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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선 ‘빠던’ 안 할 것 … 머리에 공 맞기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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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열린 박병호(왼쪽)의 입단 기자회견에는 미네소타의 프랜차이즈 스타 조 마우어(오른쪽)가 참석해 그의 입단을 축하했다. [미네소타 페이스북]


박병호(29)가 드디어 메이저리그(MLB)에 입성했다. 미네소타 트윈스 유니폼을 입은 그를 모두가 환영했다.

“돈보다 꿈 위해 도전, 흔쾌히 사인”
미네소타는 52번 유니폼 준비
팀 최고 스타 마우어도 나와 환영
라이언 단장 “지명타자 맡게 될 것”


 박병호는 3일(한국시간) 미국 미니애폴리스 미네소타 트윈스의 홈구장 타깃필드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네소타는 나에게 도전적인 제안을 했다고 생각한다. 나도 만족했고 흔쾌히 사인했다. 난 돈보다 꿈을 위해 미국에 왔다”고 말했다. 앞서 박병호는 지난 2일 미네소타와 5년 최대 1800만 달러(약 209억원)에 연봉 계약을 했다. 구단 옵션을 뺀 보장계약 액수는 4년 1200만 달러다.

 박병호의 연봉은 그를 얻기 위한 미네소타의 포스팅(비공개 입찰) 응찰액 1285만 달러에도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포스팅 응찰액이 500만 달러였던 강정호(28·피츠버그 파이리츠)의 연봉(4년 1100만 달러)과 비슷하다. 미국 현지에서도 “박병호를 싸게 샀다(bargain)”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박병호는 아쉬움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는 “계약하면서 문제가 생긴 건 없었다. MLB는 세계에서 가장 야구를 잘하는 선수들이 모이는 곳이기 때문에 열심히 준비할 것이다. 또 미국 생활에도 잘 적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병호는 “강정호의 활약 덕분에 나도 도전 기회를 얻었다. 강정호가 ‘시즌 초반에는 적응하기 어렵겠지만 경기에 계속 나가면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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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가 홈런을 친 뒤 배트를 던지는 ‘빠던’을 미국에서는 보기 어려울 것 같다. 미네소타 구단은 박병호가 넥센에서 달았던 등번호 52번 유니폼을 라커룸에 준비했다. 타깃 필드의 전광판에는 한글로 ‘환영합니다 박병호’ 라는 문구를 띄우기도 했다. 팬들은 박병호가 미네소타 유니폼을 입고 경기하는 사진을 합성하며 기대감을 나타냈다.(왼쪽부터) [미네소타 페이스북]


 미네소타 프랜차이즈 스타 조 마우어(32·미국)도 이날 경기장을 찾아 박병호를 환영했다. 포수에서 1루수로 전향한 마우어는 한국 최고의 1루수였던 박병호와 경쟁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마우어는 “(박병호의 적응을) 무조건 돕겠다”고 말했다. 테리 라이언 미네소타 단장은 이날 52번이 새겨진 박병호의 유니폼을 공개하며 “박병호는 지명타자를 맡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언론들도 박병호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박병호가 지난달 30일 미네아폴리스-세인트폴 공항에 도착하자 미네소타 지역지 기자는 “배트 던지기(bat flip)를 왜 그만뒀나”라고 물었다. 홈런을 때린 뒤 양팔을 번쩍 들고 배트를 던지는 박병호의 세리머니를 올해는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 프로야구와 MLB의 문화차이를 잘 알고 한 질문이었다. 박병호는 “다른 선수들로부터 (배트를 던지지 말라는) 충고를 들었다. (머리를 가리키며) 나는 빈볼을 맞기 싫다”며 웃었다.

 한국에서는 배트 플립을 일종의 세리머니로 본다. 팬들은 ‘빠던(빠따 던지기)’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환호한다. 의기양양하게 배트를 던지는 건 홈런을 때린 타자의 특권으로 여긴다. 지난달 야구 국가대항전 프리미어12 일본과의 4강전에서 9회 오재원(30·두산)이 그랬던 것처럼 상대의 사기를 꺾기 위해 의도적으로 배트를 던지는 경우도 있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빠던’이 크게 문제된 적은 없다.

 그러나 MLB에서는 배트를 던지며 기뻐하는 행동을 상대에게 모욕감을 주는 것으로 여긴다. 한국에서 배트 플립을 했던 강정호도 피츠버그 입단 전 자신의 습관을 고치겠다고 약속했다. 최준석(32·롯데)·전준우(29·경찰청)·황재균(28·롯데) 등이 요란한 배트 플립을 하자 MLB 홈페이지가 메인 화면에 해당 동영상을 띄우기도 했다. 지난 9월 미국 뉴욕타임스는 ‘미국에서는 배트 플립을 경멸한다’는 기사를 비중있게 보도했다. 이 매체는 ‘미국인 눈에는 무례하게 보이지만 한국에서 빠던(ppa-dun)은 그저 빠던’이라고 덧붙였다.

 박병호는 이 차이를 잘 이해하고 있다. MLB 진출을 앞둔 올해는 얌전하게 배트를 내려놓으려 노력했다. MLB는 상대에 대한 예의를 중시하며 이를 어기면 곧바로 보복한다. 타자가 배트 플립을 하면 홈을 밟기도 전에 다가가 강하게 항의한다. 투수가 빈볼로 복수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자유롭게 감정을 표출하는 중남미 선수들이 이 때문에 미국 선수들과 종종 충돌한다. 류현진(28·LA 다저스)의 동료 야시엘 푸이그(25·쿠바)는 유난히 배트 플립을 크게 했다. 지난 2014년에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투수 매디슨 범가너(26·미국)와 부딪혔다. 이후 범가너가 보복구를 던져 양팀이 몸싸움을 벌이기까지 했다. 둘은 MLB에서 유명한 앙숙이 됐다.

 올해 텍사스와 토론토의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 5차전에서도 배트 플립이 문제가 됐다. 토론토의 호세 바티스타(35·도미니카공화국)는 3-3이던 7회 텍사스 투수 샘 다이슨(27·미국)으로부터 스리런포를 날린 뒤 타구를 한참 응시하다 배트를 텍사스 더그아웃 쪽으로 힘껏 던졌다. 다이슨은 홈에서 바티스타를 기다렸다 말싸움을 걸었고, 더그아웃의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뛰쳐 나와 몸싸움으로 번졌다.

 바티스타는 ‘플레이어스 트리뷴’을 통해 “사람들은 존중을 말하지만 진정한 존중은 다른 문화에 대한 포용에서 나온다”고 항변했다. MLB 진출이 꿈이었던 박병호는 일찌감치 미국 야구와 문화에 적응할 준비를 했다. 박병호와 4년간 넥센에서 함께 뛴 브랜든 나이트(40·넥센 퓨처스 코디네이터)는 “미국에 진출할 계획이라면 배트 던지기를 그만두어야 할 것”이라고 충고한 바 있다. 박병호는 그 조언을 받아들였고, 가끔 방망이를 던질 때면 더그아웃으로 돌아와 나이트에게 사과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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