개의 제목 아래 가지런히 배열됐다. ‘시 주석이 누굴 만났다’ ‘시 주석이 무슨 무슨 잡지·화보 발간에 축사했다’는 식의 동정 기사들이다. 마오쩌둥(毛澤東) 이래 이런 권력 집중이 또 있었나 싶을 정도로 온통 시진핑 뉴스로 지면이 도배됐다. 중국의 국가 지도자를 다룬 인민일보 기사는 신문·방송·잡지 같은 전통 매체뿐 아니라 인터넷·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확산되는 중국 선전활동의 표준이자 교범이다. 글자 하나 못 바꾸고 통으로 실어야 한다. 인터넷 쇼핑으로 하루 16조원씩 팔아 치우는 역동적인 나라 아닌가. 중국적 개성과 특수성을 이해해달라는 말도 정도가 있지, 이 글로벌한 시대에 이런 역주행이 어디 있나 싶었다.

 중국은 ‘서구의 언론 독점’을 깨야 한다며 신화통신·CCTV 등 관영매체에 엄청난 예산과 인력을 지원하고 있다. 이른바 국제 여론을 중국에 유리하게 조성하기 위한 소프트파워 전략이다. 24시간 영어 방송은 기본이고 앵커와 기자들도 미국·유럽에서 채용했다. 이렇게 중국 당국이 대외 선전에 쏟아붓는 비용이 연간 100억 달러(약 11조원)에 달한다는 주장도 있다(데이비드 샴보, ?포린 어페어즈? 7·8월호 ‘중국의 소프트파워 대공세’). 천문학적인 돈을 풀고 있지만 효과는 기대만 못한 게 현실이다. 극명한 실패 사례는 제2차 세계대전 전승 기념 열병식이었다. 함께 피 흘리고 싸웠던 서구 주요 국가들은 빠진 채 중국과 러시아가 서로 품앗이하며 자리를 채워주는 장면이 웅변적으로 보여준다.

 이 정도 물량 공세로는 부족했다고 생각한 걸까. 러시아와 내년 중 합작 통신사 설립을 추진 중이라는 보도가 나온다. ‘서방의 화어권(話語權)에 도전장’이라는 제목도 눈길을 붙잡는다. 발언권 또는 이슈 영향력쯤으로 풀이될 수 있는 화어권. 발언의 권위를 향한 중국 당국의 집념이 국경을 넘어 전례 없는 선전기관 제휴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양으로 승부를 보다 보면 질적으로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자기 확신이 느껴지지만 자유 언론이 일상이 된 우리 입장에서 보면 주객전도 상황이다. 실체의 변화 없이 이미지만 포장하고 있는데 매력이 생길 턱이 없다. 매력은 사는 게 아니지 않은가.

 중·러 언론 합작의 성공 여부와 별개로 그들에게 유리한 시각으로 우리를 엮는 상황은 외교적 도전이 될 것이다. 한·중·러 정상이 천안문 성루에 나란히 서는 사건은 이제 중·러의 입맛으로 가공돼 지금보다 더 대량으로 유통되는 일이 현실화되는 것이다. 중국 경도라는 프레임에 사로잡혀 중국과의 전략 협력이 실제보다 과장되지 않도록 중심을 잘 잡아야 하는 일도 만만치 않은데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중국식 뉴스의 물량 공세까지 걱정해야 할 판이다.

정용환 JTBC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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