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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다는 것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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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 브릿지


[강유정의 까칠한 시선]
~답다는 것에 대하여


'스파이 브릿지'는 너무나도 스필버그답다. 그것이 어떤 극한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또 신기하다.


‘~답다’는 것은 무엇일까. 사전적 의미로는 어떤 성질이나 특성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어떤 영화를 보고 ‘~답다’‘~답지 못하다’ 같은 말을 하곤 한다. 이것은 일종의 작가적 세계를 지향하는 감독이 꼭 가져야 할 미덕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미 자신의 세계를 만든 감독에게는 이 표현이 일종의 덫이자 자기 복제의 감옥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 ‘~다움’을 가져야 하지만 그것에 빠져서는 안 된다. 그것이야말로 많은 예술가가 고민하는 자기 세계의 아이러니다.

최근 개봉한 영화 두 편은 이러한 아이러니를 잘 보여준다. 하나는 섹시남들의 등용문 ‘007’ 시리즈다. 이 시리즈는 숀 코네리의 ‘007 살인번호’(1962)이후, 무려 50여 년간 스물네 편에 이르는 영화를 내놨다. 제임스 본드가 바뀔 때마다 시리즈는 ‘007다움’에 대해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코네리의 남성적이고 섹시한 매력은 어느 정도 본드의 절대적 이미지가 되기도 했다. 로저 무어, 피어스 브로스넌에 이르는 매끈한 이미지는 어느 정도 영국 남자의 혈통을 유지하면서도, ‘수트의 정석’에 충실한 세련된 남성의 대명사로 자리잡았다.

그런 점에서 대니얼 크레이그의 기용은 무척 획기적인 변신이었다. 30여 년 이상 자리 잡은 날씬하고 세련된 정장 스타일의 본드를 다부지고 단단한 마초로 재해석한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크레이그가 본드로 등장한 지도 만 10년째다. 무려 네 편의 영화에 출연하다 보니 크레이그의 새로움이 또한 ‘본드다움’으로 굳어졌다. 이는 비단 배우만의 문제가 아닌 시리즈의 재해석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샘 멘데스 감독에게도 해당된다.

‘007 스펙터’(11월 11일 개봉, 샘 멘데스 감독)는 여러모로 ‘007 스카이폴’(2012, 이하 ‘스카이폴’)의 반복이자 자기 복제의 혐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아델의 노래에 맞춰 흐느적거리듯 부서지는 오프닝신의 신선함도 샘 스미스의 목소리로 바뀌었을 뿐 뉘앙스나 이미지, 분위기 모두 반복적이다. 정보화 세계로의 돌입을 선언한 본부에 스코틀랜드 성(成)에서의 아날로그식 전투를 선언했던 ‘스카이폴’의 전략이 고전적 스파이의 필요성으로 변주됐지만, 사실 자기 복제와 다르지 않다. ‘007 살인면허’(1989)의 시대 착오성을 주장하는 본부의 목소리는 정보화 주장과 다르지 않으니 말이다.

성공적인 결별을 알리고 싶었다지만, 결국 멘데스 감독은 자신이 잘하는 것을 종합하는 것으로 맺고 말았다. 아쉬운 결별이라기보다는 정말 더 이상 할 게 없기에 미련 없는 이별 선고가 되고 만 것이다. 이에 비하면,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새롭게 선보인 ‘스파이 브릿지’(11월 5일 개봉)는 너무나도 스필버그다운데, 그것이 어떤 극한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또 신기하다.

선의를 가진 인물이 작은 세상을 구한다는 휴머니즘은 스필버그 감독이 너무나 오랫동안 해 온 이야기다. 선의를 가진 미국 시민이 보편적 법에 헌신함으로써 정의를 지켜낸다는 것도 너무 도덕 교과서 같긴 하다. 그런데 스필버그 감독은 이 뻔한 윤리를 적절한 긴장과 보편적인 대사 감각으로 그려내는 데 성공했다. “뭐 달라질 것 있겠수(Would it Help?)”라고 묻는 러시아 스파이의 심드렁한 인생관은 세상에 대단한 걸 구하지 말라는 성공한 보수주의자의 완만한 협박인 걸 알면서도, 그 세계관을 녹여내는 유려한 솜씨엔 감탄할 수밖에 없다. 누가 봐도 스필버그답다. 누구라도 그 이상을 구현해내기는 어렵다. 스필버그 감독은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것 같지 않지만 가장 적절한 수준의 정답을 제출한다. ~다운 것, 그것도 30년 넘게 그럴 수 있는 것. 그건 재주임에 틀림없다.


글=강유정 영화평론가·강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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