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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편집국장 레터] 포용적 민주주의

VIP 독자 여러분, 중앙SUNDAY 편집국장 남윤호입니다. ?출장으로 잠시 미국 뉴욕에 나와 있습니다. 이곳에 오니 지난 9월 28일 열렸던 제70차 유엔총회가 떠오르는군요. 박근혜 대통령도 참석했었지요. 당시 국내 언론들은 박 대통령의 동선을 따라다니며 부지런히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부끄럽지만 그러느라 의미있는 연설을 하나 놓쳤습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연설이었지요.



42분 간에 걸친 그의 연설 가운데 주목할 만한 표현이 있었습니다. ‘inclusive democracy’라는 표현 말입니다. 학계에선 ‘포괄적 민주주의’라고 하던데, 저널리즘적 관점에선 ‘포용적 민주주의’로 부르는 게 이해하기 쉽습니다.



미국에선 보통 민주주의 앞에 별다른 수식어를 붙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민주주의면 그냥 민주주의지, 달리 꾸며줄 이유가 있느냐는 사고방식이지요. 그런데 오바마 대통령은 inclusive라는 수식어를 굳이 붙였습니다. 이렇게 말입니다. “민주주의-포용적 민주주의-는 나라를 더 강하게 만듭니다(Democracy - inclusive democracy - makes countries stronger).” 연설 원문은 백악관 홈페이지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whitehouse.gov/the-press-office/2015/09/28/remarks-president-obama-united-nations-general-assembly



포용적 민주주의란 21세기 들어 터져나온, 복합골절에 가까운 온갖 정치·경제·사회 문제를 배경으로 등장한 개념입니다. 처음엔 사회운동 차원의 슬로건으로 시작됐지요. 소수 엘리트에 의해 좌우되는 민주주의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결국 원점으로 되돌아가 직접 민주주의적 요소를 가미하거나 권력을 아래로 분산시켜야 한다, 격렬한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선 통합적이고 관용적인 제도를 구현해야 한다…. 이게 정치학자들에 의해 ‘포용적 민주주의’라는 말로 규정됐습니다. 1997년 그리스 출신의 정치학자 타키스 포토풀로스(Takis Fotopoulos)가 제창한 이후 학계에선 제법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러다 세계화의 그늘이 짙어지고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거지면서 전세계에서 대안적 민주주의 개념으로 각광받기 시작했습니다. ‘시장 근본주의’에 대한 반발이라고 할까요. 정치·경제적 불평등 완화, 약자 배려, 관용적 관행 등이 주요 실천 항목입니다. 이게 신자유주의의 본산이자 개인주의가 지배하는 미국에서, 그것도 최고 지도자의 입을 통해 강조됐다는 것은 주목할 만합니다. 모든 민주주의 국가들이 고민해야 할 화두를 던진 셈입니다.



이는 링컨이 말한 ‘인민의, 인민에 의한, 인민을 위한 정부’와도 연결됩니다. 잠시 옆길로 새지만, 19세기 미국 영어에 조예가 깊은 영문학자 한 분이 이를 좀 어색한 번역이라고 하더군요. 당시 미국에선 ‘of’가 소유격뿐 아니라 목적격으로도 흔히 쓰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government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은 ‘인민을, 인민이, 인민을 위해 다스리는 정부’라고 의역하는 게 원래 의미에 충실하다는 겁니다. 오바마가 강조한 포용적 민주주의는 그 링컨의 말을 실천하자는 뜻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꼭 포용적 민주주의라는 말은 쓰지 않았지만, 우리 정치인들도 같은 고민을 한 적이 있습니다. 2012년 총선과 대선 때였지요. 여야 모두 복지 확대, 경제민주화, 대통합을 대표 공약으로 제시하지 않았습니까. 아직 성과는 없지만 정치개혁도 국회의원과 정당의 권력을 내려놓고 국민의 의사를 존중하자는 뜻에서 시작한 것 아니었나요. 모두 포용적 민주주의를 실천하자는 취지로 보입니다.



문제는 선거가 끝난 뒤 집권당의 공약이 100% 충실하게 이행되진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또 불통이다, 독선이다, 하며 포용과는 반대방향으로 기울곤 합니다. 권력 잡았으니 볼일 다 봤다는 건가요. 진보를 자처하는 야당에 기대하기도 어려워 보입니다. 한 야당 의원은 자기 사무실에 카드 결제 단말기를 갖다놓고 상임위 산하기관에 책을 팔았다더군요. 권력의 꿀맛을 보면 이렇게 타락하는 모양입니다. 도대체 왜 우리 정치인들은 여야 할 것 없이 온통 기득권에만 포용적입니까.



터키 태생의 MIT대 정치학 교수 다론 아제모을루(Daron Acemo?lu)는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 ‘포용적 제도’가 국가 흥망의 관건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저성장, 양극화, 진영갈등 속에서 방황하고 있는 우리가 귀담아 들어야 할 말입니다. 포용의 수준을 높이고, 그 범위를 확장하는 일이야말로 다음 세대를 위해 꼭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몇 달 남지 않은 20대 총선에선 그런 과업을 짊어질 만한 대표를 뽑는 게 유권자들의 몫입니다.



금주 중앙SUNDAY는 ‘데이터로 본 20대 총선’ 시리즈 마지막 회를 내보냅니다. 지금까지의 시리즈가 포용적 민주주의를 실천할 후보를 고르는 데 도움이 됐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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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중앙SUNDAY에서만 볼 수 있는 기사로 ‘퇴사 테크닉’을 추천해드립니다. 노동시장의 유연화가 진전되면 이직과 전직이 잦아지는데, 그럴 때마다 반드시 거치는 과정이 퇴사입니다. 보통 취업에 더 관심이 쏠리지만, 퇴사 역시 중요한 절차입니다. 원만하게 퇴사하느냐, 원망스럽게 퇴사하느냐, 그에 따라 다음 단계의 이직이나 전직에 큰 영향을 준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입니다. 일본의 은행 지점장 출신 작가 에가미 고(江上剛)의 『원만퇴사(円滿退社)』라는 소설엔 이런 말이 나옵니다. “월급쟁이 생활은 골프와 비슷해. 처음에 아무리 드라이버를 잘 쳐도 막판에 실수하면 점수가 좋을 리 없어. 실수를 안하는 사람이 마지막에 웃는 법이지. 그래서 샐러리맨들이 골프를 좋아하나?” 그렇다면 원만퇴사는 성공적인 마지막 퍼팅이라고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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