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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어진 수요일] 극한 알바, 젊음이 휘발되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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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 인기라고 하니 80년대 이야기를 해볼까요. 80년대면 지금의 20~30대가 갓 세상에 태어났거나 혹은 태어나지도 않았을 시절. 그때도 대학생 아르바이트란 게 있었는데, 지금과는 달랐지요. 기껏해야 과외나 식당 서빙 정도? 그런데 요즘 청춘들은 알바도 다채롭습니다. 특히 몸을 혹사시키는 ‘고임금-고위험 알바’가 인기입니다. 80년대보다 나라 경제는 몇 곱절 성장했는데, 왜 청춘의 삶은 고달프기만 할까요. 고위험 알바에 뛰어든 청춘들을 만나 봤습니다. 

정강현 청춘리포트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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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형편이 넉넉지 않은 대학생들에게 청춘은 더 이상 ‘봄날’이 아니다.

스펙 쌓기를 하며 동시에 등록금과 생활비도 마련하려니 몸이 10개라도 모자라는 상황. 등록금과 생활비를 대려면 돈을 벌어야 한다. 학기 중 단기 아르바이트(알바), 방학 땐 숙식 알바도 마다하지 않는다. 단기간에 많은 돈을 벌기 위해 고위험 알바를 하는 청춘도 적지 않다.

청춘리포트가 ‘극한 알바’에 뛰어든 청춘 3명을 만났다. 심층 인터뷰를 각자의 목소리로 재구성했다.

◆약대생 채진병(24)씨의 임상시험 알바

 소위 말하는 임상시험 알바를 한 건 세 번이야. 2012년부터 1년에 한 번씩. 나는 학교에서 학생회 활동과 동아리 활동을 병행하고 있어. 이런 건 주말에도 시간을 자주 내야 하잖아. 생활비를 마련해야 하는데 일반적인 카페 알바 같은 건 아무리 구해도 나랑 시간이 맞지 않았어. 온라인 알바 사이트를 찾던 중 ‘임상시험 알바’ 글에 눈이 갔어. 클릭하니 아예 임상시험 알바 구인 글만 따로 올라오는 페이지로 연결이 되더라.

 두 번은 고지혈증 약을, 한 번은 전립선 비대증 약을 먹었어. 전립선 실험은 보수가 60만원 정도로 고지혈증(40만원)보다 더 높았어. 들어보니 우울증 약(항정신성 약물) 같은 건 지원자가 적어 건당 100만원이 넘어가기도 한다더라. 그런데 시험을 두 번 완료한 다음에야 돈을 준다고 명시해서 덜컥 겁이 났어. 그 밑에는 시험 중단 시 부작용이 일어난 사유가 명백히 약 때문이란 걸 증명해야 돈을 준다고 써 있었거든.

 물론 돈은 벌기 쉬웠어. 약을 먹고 가만히 앉아서 TV를 보고 피 뽑고 시간을 보내다 집에 가면 되니까. 하지만 집에 와서도 며칠간은 영 마음이 찜찜해. 그때 먹은 약 때문에 혹시나 부작용이 생기면 어쩌나 하는 우려 때문이지. 나도 약학을 전공해서 알지만 부작용이 3일 안에 드러나기가 쉽지 않잖아. 시험을 마치고 집에 간 이후엔 부작용 발생 시 어찌하겠다는 규정도 들은 바가 없었어. 나중엔 내 몸에 가격표가 붙었다는 생각도 들더라.

 내가 말하는 임상시험은 정확하게 말하면 ‘생동성 시험’이야.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의 줄임말인데, 제약회사에서 복제약(제네릭)의 판매 허가를 받기 위해 실시하는 시험이지.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일부 임상시험과는 달리 건강한 성인 지원자가 대상이야. 내가 갔을 때는 지원자 중 남녀가 절반이었고, 30~40대도 있었어. 그런데 시험 참가자의 80%가 20대 초·중반 남성이었던 걸로 기억해. 그만큼 젊고 건강한 남성들의 신체가 돈과 맞바꿔진다는 얘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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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소재 대학생 윤모(26)씨의 냉동창고 알바

 군대에 있을 때 부모님께서 함께 운영하시던 사업이 망했어. 얼마인지도 정확히 몰랐던 등록금을 제대 후엔 스스로 마련해야 했지. 명문대생이 아니라 과외는 꿈도 못 꾸고, 학점 재수강에 치여 정기 알바는 꿈도 못 꿨어. 설상가상으로 복학 두 번째 학기에 학점이 떨어져 부분장학금도 못 받게 됐어.

 학교 선배한테 냉동창고 알바를 하다 죽은 시립대 학생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어. 처음 든 생각은 ‘아 위험하겠구나’가 아니고 ‘그렇게 돈을 줘?’였어. 시급이 많게는 2만원까지 된다고 했거든. 지난 7월에 닷새간 부산 사하구에 있는 냉동창고에 나갔어. 여름이니까 시원할 거라고 생각했지. 그런데 올여름은 좀 춥더라. 근무 시간은 1일 10시간, 일급은 20만원. 한 박스에 15~30㎏씩 나가는 냉동수산물을 들어 창고에 옮기는 일이었지.

 나흘째 되는 날 허리가 너무 아픈 거야. 허리가 아프니까 추운 줄도 몰라. 허리를 더 구부리려고 창고 옆 선반에 잠깐 기댔는데 너무 추워서 깜빡 잠이 들었나 봐. 5분쯤 졸다가 일어나니 오른발이 너무 딱딱한 거야. 절뚝거리며 나와서 난로에 발을 쬐었는데 동상까진 아니어도 발이 얼었다 풀리는데, 아무리 눌러봐도 새끼발가락엔 영 감각이 없어. 반년이 지난 지금도 마찬가지. 가끔 친구들과 그런 농담을 해. 새끼발가락을 100만원과 바꿔먹었다고.

 
◆애인 대행 업소 알바 한모(27·여)씨

 ‘다다익선’. 내가 미술대학에서 조소 공부를 하면서 돈에 대해 매일 떠올린 문구야. 돈이란 게 많으면 많을수록 더 좋은 거 아니겠어? 하고 싶은 공부가 있어 일본 유학을 준비해야 했어. 돈을 벌려고 휴학도 몇 번 했지만 조소 공부에는 재료 값이 계속 드니 외국에서 몇 년 버틸 돈이 쉽게 모이지 않더라고. 그러던 지난해 초 친구한테 소개팅 앱(애플리케이션) 얘기를 듣고 스마트폰 검색에서 ‘만남’이란 키워드를 쳤어. 몇 개를 받았는데, 이상하게 그중 한 앱에서 ‘고수입 알바’ 쪽지가 계속 오더라. 밑져야 본전이다 싶어 연락했지. 그땐 유학을 포기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절박한 상황이었거든.

 내게 ‘고수입 알바’ 쪽지를 보낸 사람은 일종의 심부름 업체 직원이었어. 애인 대행을 해주면 하루에 15만원을 준다더라. 스킨십이 포함되면 30만원까지도 가능하대. 내 외모를 보고 돈을 흥정하는 경우도 있다고 해 스튜디오에 가서 프로필 사진도 찍었어. 결혼식에 같이 가주는 애인 역부터 교외 드라이브를 가자는 남자까지 정말 종류도 다양했어.

  조혜경 기자 wisel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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