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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2035] 바보야, 문제는 일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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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훈
사회부문 기자

얼마 전 치른 서울대학교 총학생회(총학) 선거가 연장투표까지 가지 않고 본투표 기간에 성사됐다고 한다. 연장투표를 치르지 않은 건 1997년 이후 18년 만이었다. ‘작은 기적’인 셈이다. 최종 투표율 53.4%에 찬성률 86.8%. 총학생회장 후보 공약을 자세히 알지는 못했지만 숫자가 말해 주는 바를 짐작할 수 있었다. 서울대 대학원에 재학 중인 친구에게 상황을 물어봤다. 그는 “온라인으로 투표할 수 있는 시스템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고, 후보가 커밍아웃을 하는 등 관심을 끄는 이슈도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기존 총학이 일을 잘했기 때문에 이 총학의 간부였던 후보가 지지를 받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내가 대학에 다니던 시절을 돌아보면 총학 투표는 보통 몇 개월에 한 번씩 치러졌다. 수시로 치러졌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다. 11월에 본투표를 했지만 투표율이 50%를 넘지 못해 연장투표로 넘어가고, 그마저도 참여가 저조해 해를 넘기는 일이 연례행사였다.

 그래도 나는 투표에 꼬박꼬박 참여했다. 흔히 말하는 ‘비권(비운동권)’이었지만 한 표를 던지는 것이 학내 민주주의를 위한 최소한의 의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총학 선거 투표율이 낮은 것은 우리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당시엔 그게 젊은 세대가 ‘정치’에 관심이 없고 취업 준비에 바쁘기 때문일 거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올해 투표율이 높아진 것을 보니 그동안 내가 원인을 잘못 생각했던 것 같다.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를 보면 대통령과 여당·야당에 대한 비판 글이 여전히 쏟아지고 있다. 젊은 세대가 한국의 정치 현실에 대해 넌덜머리를 내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반면 학내 정치세력이라고 볼 수 있는 총학에 대해선 긍정적 평가를 담은 글이 많이 올라온다. 수영장 사용료 인하, 광역 셔틀버스 운행 등 학생 복지는 물론 성추문 교수 진상조사 같은 민감한 이슈에까지 전방위적으로 움직였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총학이 학내 구성원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 주는 역할을 해 온 결과 투표율이 극적으로 높아지고 현 총학이 ‘정권 재창출’에 성공한 것이다. 인문대에 재학 중인 한 후배는 “학내 선거에는 원래 관심이 없었지만 최근 총학에서 나에게 와 닿는 정책을 펴주니까 자연스럽게 투표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더라”고 했다.

 내년 봄에 국회의원 선거가 있다. 20대 투표율은 최근까지 바닥을 기었다. 정치인들은 여의도에만 갇혀 있지 말고 이번 사례를 잘 들여다봐야 할 것이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1992년 미국 대선에서 성공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구호다. 한국의 젊은 층은 이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바보야, 문제는 ‘일꾼’이야!”

정종훈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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