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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악의 전설 쌍둥이 갱 불러내다, 톰 하디 1인 2역 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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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레전드’에서 톰 하디는 1960년대 런던 암흑가를 주름잡았던 크레이 쌍둥이 형제를 1인 2역으로 연기했다. 주도면밀한 형 레지(오른쪽)와 달리, 로니는 통제할 수 없는 미치광이다. [사진 이수 C&E]


 영화 ‘레전드’(10일 개봉, 브라이언 헬겔랜드 감독)는 1960년대 영국 런던에서 악명을 떨친 범죄조직 두목 크레이 형제의 삶을 다룬 작품이다. 레지 크레이와 로니 크레이는 1933년 한날한시에 태어난 일란성 쌍둥이로, 런던 제일의 번화가인 웨스트엔드를 호령했던 영국 최고의 갱스터였다. 형 레지와 동생 로니가 각각 2000년과 1995년 세상을 떠난 뒤에도 그들의 전설은 책과 영화, 드라마로 전해져 오고 있다.

 영화는 두 형제가 웨스트엔드에 진출한 1960년부터 살인죄로 붙잡힌 68년까지의 이야기를 다룬다. 어릴 적 타고난 싸움 실력으로 빈민가를 주름잡은 형제는 범죄 조직의 두목까지 올라 카지노, 나이트클럽 등을 운영하며 세력을 불려간다. 그러나 정신병을 앓는 동생 로니의 폭력적인 성향은 사업을 체계적으로 확장해가려는 레지의 계획에 걸림돌이 된다. 로니 역시 조직원의 여동생 프랜시스(에밀리 브라우닝)와 사랑에 빠져 갱스터의 야성을 잃어가는 형 레지가 불만이다. 서로를 지켜주던 형제 사이에 갈등이 싹트기 시작한다.

 이 영화에서 가장 빛나는 건 영국배우 톰 하디(38)의 1인 2역 연기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와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에서 재갈 같은 마스크를 쓰고 등장했던 그는 이 영화에서 1인 2역으로 쌍둥이 형제를 연기하며, 자신의 맨얼굴을 마음껏 보여준다. 원래 제작진은 톰 하디에게 레지 역할만을 제안했다. 점잖고 로맨틱한 레지의 이미지가 그와 잘 맞을 거란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톰 하디는 괴팍하고 불안정한 동생 로니 역에 더 매력을 느꼈고, 제작진에게 레지와 로니 둘 다 연기하겠다고 제안했다. 톰 하디는 촬영 기간 중 오전에는 레지 분량을 찍고, 오후에는 틀니와 보형물로 분장한 채 로니의 분량을 찍었다. 제작진은 한 화면을 쪼개 각 부분을 따로 찍은 뒤 그것을 합쳐 편집하는 식으로 레지와 로니를 한 화면에 불러 왔다. 톰 하디는 헬겔랜드 감독의 말처럼 “스위치를 껐다 켜듯” 두 인물을 번갈아 연기했다. 레지와 로니가 엉겨붙어 싸우는 장면도 자연스럽게 소화해낼 정도로 ‘연기 기계’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영화 자체가 지닌 재미도 적지 않다. ‘레전드’는 1960년대 당시 경찰도 손댈 수 없을 정도로 런던 곳곳에 세력을 뻗쳤던 크레이 형제의 모습을 스크린에 충실하게 재현한다. 지역 주민들 사이에 좋은 평판을 유지하면서도, 뒤에서는 자신들의 범죄 행위를 목격한 이들에게 법정에서 증언하지 못하도록 협박하는 그들의 이중적인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1960년대 음악과 패션 등 전 세계 대중문화의 중심지였던 런던의 모습을 되살려낸 점도 볼거리다. 미국의 가수 겸 배우 프랭크 시나트라와 주디 갈런드 등 세계적인 톱스타들이 실제로 드나들었던 크레이 형제의 나이트클럽을 재현해, 당시의 흥겨운 분위기를 객석에 고스란히 전달한다. 영화는 범죄세계를 어둡고 폭력적으로 그리는 대부분의 누아르 영화와 달리, 경쾌한 분위기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하지만 중반부에 들어서면서 극의 리듬감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레지와 그의 연인 프랜시스의 관계에 집중한 나머지, 로니 캐릭터를 깊이있게 그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역사적 인물인 크레이 형제를 입체감있게 조명하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혼자서 형제의 상반된 캐릭터를 표현해낸 톰 하디의 1인 2역 연기는 창의적이라 평가할 만하다.

고석희 기자 ko.seok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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