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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분노가 흥행이 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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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희
논설위원

언젠가부터 우리 영화계엔 ‘사회적 분노 장르’란 게 생겼다. 갑의 횡포와 을의 울분, 응징이 대체적인 스토리라인이다. 전통적인 현실 비판, 사회 고발에 더하여 약자들의 울분을 푸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기득권에 대한 반감, 정의가 사라졌다는 현실 인식이 바닥에 깔려 있다. 로맨스나 코미디를 찾아보기 힘든 요즘 우리 영화계에 대세로 자리 잡은 사회성 스릴러물들이 다 그렇다. 이른바 ‘1000만 영화’들도 비슷하다. ‘도둑들’ 같은 순수 오락물도 있지만 대부분의 흥행 동력은 대중의 분노와 카타르시스다. 올해는 그렇게 두 편의 1000만 영화 ‘암살’ ‘베테랑’이 탄생했다.

 TV 드라마라고 다르지 않다. 로맨스와 막장 가족극이 주류를 이루지만 점차 영역을 넓혀 가는 스릴러물에는 소시오패스 권력자들이 벌이는 악행이 난무한다. 스릴러물만도 아니다. 부패한 기득권층이라는 도식은 장르 불문 일반화돼 있다.

 제2의 ‘베테랑’으로 불리며 흥행 중인 영화 ‘내부자들’은 아예 ‘사회적 분노’를 넘어 ‘사회적 격분 장르’의 출현을 알리는 듯하다. 역시 대기업 회장, 정치인, 언론인의 비리 커넥션과 그에 맞서는 초보 검사와 정치 깡패의 활약을 그렸다. 묘하게 현실을 떠올리게 하는 에피소드에 “대중은 개, 돼지입니다. 금방 잊어버립니다” “까라면 까고 엎으라면 엎는 게 대한민국 검사” 같은 대사들도 화제다.

 원작인 윤태호 작가의 웹툰이 권력의 작동방식을 면밀하게 고찰했던 것과 달리 영화는, 지독한 악의 진열과 통쾌한 복수극으로 완성됐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권력자들에 대한 묘사다. 유력 대권 주자, 대기업 회장, 언론인, 청와대 수석 등은 일상 대화에서도 마치 조폭처럼 이야기하고 행동한다. 가령 ‘청와대 수석’이라는 자막이 없다면 진짜 조폭 캐릭터로 보일 정도다. ‘지배권력=조폭집단’이라는 등식이다.

 그러나 이처럼 권력을 절대악으로 단순화하고, 영화 속 절대악의 응징을 통해 정의 실현의 쾌감을 얻는 것은 실제 현실 속에서는 별 힘이 없다. 모든 권력이 절대악도 아니고 악이 작동하는 방식 또한 그처럼 단순하지 않기 때문이다. 상대를 절대악으로 밀어붙이고 스스로 정의를 독점했다는 인식도 올바른 것은 아니다.

 이제는 영화와 TV에서 상투적으로 여겨질 정도로 반복되는, 썩은 권력자들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남기는 것은 순간의 카타르시스와 세상에 대한 염증 아닐까. 우리는 사회적 분노마저 하나의 흥행 아이템으로 장르화하는 시대를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양성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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