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김식의 야구노트] 젠틀맨 박병호, 이젠 좀 망가져도 괜찮아

기사 이미지

영어가 서툴러도 류현진(왼쪽)은 동료들과 잘 어울린다. 류현진을 껴안은 야시엘 푸이그. [AP=뉴시스]

박병호(29)는 신사처럼 등장했다.

영어 꾸준히 공부 대화 가능하지만
혹시 실수할까 통역 통해 입단 회견
“초보 수준” 현지 언론 괜한 오해 사

강정호, 더그아웃서 강남스타일 춤
류현진은 서툰 언어로 동료와 장난
여유 가지고 새로운 환경 적응해야

 지난 2일(한국시간) 메이저리그(MLB) 미네소타 트윈스와 계약한 그는 현지에서 큰 환영을 받았다. 지난해 MLB 홈페이지가 그의 홈런 장면들을 모아 소개한 적이 있을 만큼 박병호는 미국에서 꽤 알려진 타자다. 그가 환영받은 더 큰 이유는 신사다운 언행이었다.

 “I want to win championship.(미네소타에서 우승하고 싶다.)”

 미네소타의 홈구장인 타깃필드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가 영어로 이렇게 말하자 구단 관계자들과 취재진은 큰 박수를 쳤다. 협상기간 동안 박병호는 바르고 겸손한 태도로 구단 관계자들의 마음을 샀다. 미네소타가 박병호에게 제시한 연봉은 4년 총액 1150만 달러(약 134억원), 5년째 계약이 연장되면 최대 1800만 달러(약 210억원)였다. 박병호의 기량과 상품성을 감안하면 다소 실망스러운 액수였다.

 그러나 그는 계약 마감시한을 일주일이나 앞두고 구단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박병호는 “미네소타가 도전적인 제시를 했다고 생각한다. 난 돈이 아니라 꿈을 위해 미국에 왔다. 기분 좋게 사인했다” 고 말했다. 그건 박병호의 진심이었을 것이다. 동시에 구단과 팬들이 아주 좋아할 코멘트였다. 우리가 아는 ‘신사’ 박병호는 그렇게 미국에 입성했다.

 
기사 이미지

박병호

  미네소타 지역지 스타트리뷴은 ‘박병호는 통역원의 도움을 받았다. 영어를 몇 마디밖에 하지 못했고, 알아듣는 것 역시 초보적인 수준’이라고 썼다. 의외의 평가였다. 박병호는 류현진(28·LA 다저스)·강정호(28·피츠버그 파이리츠) 등 앞서 미국에 진출한 선수들보다 영어를 잘한다. MLB를 꿈꾸는 순간부터 영어 단어장을 들고 다녔고, 개인교습도 받았다. 통역원의 도움을 받은 건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박병호가 영어를 못한다는 건 오해다. 박병호는 앞으로 이런 해프닝을 수없이 겪어야 할 것이다. 그는 “야구는 야구다. 어디서나 똑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야구 말고는 모든 게 다르다. 새로운 환경에서 전혀 다른 사람들과 지내며 더 수준 높은 투수들과 상대해야 한다. 완벽하게 듣고, 말하고, 이해할 겨를이 없다.

 박병호·강정호의 전 소속팀 넥센 관계자는 “강정호가 MLB에 진출하기 전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통역원도 월급 받아야지. 내가 너무 잘하면 안 된다’며 웃더라. 무던하고 때론 무심한 게 강정호가 미국에서 잘 적응한 이유”라고 귀띔했다. 피츠버그에서 강정호는 잘 들이댔다. 더그아웃에서 ‘강남스타일’ 춤을 췄고, 자신을 신인 취급하는 베테랑에게 “나, 한국에서 스타였다”고 눙치기도 했다.

 1년 전 류현진도 비슷한 말을 했다. 그는 “영어 실력이 부족하지만 통역원을 믿는다. 영어 공부는 천천히 할 생각”이라고 농담을 했다. 영어가 서툴러도 그는 다저스 동료들과 잘 어울린다. 언어보다 몸과 마음이 먼저 움직인 결과다.

 박찬호(42·은퇴)는 마이너리그 시절 흐르는 땀에 마늘냄새가 날 것 같아 신경쇠약에 걸릴 정도였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 언어는 물론 식습관까지 그들에게 맞춰야 했다. 그러나 포스팅을 통해 MLB에 진출한 선수들은 다르다. 박병호의 연봉은 미네소타 내에서 5위다. 그만큼 구단과 동료들이 예우할 것이다.

 박병호의 타격을 걱정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다만 예민한 그가 팀에 적응하는데 필요 이상의 에너지를 쏟을까봐 염려하는 이들이 있다. 때론 오해받을 수도 있고, 도움을 받을 때도 있겠지만 과민할 필요 없다. 류현진·강정호가 그랬듯 여유를 가지고 자신있게 부딪히면 된다. 계약은 ‘신사’ 처럼 했지만 이젠 ‘투사’ 같은 박병호를 기대한다.

김식 야구팀장 seek@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