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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석의 걷다보면] 떠나요 제주도 푸른 밤

제주올레 트레킹 1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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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만의 만남이었다. 개인 사정으로 서울로 올라갔던 심샘이 응원군들을 데리고 제주로 왔다. 어찌나 반갑던지 하마터면 눈물이 쏟아질 뻔했다.

 "아직 살아있었네!"

역시 심샘다운 인사말이다. 선생님이 자리를 비운 일주일 동안 내 모양새가 말도 아니게 변했나 보다. 물집이 생긴 발가락 때문에 절뚝거리고. 평소 선크림을 안 바르고 다니니 얼굴과 팔뚝은 시커멓게 타다 못해 익어 버렸다. 심샘께 내가 참 불쌍해 보였나 보다. 사실, 속으로는 그가 내게 좀 미안하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그게 착각이라는 걸 알기까지 긴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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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레길을 걷는 데 활력이 붙었다. 다른 사람은 모르겠으나 적어도 나는 그랬다. 이제 걸음도 조금씩 수월해져 제법 걷는 모양새가 달라졌다. 카메라를 메고 다니는 어깨에 간혹 통증이 오는 것만 빼면 몸 상태는 아주 좋았다. 심샘을 비롯해 응원군 십여 명과 인사를 나누고 출발했다.

오늘 걷는 올레길은 서귀포와 중문단지를 포함하고 있다. 6월에 접어들며 관광객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이제 제주는 본격적인 성수기에 접해 들었다. 혼자 걷는 길보다는 북적거리지만 이것 역시 사람 사는 모습이라 생각하며 불평 없이 함께 걷는다.

일행의 선두가 중문 해수욕장에 다다랐다.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았는데도 모두 신발을 벗는다. 그리고는 자연스레 바닷물에 발을 담근다. 어린아이 모양 즐거운 표정이다. 고운 모래 알갱이가 발가락 사이로 삐져나오며 간지럼을 태우고, 파도는 조심스레 다가와 발을 적신다. 그야말로 최고의 걷기다. 6월의 제주는 그렇게 여름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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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올레길 최고의 장점을 무엇일까. 비경이다. 자연이 만들어낸 최고의 조각품이 섬을 이루고 있다. 사람이 망치와 정을 이용해 깎아도 주상절리만큼 정교하게 깎을 수는 없을 것이며, 좋은 물감과 붓을 가지고 그리더라도 제주의 푸른 바다를 표현하기 어렵다. 길을 걷는 내내 나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예술품을 본다. 제주는 미술관을 닮았다. 자연을 이렇게 바라볼 수 있게 하는 것이 올레의 힘이다. 더 큰 의미로는 ‘걷는다’ 는 행동의 힘이다. 이것이 걷기 앞에서 망설이고 겁먹고 주저하고 불평을 쏟아내던 나의 고백이다.

 오랜만에 내 곁에 누군가가 있다는 생각에 오늘따라 발걸음이 더 가벼웠고, 목적지에도 금세 도착했다. 숙소는 내가 처음 제주에 와서 묶었던 사이 게스트하우스다. 최 사장님이 나를 반갑게 맞이해준다.

"잘 걸었소?"
 "네. 잘 걸었습니다!"

이 얼마나 간단한 문답인가. 하지만 이 문답 속에는 아주 많은 이야기가 들어있다는 것을 우린 알고 있다.

오랜만에 제주 막고기 바비큐다. 넓은 불판에 고기를 던져놓고 굵직한 소금을 뿌려 간을 한다. 오늘따라 최 사장님의 손놀림이 예술적이고 맛도 기가 막힌다. 저절로 노래가 나온다.

"떠나요 둘이서 모든 슬픔 털어버리고 제주도 푸른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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