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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어진 수요일] 이력서 뒤집기 실험 … 뒷모습이 훨씬 솔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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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모습 증명사진을 찍어 주는 ‘엉뚱한 사진관’ 프로젝트에 시민 260여 명이 참여했다. 옷깃을 들어 올리거나 머리 위로 손을 올려 브이(V)를 그리기도 하고, 연인·친구들과 함께 어깨를 맞대는 등 저마다 개성 넘치는 모습으로 사진을 찍었다. [사진 관계;대명사]


“자, 찍습니다. 머리는 가지런하게 어깨 뒤로 넘겨주시고요. 예쁜 표정은 필요 없어요.”

 이곳은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 서교예술실험센터 앞 사진관. 때는 지난달 29일 오후 6시. 좁은 사진관에 20~30대 남녀 여남은 명이 북적댄다. 이력서에 붙일 증명사진을 공짜로 찍어준다는데, 무언가 이상한 풍경이다. 우리는 지금 몹시 기이한 장면을 목격하고 있다.

 한 여성이 카메라 앞으로 간다. 머리를 만지작거리더니 돌연 벽을 향해 획 돌아선다. 카메라 앵글에 이 여성의 뒤통수가 떡하니 잡힌다. 찰칵-. 찰칵-. 카메라가 이 여성의 뒤통수를 연속으로 찍어댔다. 대체 이 풍경은 무어란 말인가? 분명히 증명사진이라고 하지 않았나? 뒤통수의 주인공 오윤희(24)씨의 말이다.

 “이력서를 쓰면서 늘 증명사진이 거슬렸어요. 외모로 사람을 평가하는 것 같아 썩 유쾌하지 못했죠. 이렇게 뒷모습으로 증명사진을 찍어보니 뭔가 속은 후련하네요. 외모지상주의 사회에 한 방 날린 기분이랄까? 평소에 뒤통수를 볼 일이 없는데 사진을 찍고 보니 제 두상이 참 예쁘네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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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뒷모습 증명사진이라…. 윤희씨의 말처럼 이 사진 한 장에는 취업준비생의 고뇌와 애환이 담겨 있다. 그러니까 단순한 사진이 아니란 얘기다. 외모를 잣대로 사람을 평가하는 우리 사회에 대한 3X4㎝ 사이즈 고발장이랄까.

 이 발칙한 사진은 서울문화재단 서교예술실험센터와 올림푸스가 기획한 ‘엉뚱한 사진관’ 프로젝트에서 시작됐다. 청춘 세대와 관련된 사회적 이슈를 사진을 이용해 전달하자는 취지다. 4명의 20~30대 예술가로 구성된 ‘관계;대명사’팀이 ‘뒷모습 증명사진’이란 아이디어를 내 공모에 당선됐다. 지난달 16일 시작된 무료 촬영 프로젝트에 260여 명의 시민이 참여했다.

 뒷모습을 찍을 땐 우리가 알고 있던 증명사진의 법칙이 아무 소용없었다. 어깨를 살짝 돌리고 고개를 든 뒤 어색하게 웃어야 하는…. 대신 뒷모습만으로 자신을 내보여야 하기 때문에 청춘의 발랄한 상상력이 반짝이는 사진이 많았다. 뒤통수 위로 손을 올려 브이(V)를 그리거나 옷깃을 들어 올리기도 하고, 연인과 어깨를 맞댄 채 함께 뒤통수를 찍는 청춘들도 있었다.

 관계;대명사팀은 왜 청춘의 뒷모습에 주목했을까. 첫 질문은 이런 거였다. 왜 유독 한국 사회에선 이력서에 증명사진을 붙이라고 요구할까. 요즘 청춘들은 이력서에 붙일 사진을 찍는 데 많게는 수십만원씩 비용을 지출한다. 적잖은 경제적 부담을 무릅쓰고 더 예쁜 사진을 찍어야 하는 까닭은 이력서 사진이 첫인상을 결정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0월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구직자 50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취준생 입장에서 가장 부담스러운 지출은 1위 ‘토익 등 어학시험 준비료’(35%)에 이어 2위 ‘사진 촬영비’(24%)가 꼽히기도 했다. 관계;대명사팀의 설명은 이렇다.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도 자신의 꾸며진 모습이 아닌 진짜 모습을 돌아보고, 기업들도 형식적인 겉모습이 아닌 내재된 잠재력을 봐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어 프로젝트를 기획했습니다.”

 촬영을 마친 참가자들에겐 뒷모습 증명사진을 붙일 수 있는 ‘엉뚱한 이력서’가 주어졌다. 이름 대신 ‘불리고 싶은 애칭’을, 초·중·고 학력 대신 ‘꿈의 변천사’를, 어학 점수 대신 ‘농담·아부·욕 능력’ 등을 써야 하는 이력서다. 끔찍한 관계의 사람에게 할 수 있는 ‘복수 방법’이나 ‘자신만의 삶의 지혜’를 묻는 칸도 있다.

 참가자들의 ‘엉뚱한 이력서’에는 자신이 지나온 삶의 솔직한 이야기와 현재의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취준생 김정환(30)씨는 꿈의 변천사 칸에 ‘과학자→의사→대기업 사원→정규직’이라고 적었다.

 “엉뚱한 이력서를 쓰면서 현실에 꿈을 맞춰온 건 아닌가 고민해 보게 됐어요. 뒷모습 사진을 찍고 나니 나를 새롭게 발견한 느낌이 드네요. 이제부터라도 제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뭔지 고민해 봐야겠습니다.”

 엉뚱한 사진과 이력서들은 지난달 27일부터 오는 10일까지 서교예술실험센터에서 열리는 ‘3X4㎝:우리들의 초상’ 전시회에 전시되고 있다. 센터 앞 임시 사진관 부스에서 진행되는 무료 촬영도 같은 날까지 계속된다. 전시장에선 ‘뒷모습’의 의미를 더 확장해 스스로 예술을 창조해 온 중년, 새터민, 취업준비생 등 개인들의 이야기를 조명한 작품들도 만날 수 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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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