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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사위, 오늘 250건 상정 … 24시간 처리해도 100건은 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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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국회에는 법안이 몰린다. 법안심사는 늘 ‘벼락치기’로 진행된다.

정기국회 막판 졸속 심의 실태

복지위, 조무사 간호 금지한 법안
정부서 문제 지적해도 “그냥 가자”

통과된 법도 실적 쌓으려 재발의
겸직 제한 등 불리한 건 고의 지연


 지난 11월 25일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 17건의 ‘의료법 일부 개정안’이 동시에 상정됐다. 법안 이름은 같았지만 내용은 달랐다. 대한간호 협회장 출신 새누리당 신경림 의원, 대한의사협회 대변인 출신 새누리당 문정림 의원, 의사 출신 새정치민주연합 김용익 의원 등이 각각 발의한 법안이었다. 이날은 간호사의 지위를 간호조무사와 구분하는 내용의 법안(신 의원 제출)을 주로 논의했다.

 ▶보건복지부 의료정책관=“간호조무사에게 간호 업무를 할 수 없도록 하면, 누구도 간호 업무를 수행할 수 없는 문제가….”

 ▶신 의원=“아니 그러니까…. 그냥 (입법으로) 갈게요!”

 ▶새정치연합 최동익 의원=“법적 논리는 확인을 해야지 법을 만드는 데…. 아무리 시간이 없어도.”

 짧은 논란 뒤 법안은 의결됐다. 17개 법안을 심의하는 데 13분이 걸렸다. 법안 한개당 45초꼴로 심의한 셈이다.

 복지위는 이번 정기국회(9월 1일~12월 9일)에서 이렇게 300여 건의 법안을 심사했다. 이 중엔 ▶문신사법 ▶안경사법 ▶의료기사법 등 특정 직업명이 포함된 법안이 다수 포함됐다.

 이 중 문신사법은 문신사의 면허와 위생 관리 등을 법제화해 문신업을 양성화하는 내용으로, 새정치연합 김춘진 의원이 발의했다. 익명을 원한 복지위 관계자는 “특정 직업군과 관련된 법안은 내년 총선에서 지지자를 확보할 목적일 가능성이 있다”며 “의원들도 그런 것임을 잘 알기 때문에 법안이 부실해도 알면서 적당히 심사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이익이 충돌하는 단체 간 로비전도 치열하다. 지난 11월 19일 하창우 대한변호사협회장은 “변리사회가 변호사 직역을 침범하려고 시도한 ‘변호사의 변리사 자동자격 전면 폐지법안’을 변협의 지속적 입법활동으로 무산시키는 쾌거를 이뤘다”는 문자메시지를 변호사들에게 돌렸다. 이날 산업위에서 법조인 출신 의원들은 강하게 반대하며 법안 통과를 저지했다.

 법안 발의 과정도 졸속이다. 통과 가능성이 없는 법안까지 버젓이 올라온다. 새누리당 윤명희 의원은 지난 3일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올해로 사라지는 3000만원 이하 조합원의 예탁금 이자소득 비과세 정책을 5년 더 연장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윤 의원이 법안을 발의한 당일 새벽 조특법은 본회의를 이미 통과했다. 기재위 관계자는 “조특법 등 세법은 정책 혼선을 막기 위해 연말까지 발의한 법안을 모아 하나의 수정안으로 올려 처리한다. 본회의에서 통과된 뒤 발의한 법안은 아무 의미 없는 행위”라며 “통과 가능성이 없더라도 법안 발의 건수라도 늘리려는 시도가 아니겠느냐”고 했다.

 이런 관행 때문에 법제사법위원회가 몸살을 앓는다. 법사위는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의 법적 적합성 등을 심사하는 곳이다. 8일 오전 10시 법사위에는 250여 건의 법안이 상정된다. 법사위 관계자는 “24시간 내내 해도 법사위에서 처리할 수 있는 법안은 최대 150개인데 어떻게 250건을 처리하느냐”고 했다. 법사위는 지난 2일 본회의를 앞두고 2시간 동안 242건의 법안을 처리하려 했다.

 30초당 한 건을 처리하는 일정이었다. 그러나 법사위는 그날 30건밖에 처리하지 못했다. 현재 법사위에 계류 중인 법안은 1338건(3일 기준)이다. 타 상임위 법안은 362건으로 이 중 100여 건이 지난 일주일 새 급하게 처리돼 법사위로 넘어왔다.

 법사위의 ‘병목현상’은 민생법안의 발목을 잡는다.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은 7개월간 법사위 소위원회에서 한 번도 논의되지 못했다. 법안은 월 단위로 부과되는 건강보험 연체료를 하루 단위로 바꾸는 내용이다. 그러나 처리할 법안이 많다 보니 이 법안은 복제약과 관련한 다른 내용의 법안과 묶여 계속 계류돼 있다. 이 때문에 서민들이 지금도 건강보험을 하루만 연체해도 한 달치 연체료를 내야 한다.

 반면 국회의원 특권 관련 법안은 의도적으로 미루고 있다. 국회의원의 겸직을 제한하고 체포동의안을 자동 상정하는 국회법 개정안, 국회의원이 구속되거나 본회의나 상임위 회의가 열리지 않으면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 국회의원의 ‘현금 창구’로 불리는 출판기념회 금지법안 등이 모두 19대 국회가 끝나면 자동 폐기될 법안 리스트에 올라 있다.

글=강태화·박유미·이지상 기자 thkang@joongang.co.kr
사진=김경빈 기자


바로잡습니다    기사에서 ‘국회 보건복지위 법안소위에서 17개 법안을 심의하는 데 13분 걸렸다’는 내용은 당시 회의 직전 5시간가량 심의한 것으로 확인돼 사실이 아니므로 바로잡습니다. 의료법개정안을 낸 새누리당 신경림 의원이 소위에서 “그냥 갈게요”라고 말한 것은 정부 의견을 무시하겠다는 게 아니라 수용하겠다는 취지였다고 보건복지부가 알려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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