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터키, 난민 떠안는 대신 돈 받고 EU 가입 기회도 잡았다

기사 이미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브뤼셀 유럽연합(EU) 본부에서 만난 도널드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오른쪽)과 아흐메트 다부토울루 터키 총리. EU는 터키에 30억 유로(약 3조 7000억원)를 지원하고, 터키는 자체적으로 난민을 소화해 유럽 난민사태 해결에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브뤼셀 AP=뉴시스]


터키는 오랫동안 유럽의 일원 이길 바랬다. 1995년 유럽경제공동체(EEC)에 가입 신청을 했다 거부당했다. 4년 뒤 EEC가 유럽연합(EU)으로 확장된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2005년 정회원 가입 협상이 시작됐지만 지지부진했다. 터키의 인권 문제가 걸림돌이 됐다. 가장 반대했던 나라가 프랑스·독일이었다.

 유럽 전역을 휩쓴 난민 위기가 상황을 역전시켰다. 터키가 시리아 등 중동 난민을 끌어안는 대신 EU가 터키의 EU 회원 가입 협상을 재개키로 했다. 또 30억 유로(3조7000억원)의 돈도 주기로 했다. 난민 대책을 터키에 아웃소싱하는 대가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터키 정상회의에서 이 같은 합의를 했다고 발표했다. 도날드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아흐메트 다부토울루 터키 총리와 공동 발표문에서 “30억 유로 규모의 새 난민 수용 시설을 통해 터키 내 시리아 난민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터키는 대신 중동이나 아프가니스탄에서 발생하는 난민들을 자체적으로 소화, EU로의 이주를 줄이는데 협력하기로 했다.

 양측은 오는 14일부터 터키의 EU 가입 협상을 재개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부토울루 총리는 “EU의 모든 동료 정상들이 터키와 EU가 공동운명체라는 데 동의했다는 점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터키의 EU 가입은 EU나 터키뿐만이 아니라 세계 평화에 대해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한 결과다. 메르켈 총리는 “불법적 이주를 합법적 이주로 바꾸기 위해 터키와 일해야 한다”며 “엄청난 난민을 수용하고 있음에도 터키는 국제 사회의 도움을 거의 받지 못했다. 터키로선 EU의 도움을 기대하는 게 마땅한 일”이라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달 1일 치러진 총선 전에 터키를 방문해 유사한 제안을 했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을 지지하는 행위로 여겨질 수 있다는 주변의 우려에도 터키행을 강행했다. 100만 명의 난민들이 독일로 몰려드는 상황 때문이다.

 메르켈 총리는 EU·터키 정상회의 때 유사한 처지의 EU 7개국과 별도의 회의를 했다. 일종의 ‘미니 정상회의’였다. 터키에 머무는 난민들을 합법적으로 EU 내에 재정착시킬 수 있다는 취지의 제안을 했다. 한 전문가는 “에르도안 대통령을 경멸해왔던 이들로선 엄청난 타협을 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영국 가디언은 “메르켈 총리가 미니 정상회의를 연 건 동유럽 등 난민 문제에 비판적인 동료 회원국을 설득하는 걸 포기했다는 걸 의미할 수 있다”고 했다.

 터키는 유럽 내 솅겐조약(EU 회원국 간 체결된 국경 개방 조약) 가입국에 대한 터키 국민들의 무비자 입국도 원하고 있다. 지난 10월 EU는 터키가 국경 관리 등 일정 조건을 만족시키는 걸 전제로 터키 국민의 무비자 입국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터키는 자국 국민이 자유롭게 유럽을 왕래하는 게 유럽의 일원이 되는 첫 단계라고 보고 있다.

 합의 발표가 있긴 하지만 난관이 적지 않다. EU가 어떻게 30억 유로를 마련할 지 결론이 안 난 상태다. 터키를 해결자로 여기는 태도에도 불만이 있다. 당장 투스크 상임의장이 “터키가 난민 위기 해결의 유일한 열쇠인 건 아니다. 외부 국경부터 강화해야 한다. 이런 의무를 제3의 국가에 아웃소싱해선 안 된다. 외부 국경 통제가 없다면 솅겐은 역사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터키의 EU 가입 협상도 순탄하지 않을 전망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권위주의적 통치 스타일 때문이다. 정적이나 반대파, 언론인들을 탄압해 왔다는 게 서구의 시각이다. 최근에도 터키 당국은 자신들에게 비판적인 유명 언론인 두 명을 체포했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